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것은 내가 행한 업의 결과
'봄은 겨울에서 태어난다' 같은 이치

망운봉정(望雲峰頂) 불시인간(不是人間)하고 심외무법(心外無法)이니 만목청산(滿目靑山)이로다. 내 망운산 비로봉을 마주하며 켜켜이 쌓아온 시간 속에서 다시금 되돌아보는 순간에 문득 인간이 사는 세상 사람이 아닌 신선(神仙)의 세계임을 느껴본다. 오직 마음 밖에는 또 다른 법(法)을 구할 수 없으니 내 눈(目)에는 오직 푸른 청산만 가득했구나.

이 글은 선시(禪詩)에서 따온 염송이다. 인도의 영산(靈山)에서 범왕(梵王)이 붓다에게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치자 붓다는 연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였다. 이때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오직 가섭만은 참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에 부처는 가섭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인 사람이 원래 갖추고 있는 마음의 묘한 덕과 열반묘심(涅槃妙心)의 번뇌와 미망

에서 벗어나 진리를 깨닫는 미묘 법문의 진리를 전해주었다. 즉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자연과 비유하면 식물의 씨가 대게 3일 내지 7일이면 싹이 트듯 참선의 경우도 그동안에 눈을 뜬다. 실은 그 견성(見性) 다음, 즉 오후(悟後)의 깨닫고 난 이후의 불행(佛行)인 수행이 더더욱 어려운 법이다. 싹이 튼 씨는 물보다 연한 그 촉이 굳은 땅에 발을 내리고 잎이 나오면 선지식(善知識)이라 하고, 그 속에서 줄기가 나오면 조사(祖師)라 하고, 꽃이 피면 보살(菩薩)이라 하고, 열매를 맺으면 성불(成佛)이라 한다. 그래서 예부터 "불법은 저 건너 산(山)을 보라. 봄이 오면 잎이 나고 가을 오면 낙엽 지네. 이 밖에 따로 구하지 말라. 구(求)한 즉 고(苦)가  되느니라"라고 일러준 것도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것 자체가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나 실상 삶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고난의 연속이다. 여러분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가, 그리고 어떤 모습인가? 남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편인지? 그러나 하는 일마다 잘 되면 누구나 잘 살겠지, 또 살다 보면 갑자기 변고가 생기거나 액운이 겹칠 때가 있다. 어떤 변고나 액운도 다 업이다. 업(業)을 따라 윤회의 굴레는 생기고 마음이 그것을 굴리면서 간다. 돌고 돌다 그 인연이 다하는 곳에 이르면 생사의 굴레는 돌지 않고 멈춘다고 했다. 즉 살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일들은 다 전생부터 이어져 온 업의 결과일 뿐이다.

'봄은 진정 겨울로부터 삶을 되찾는다고 했다. 이유는 봄은 겨울에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이 그렇다는 것을 아는 자는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 

이 구절은 윤회 사상을 대변하고 있다. 윤회란 '함께'라는 의미와 '달리다, 빨리 움직이다, 흐르다, 건너다'라는 뜻을 두고 있다. 또 윤회라는 표현 이외에도 재생(再生), 재화신(再化身)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윤회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함께 흐르는 것' '일련의 상태를 건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조건의 불평등에 대해 고타마는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다 같은 사람의 몸으로 지위가 높고 낮으며, 얼굴의 생긴 모양 또한 갖가지 묘한 모습이며, 목숨의 길고 짧음, 병이 많고 적음, 위덕의 있고 없음, 종족의 차이 및 재물의 많고 적음, 지혜의 선과 악 등에 대한 갖가지 문제에 대해 붓다는 한 마디로 "그것은 오직 그들이 지은 전생의 업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즉 전생에 가지고 있었던 습관 업(業)의 결과이다. 붓다는 "화근이나 복덕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 존귀하고 번영하는 위치에 있는 자라도 무정의 이치를 버리고 은혜를 모든 것에 베풀면  모든 화근을 면할 수 있으나 만일 귀한 것을 뽐내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사도를 행하면 머지않아서 죄를 받게 된다"고 했다. 

반드시 선행 지어 화근을 면해야겠다. 제일 큰 복행은 뭐니 뭐니 해도 보시행(布施行)이다. 시주는 다섯 가지 공덕이 있나니 좋은 이름이 사해에 퍼지고 두려움이 사라지고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고 반드시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느니 버릇 따라 열매를 거두리라. '버드나무는 푸르고 꽃은 붉다'고 했다. '산(山)에 부처도 없는데 무슨 도(道)가 있겠소?' 오늘도 망운산은 청정법시비로자나불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