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쏟아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알고 살자

모든 인간의 마음속엔 부끄러움이 잿더미처럼 쌓여 있질 않을까. 그래서 인간이 아닐까. 이건 내 생각이다. 엊그제는 생각은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란 시를 썼고 아직도 생각은 계속되고 있다. 램프 대신 촛불을 들고. 불이 흔들린다. 불이 바람을 흔든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모든 인간의 표정인 줄도 모르겠다. 모든 인간의 표정은 죽어가는 사람의 숨결처럼 아득하게 퍼져 나간다. 이때 숨결은 잿더미처럼 마음에 쌓여있는 부끄러움이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강연하면서 "이해찬 대표가 얼마 전에 '나 죽기 전에는 정권 안 뺏긴다'고 했다"며 "(그 말을 들은) 택시기사가 이렇게 말했다. '의원님이 틀렸다. 이해찬이 그럼 2년 뒤에 죽는다는 말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어 "'놔두면 황교안이 대통령 되겠네요'라고 했다"며 "가만히 생각하니까 그 말이 그 말이더라. 제가 택시비 10만 원 주고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연고("매주 골프를 잘 쳐서 말썽을 빚고 계시지만, 전두환 대통령이 대구공고를 나오셨고, 노태우 대통령이 팔공산 밑의 신용동에서 자라셨고…")를 거론하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 인간으로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입이다. 그러고 보면 자유한국당 의원 대부분이 어쩌면 하나같이 붕어빵 같은 입들인지.

저만치 벌써 겨울이다. 이런 입을 가진 인간들에게 시(詩)를 말한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해찬이 2년 뒤에 죽는다는 말에 택시비 10만 원을 주고 내렸다고 하니, 10만 원어치 붕어빵은 읽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눈 오는 밤, 이 아파트 단지 포장마차는 백악 해안을 흘러가는 보트피플 같습니다. 희박한 빛으로 떠 있습니다.//흘러간 나라의 문장(紋章)입니다. 비닐 막에 그린 쌍어문 그림이 화석처럼 단순합니다. 아주 낯설지는 않습니다.//지느러미가 노란 물고기 유민들이 타고 있습니다. 몸에 몸 당겨 붙여 참고 있습니다."(류인서, '붕어빵' 전문)

얼마 전엔 아주 귀한 책 한 권을 얻었다. 정지용 시인의 산문집 <문학독본>. 37편의 수필, 평문, 기행문 등이 실려 있는 이 책은 1948년 2월 5일 박문출판사에서 초판이 간행되었는데, 내가 얻은 것은 1949년 3월 5일에 간행된 재판본. 책 뒤의 '마산 무학서포지점'이란 판매처 직인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지용 선생은 이 책 앞에 '몇 마디 말씀'이란 소제목으로 머리말을 써놓았는데 그중에 한 문장만 옮기면 이렇다. "남들이 시인 시인 하는 말이 너는 못난이 못난이 하는 소리 같이 좋지 않았다." 1948년은 정지용 시인이 47세 나이로 이화여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녹번리 초당에서 서예를 하며 글을 썼던 시기다.

김재원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대부분은 붕어빵은 뭐고, 정지용 시인은 또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 목을 외로 꼴 수도 있겠다. 그렇다.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은 좀 알고 살자는 이야기다. 정지용 시인은 불혹의 나이에 "남들이 시인 시인 하는 말이 너는 못난이 못난이 하는 소리 같이 좋지 않았다"고 하질 않았는가. 제발 부끄러움을 좀 알고 살면 좋겠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책이 읽기 싫으면 어느 못난이 시인처럼 가을이라도 좀 제대로 읽어라.

"나무들은 해질녘 저수지가에 일렬로 서 있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물가 쪽으로 기울어 위태로워 보이는 나무 앞에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깊을 대로 깊어진 늦가을의 위중한 환우에 대해 물었다"(이덕규, '물 위의 독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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