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을달(9월)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건들장마와 한바람(태풍) 때문에 제대로 가을을 느끼지 못하셨을 겁니다. 반갑지 않은 늦더위까지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흘러가는 날을 어찌 막겠습니까? 이제 그야말로 주렁주렁 달린 온갖 열매들을 거두어들일 열매달 열달(10월)입니다. 가을걷이한 열매들을 맛맛으로 드시면서 고까옷으로 갈아입은 나뭇잎들을 구경하시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겨울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갈음옷〉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제 저녁에 부는 바람이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인가 싶었는데 맞았나 봅니다. 제가 배곳으로 가는 때는 더 많이 내렸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더 많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밖에 나갈 일이 있어 걱정이 되었는데 갈 때는 비가 많이 와도 올 때는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아 좀 나았습니다. 먼 길을 다녀와서 그런지 앞낮(오전)부터 몸이 좀 무거웠습니다. 하품도 자주 나오고 몸이 자꾸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토닥토닥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숨 자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찌짐을 먹고 낮잠을 잤던 일도 생각났습니다.^^

'갈음옷'은 우리가 흔히 쓰는 '여벌옷'과 뜻이 같은 말입니다. 그런데 '여벌옷'이란 말이 한자 '남을 여'에 옷을 셀 때 쓰는 '벌'을 더한데다가 다시 '옷'이 붙은 좀 얄궂은 말입니다. 집을 떠나 나들이를 갈 때 또 일을 하러 갈 때 꼭 챙기는 것이면서 잘 몰라서 못 쓰는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으로 '여벌' 또는 '여벌옷'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써 주시기 바랍니다.

〈갈음하다〉

뒤낮(오후)에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동아리 아이들과 토박이말 놀배움을 해 주러 오신 이영선, 이진희 두 분과 더 많은 분들께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노래와 이야기를 곁들이고 마음이 있는 분들이 오셔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면 더 좋겠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토박이말 맛보기1'에 나오는 토박이말이 들어 간 '놀이딱지'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더 자주 만나 슬기를 나누면 더 좋은 수가 나올 것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모람(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힘을 써야겠습니다. '갈음하다'는 위에서 맛본 '갈음옷'과 이어지는 말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인사말씀을 하는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이것으로 인사말에 갈음하겠습니다."처럼 말이지요. '대신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갑작죽음〉

하루가 길다고 느끼시는 분도 있을 테지만 저는 하루가 참 짧게 느껴집니다. 해야 할 일들을 다 한 다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어느 새 날이 바뀌어 있곤 합니다. 마실도 다녀오고 잠도 좀 일찍 자야지 생각을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그렇게 못 하는 날이 많습니다. 어제 들갈무리틀(유에스비)을 아주 못 쓰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거기 들어 있던 일감들을 못 쓰게 된 것도 그렇지만 들갈무리틀도 다시 사야 합니다. 제가 즐겨 쓰는 슬맘그림(씽크와이즈)도 새로 깔아야  해서 서울로 보냈습니다. 여러 날을 기다려야 하니 그 동안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몬(물건)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제 들갈무리틀의 갑작죽음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갈무리를 잘하며 살아야겠습니다. 흔히 '돌연사'라고 하지요. 하지만 저는 '갑작죽음'이 훨씬 쉽습니다. 앞으로 이 말을 쓰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갖은소리〉

쉬는 날 사이에 낀 오늘, 제가 있는 배곳(학교)은 쉬기로 해서 다들 쉽니다. 제가 나오기로 해서 혼자 일을 하게 되었답니다. 어제 하루 동안 데워진 숨씨(공기)를 바꾸려고 문을 열었는데 얼른 시원해지지 않았습니다. 얼굴에 땀이 맺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찬바람틀(에어컨)을 틀었습니다. 얼른 식히고 끄긴 했지만 이런 모습을 아버지께서 보셨다면 또 한 말씀 들었지 싶었습니다. 여름에도 부채 하나로 더위를 견디시는 걸 보고 바람틀(선풍기)을 돌리시라고 하면 갖은소리를 한다고 하시며 저를 나무라곤 하셨으니까요. 아껴 쓰는 게 몸에 베이셨기 때문에 저희들에게도 늘 하시는 말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갖은소리'는 '쓸데없는 여러 가지 소리'라는 뜻도 있지만 '아무 것도 없으면서 온갖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체하는 말'을 뜻하기도 합니다. 알맞게 써 보시면 말맛, 글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