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지원자 많아 탈락자도 늘어
'새로운 학교' 만드는 책임 더 묵직

2020학년도 특성화중학교 입학전형은 10월 중순에 벌써 끝났다. 상주중도 지난 10월 23일 최종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입학전형에서 떨어진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아쉬운 마음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가라앉지 않는 듯하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다. 우리가 꼭 챙기고 함께 가야 할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 제5기를 맞이하는 입학전형은 예년보다 경쟁률이 더 높았다. 해마다 30명을 모집하는데 올해는 50명이 지원하여 20명이 떨어졌다. '사회통합' 전형은 15명 모집 정원에 15명이 지원해서 모두 합격했는데, '교육 다양성' 전형은 15명 정원에 35명이 지원해서 실제 경쟁률은 2.3 대 1이었다. 입학전형 규정에 따라 1차 추첨을 통해 1.5배수를 뽑고 2차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했다.

그런데 올해는 면접장에 와보지도 못하고 추첨 과정에서 12명이나 떨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입학설명회 때도 이런 상황이 생길 것을 염려하는 학부모님들이 원서를 제출한 학생은 모두 면접이라도 볼 수 있게 해야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나는 예년의 경험으로 볼 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쉽게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막상 원서를 받고 보니 뜻밖에 많은 학생이 접수하여 당혹스러웠다.

입학경쟁률이 높으면 학교의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지만, 떨어지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나는 매년 최종합격자 발표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덧붙인다.

"합격자 명단에 빠진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는 무어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학교'에 대한 장밋빛 꿈을 꾸게 해놓고 이 같은 시련을 안겨 드려야 하다니, 그저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중략) 정말 간절하고 절실하게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도 기회를 드릴 수 없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 뒤에도 몇몇 학부모님들의 전화를 받거나 직접 걸어서 거듭 위로의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이제 좀 잊을 만했는데, 지난주 금요일에 등기우편 한 통을 받았다. 이번 상주중 입학전형 추첨 과정에서 떨어진 어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편지였다. "이미 입학생도 결정이 났고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도저히 포기되지 않아 교장 선생님께 저의 마음이라도 전하고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필 글씨로 A4 2매에 또박또박 빈틈없이 써 내려간 편지글을 읽고 나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진다. 5학년 때부터 상주중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상주중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하고 6학년 때는 '보물섬캠프'도 참여하고 입학설명회도 참여하면서 "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고 결심했다는 것. 그런데 1차 추첨에서 떨어지고 말았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꼭∼기적이 일어날 거라 생각합니다. 한 아이의 꿈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호소하며 편지글을 맺은 이 친구에게 나는 무어라고 답장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아이에게 '기적'을 선물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다.

한 아이의 간절한 마음을 생각하면 '정원 외 입학'이라도 받고 싶지만 그 뒤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장을 미루고만 있다. 갈수록 우리의 책임이 무겁게 느껴지고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