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000일의 소원'과 '검찰개혁 동요메들리'에 부쳐
아이들 노래가 충격적이라는 야당대표…"빨갱이", "좀비" 당신들 입부터 살펴라

"참고 견디다 못해/마음이 허탈해지면/바흐를 듣는다./바흐의 그 가늘고 기인 현(絃)을 타고/어느 꿈나라에라도 향하다 보면/내 허탈에도 다소/탄력(彈力)이 생긴다.//누구누구의/죄가 아니다./그것은 우리 모두의 죄이다./우리 모두 무엇엔가 허기져서/허탈해진 상태./지식(知識)이 오히려/쑥이 된 상태.(……)"

박성룡(1930~2002)의 '絃上曲藝(현상곡예)'란 작품이다. 문학의 힘은 위대하다. 시인이 하고 싶은 딱 한마디를 바흐란 음악가의 그 가늘고 긴 현 위에 올려놓고 수사적인 아름다움을 첨가한다. 자칫하면 쓸데없는 감정의 부연으로 읽힐 법한데도 문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자신이 보고 듣는 세계를 그리고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무수한 잉여를 쏟아낸다. 시를 공부하지 않았으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울림이 있는 것은 세계와 대응하는 자신의 내면을 현실에 존재하는 음악으로 음각화하며 지극히 현실적인 말의 체계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죄이다./우리 모두 무엇엔가 허기져서/허탈해진 상태./지식(知識)이 오히려/쑥이 된 상태"가 이즈음 이 나라 지식인들의 심상이 아닐까.

지난 주말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안팎을 두고 말이 많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지난 8월 자유한국당 해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던 나는 어제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었다"고 썼다. '검찰개혁 동요 메들리' 영상을 보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는 "너무나도 예쁘고 귀한 우리 아이들이 '토착왜구', '적폐청산', '적폐 기레기' 등의 정치적이고도 모욕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면서 "북한의 전체주의 독재정권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당신들이 지구 저 건너편 소년병을 동원하는 극단주의 세력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심상을 그럴듯하게 '포장'해낸다. "친북수구좌파 세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고, 마음이 아파오는 주말"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아파오는 주말이었다. 6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2000일째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이 아파오는 주말이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물론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달라거나 유가족들의 '2000일의 소원'을 빌어달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 원내대표의 말처럼 "너무나도 예쁘고 귀한 우리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스스로 그 잘난 '입'을 그 '죄'를 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황교안), "빨갱이 기생충을 청와대에서 끌어내기 위해 오늘 우리는 태극기혁명을 해야 한다"(김문수) 등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황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의 원색적인 말들은 '너무나도 예쁘고 귀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겠는가? 그러니까 '정신 나간 이들', '좌좀(좌익좀비)', '소시오패스', '나치' 등의 말들이 가사를 바꾼 '아기돼지 엄마돼지'나 '곰 세 마리'보다 아름답다는 말인가. "야 이 문재인 ×자식아 빨리 나와!" 자유한국당과 함께한 광화문 집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이 내뱉은 말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다면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지난 주말 촛불집회 현장에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 등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었다"면, 잃은 그대로 쭈~욱 그렇게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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