매년 살처분되는 동물 수 상상 이상
동물생명 존중하는 문화로 바꿔가야

도시에 살 때 누군가에게 식사 초대를 받아 나가보면 대부분 고깃집이다. 어디서 외식을 해야 할 때도 주변을 살펴보면 고기를 주원료로 하는 식당이 많다.

이 많은 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 것일까?

얼마 전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감염 돼지가 생겼다. 정부가 확산 차단에 나섰다. 또다시 많은 동물이 살처분되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가 지금까지 무려 43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더는 감염이 없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대처라 생각되지만 정말 이 방법 말고는 없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매년 살처분되는 동물의 수가 정말 상상 이상이다.

동물들이 산 채로 매장된 그 땅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살처분하기 위해 동원된 여러 사람은 또 얼마나 큰 심리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을까? 공무원인 지인으로부터 동물들이 생매장되는 현장에서 며칠을 보내고 돌아오면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해진다는 고백을 들은 바 있다. 공무원들에게 이 일은 선택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먹는 고기 한 점이 식탁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의 폭력은 상품으로 잘 포장된 자본의 힘으로 면죄되고 있다. 고기뿐만 아니라 대량생산되는 상품에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숨어있다.

사실 이것은 인간에게는 불편한 진실과 같은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알지만 거부할 수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만 핑계 삼기에는 인간의 욕망은 그칠 줄 모르고 숨겨진 폭력은 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다.

동물권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준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이다.

마트나 상가에 가면 '동물복지'로 표기된 식자재들을 볼 수 있다. 동물에게 미치는 고통과 공포를 최소화하고 그 스트레스를 줄여서 길러내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뜻이라 이해하고 있다.

적어도 모든 가축 농가가 동물복지에 준하는 환경을 유지하여 좀 더 자연스럽게 동물들이 길러진다면 바이러스로 인한 발병으로 살처분되는 동물들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최소한의 선택을 해야 한다. 꼭 필요한 만큼에 만족하고, 그만큼만 소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고기 중심의 음식문화도 바꾸고 줄여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앞으로 대량 생산을 위해 가해지는 숨겨진 폭력을 줄일 방법이란 찾기 어렵다.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여 생산된 식자재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땅과 생태를 손상하지 않는 농산물을 찾아서 선택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더 비용이 들겠지만 이 선택은 나를 위해서도 바른 선택이 된다. 바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만 농가도 동물복지와 동물권을 보장하여 생명을 돌볼 수 있다. 농부도 땅을 지키고 종자를 지키는 농사를 이어갈 수 있다. 소비자들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이 절실하다. 나를 위한 바른 선택이 생명을 지키며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지켜내는 큰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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