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오한 감기증상 유사
띠모양 물집·발진 등 동반
일반포진 달리 통증 심해
전염성·합병증 유발 주의

추석 전 벌초하러 산소에 갔을 때였다. 아버지는 올해 여든넷이어도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며 건강체질을 자랑하시는 분인데 이날 힘겨워했다. 하긴 그 땡볕에. 젊은 사람도 그늘 없는 봉분에서 30분 넘게 풀을 베다 보면 버티기 어려운 날씨였으니. 며칠 후 아버지께서 옆구리 쪽에 통증이 있다고 해서 보니 작은 물집들이 넓게 분포해 있었다. 산에서 벌레에게 물렸나 싶었다. 병원에 가니 피부과가 아니라 신경과 치료를 받는다 한다. 대상포진의 정체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뇌신경센터 하윤석 신경과 교수에게 연락해 대상포진이란 게 대체 뭔지, 치료법과 관리법에 관해 물어봤다.

▲ 한마음창원병원 뇌신경센터 하윤석 신경과 교수. /한마음창원병원
▲ 한마음창원병원 뇌신경센터 하윤석 신경과 교수. /한마음창원병원

-추석 전 함께 벌초 다녀온 80대 중반 부친 허리에 피부질환이 생겼는데, 병원에 가보니 대상포진이라더군요. 그런데 신경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해서 왜지? 싶었습니다. 왜 그런 거죠?

"대상포진은 통증과 고통이 함께 동반되는 질환으로 과거 수두에 걸렸던 경험이 있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은 특정 신경절에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생기는 신경계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의심하고 피부과 진료를 받기도 하지만, 부수적인 증상을 호소하면 더욱 정밀한 검사를 위해 신경과와 협진하게 되는데, 대상포진으로 확진되면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대상포진이 생기는 원인에 어떤 것들이 있나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종양 치료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도 발생하는데, 학계에서 말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고령으로 인한 세포면역력의 감소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대상포진인 줄 알만한 초기 증세에 어떤 현상들이 있나요?

"대상포진에 걸리면 발열, 오한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입니다.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메스꺼워지기도 합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피부에 반점과 물집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발진이 시작하기 4~5일 전부터 부위에 따라 통증, 감각 이상이 발생합니다. 가벼운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피부발진은 띠 모양으로 분포된 홍반성 물집이 나타나는데, 발진 시작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딱지가 만들어집니다. 심하면 피부병변이 지속해 흉터가 생기거나 주변 피부조직의 색이 변하는 등 부작용도 초래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젊은 사람들도 대상포진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가요? 10대, 20대, 30대, 40대…. 연령대별로 분포가 어떤지 궁금하네요.

"주로 고령 환자들에게 발생하지만 30대에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격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쉽게 활동하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이라는 질환이 의외로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72만 명가량이 대상포진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중 여성 환자가 44만 명으로 남성 환자 28만 명과 비교하면 약 1.6배 정도 높다고 나온다. 10대, 20대의 대상포진 환자는 드물고 30대 11.6%, 70대 12.5%, 40대 15.7%, 60대 21.1% 50대 24.5% 순으로 50대의 대상포진 환자가 가장 많다고. 일은 많고 체력은 떨어지고, 그래서 그런가.

연평균 증가율은 80대가 9.2%로 가장 많다고 한다. 30대는 4%, 40대는 3.6%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생긴 걸 보면 피곤할 때 생기는 입가의 포진과 별로 다른 줄 모르겠던데 대상포진과 일반포진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포진이 발생하는 질환은 대상포진만 있는 게 아니어서 일반적인 피부질환과 구분하는 것이 좋은데요, 단순포진과 같은 일반 피부질환은 국소 부위에 물집이 생긴 후 가려움이나 통증이 올라온 후 수일 내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대상포진은 신경절 손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척추를 중심으로 한쪽 면에만 띠를 이루면서 수포 및 발진이 올라오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동반됩니다. 전문적인 판단은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가능하니 앞서 설명한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빨리 검사와 치료를 받길 권합니다."

-대상포진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요?

"대상포진도 치료 시기에 골든타임이 존재하는데요, 피부발진이 나타난 뒤 72시간 이내 치료를 받으면 피부병변의 빠른 치료를 기대할 수 있고 통증 기간 역시 줄어듭니다. 이후에는 일주일가량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거나 주사치료 과정을 겪고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함께 처방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심해져서 진통제만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해당 부위에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혹시 전염도 되는지, 된다면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 알려주세요.

"대상포진은 전염 가능성이 있는 질환입니다. 감염경로는 대상포진 환자의 물집이 터져 진물이 흐르게 되면 이 진물로 전염이 될 수도 있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수건을 함께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도 무섭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대상포진은 발병 후 통증으로 인한 고통도 상당한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합병증이 더 큰 고통을 주게 됩니다. 통증으로 대개 심각한 합병증을 부르기 전에 병원을 찾긴 하는데 전체 환자의 5% 내에서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운동신경에도 침범해 팔, 다리 마비 등이 올 수 있으며 눈 주위에 생기면 각막염, 홍체염 등이 생겨 심각할 경우 실명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헉! 조심해야겠군요. 이것도 감기처럼 예방주사를 맞아 예방할 수 있는 건가요?

"독감 예방주사라 하여 100% 독감을 예방하지는 않습니다. 대상포진 예방주사도 마찬가진데요, 고령 기준으로 1회 접종을 시행합니다. 대상포진 예방주사는 걸릴 확률을 낮춰주고 가볍게 앓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예방주사를 맞은 분들을 보면 증상에 대한 치료가 비교적 쉽고 통증도 적습니다."

-한 번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은 다시 잘 걸리는지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아무래도 잘 걸리겠지요?

"치료법의 발달로 대상포진에 걸린 환자의 대상포진 재발률은 0.1~1% 낮은 편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무조건 재발한다고 알고 계시는데, 대상포진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져 쉽게 재발하지 않습니다. 다만, 면역력 저하로 피부질환이나 수포가 생길 수도 있는데 그걸 대상포진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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