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아파트에 사는 자…부러워하는 자
서로를 구분하고 고립시키는 도시의 삶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인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주차장에 들어가기부터 쉽지 않았다. 몇 호를 찾아온 방문 차량인지 확인을 받고, 정해진 주차 구역을 찾아 빙글빙글 돌았다. 주차한 후 지하 주차장 문 앞에서 다시 지인에게 호출을 했다. 승강기는 1층까지만 운행했다. 1층에 가니 호텔 로비 같은 곳이 있었고 잘 차려입은 젊은 관리인이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몇 호를 방문하기 위해 왔다고 하니 잠시 뒤 지인이 로비로 마중을 나왔다.

지인과 함께 승강기를 탔다. 지인이 소지한 키를 인식하고 승강기가 알아서 층수를 입력했다. 신기해서 호기심을 보이니 지인은 집에서 나가려고 승강기를 눌러두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탄 아파트 입주민들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들은 그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집을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데 7층에서 목욕통을 든 분이 내렸다. 알고 보니 7층은 입주민을 위한 전용 목욕탕이라고 했다. 1층으로 내려와 아파트와 연결된 건물로 들어서니 복합 쇼핑몰이 나왔다. 식당과 카페는 물론이고 옷가게·안경점·미용실·슈퍼….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내 눈에는 마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공간에서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있는 듯 보였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 옆에는 또 다른 아파트들이 있다. 그런데 첨단을 자랑하는 이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이웃이 많아졌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 이보다 더 첨단 시설을 둔 아파트가 지어질 것이다. 첨단 아파트가 박탈감의 이유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시골에 와서 보니 '편리함 때문에 정말 내가 지켜야 하는 마음과 생각을 많이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알게 된 것이다. 빠른 편리함은 나를 돌아볼 여유가 되기보다는 다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첨단의 편리함은 기다림이 주는 설렘마저 잃어버리게 했다. 도시에서 삶은 서로를 구분하고 자신을 고립하는 방식이다. 자본이 만든 사회에서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갇히게 한다.

삶의 자리를 시골로 옮기고 보니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농촌에서는 홀로 살 수가 없다. 우리 가족을 포함, 세 가정이 함께 토종박하를 재배해서 차를 만든다. 박하차 만드는 일을 하는 날이면 서로 반찬 한두 가지 가지고 와서 함께 점심을 해서 먹는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밥은 언제나 맛있다. 밥을 먹으면서 첨단 아파트를 구경한 이야기를 했다. 함께 박하차 작업을 하시는 봄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시골은 일하다 힘들면 옆집에 가서 물도 얻어 마시고,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밥도 나눠 먹고, 화장실도 빌려 쓰고. 그렇게 나누는 재미로 살아야 사람 사는 기지! 나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런 데서 안 살란다."

나도 그렇다. 시골에서 일상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해서 일하면 된다. 때에 맞는 일을 하며 하늘에 기대어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지금 농부들은 바쁘다. 바쁘지만 누군가 나를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 자유롭고 온전하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시골에 와서 나는 이전에는 느끼지도 보지도 못한 것에 놀라고 즐거워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곧 고구마를 수확한다. 고구마가 주렁주렁 나와 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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