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2007년 생산 23만여 권
행정·역사·경제 자료 등 보관
기록 수집·가공 거쳐 내용공개

나는 지금부터 아주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것은 '국가기록원에서 보존 중인 경상남도 기록의 현황과 내용'이 될 것이다. 기록에 대한 주제를 도민들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쓰도록 한 신문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지루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경남의 중요 기록이 무엇이 있는지 도민들이 알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알아야 기록으로 활용할 수 있고, 어쩌면 찾지 못한 우리의 권리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으로 인해 기록의 중요성을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지금부터 나열되는 수치들은 다큐멘터리를 보시듯 읽으시면 된다. 가끔 정우성 씨나 김남길 씨가 했던 것보다는 약하지만 내레이션도 나오니 그리 지루하지는 않으실 듯하다.

◇기록물 현황

국가기록원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경상남도기록물은 23만 5593권이다. 이 기록물들은 2007년 이전(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치 규정 제정 시기)까지 경상남도에서 생산한 30년 이상 중요기록물로, 우리 도에서 당시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었던 국가기록원으로 보낸 기록이다. 생산기관은 경상남도뿐만 아니라 시·군, 교육위원회 등이 있다.

보존유형별로는 관인류, 녹음·동영상, 도면류, 사진·필름류, 일반문서, 카드류, 행정박물류다. 다른 것들은 단어만으로 의미가 통할 거라 생각하지만 행정박물류는 모르시는 분이 많을 듯하여, 부언하자면 공공기록물법상 용어로는 '공공기관이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생산·활용한 형상기록물로서 행정적·역사적·문화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이다. 예컨대 기관 간 교류로 선물받은 도자기나 관인, 명패, 현판, 기관장이 즐겨 사용한 볼펜 등 형상이 있는 기록을 말하며, 지난 2007년 제주도에서는 옛 대통령 제주공관을 행정박물로 등록하기도 했다. 참고로 기록물이라고 하면 다들 문서만 생각하지만 기록은 문서보다 상위개념으로 문서, 행정박물, 카드, 시청각, 전자문서 등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들의 총합이라 생각하면 된다.

보존기간으로 구분하면 30년 기록이 1209권(0.5%), 준영구 기록이 5만 4458권(23.1%), 영구기록이 17만 9925권(76.4%)이다. '보존기간'이라는 용어는 요즘 '조국 장관의 딸 봉사상 기록 보존기간' 관련 보도로 유명해진(?) 단어다. 공공기관에서 생산된 기록은 생산과 동시에 사람과 달리 가(假)일몰시기를 정해서 태어나는데(물론 이 이후에도 여러 번 보존기간 재책정의 기회는 있다) 일몰시기의 유형이 1년, 3년, 5년, 10년, 30년, 준영구, 영구 7종의 보존기간 중에서 정하게 된다. 이 중 30년 이상 기록은 오랫동안 보존하여야 하기 때문에 국가기록원이나 경남기록원 같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에서 보존하게 된다. 참고로 준영구기록은 생산된 후 70년이 지난 후에 재평가를 하여 보존(폐기)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조국 장관의 딸 봉사상 기록보존기간은 국가기록원에서 입장문을 내놓았으니 참고하시면 될 듯하다.

국가기록원에서 보존 중인 경남 기록물의 생산연도는 1910년부터 2007년이다. 2007년 이후에 검색되는 기록은 국민장(國民葬), 분향소 관련 기록물로 국가기록원에서 특별히 수집이 필요하여 이관된 기록이며 그 외에는 정부간행물로서 현재도 법적으로 계속 국가기록원(중앙기록물관리기관)으로 보내지고 있는 기록이다. 원본의 소장위치는 23만 5593권 중 23만 476권이 부산역사기록관에서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성남, 서울, 대전기록관에 분산·보존되어 관리되고 있다. 문서의 형태로 보면 일반문서(9만 6056권), 카드류(13만 1975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 중 전산화(종이기록을 스캔파일로 변환)한 비율은 약 2.3%가 된다.

▲ 지난 5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서 관계자들이 공개된 신문 기사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5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서 관계자들이 공개된 신문 기사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기록물 내용

기록의 내용은 국가기록원이 구분한 79개의 기술로 분류되어 있고 이 중 15만 1577권이 농지개혁 및 토지관계, 폐쇄대장, 보상대장, 공유지연명부, 지가증권대장, 환지계획인가서 등이다. 이 기록은 '조상 땅 찾기' 같은 내용으로 시민들이 관심을 가졌던 기록이며 국가기록원에서도 정보공개요청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기록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읽으시길 권장한다. 단어와 수치가 계속 나열될 것이기 때문이다.

15만 권 이외 8만 3000권의 기록은 △건축허가, 도립병원신축관계, 청사설계도면, 진양호관광개발사업소, 건축물 관리대장 등의 건설건축관계 기록(1만 7565권) △자치법규, 조례규칙, 행정심판관계, 판결문 등 법무행정기록(8462권) △고분발굴, 유적발굴, 진주향교보수공사, 문화재현상변경, 문화재위원회 등 문화재보존관리기록(6145권) △농지전용허가, 수리조합관계, 용수개발관계, 토지개량사업, 농지전용협의, 국토이용변경협의 등 농지관리 기록(4267권) △도로공사, 수해복구, 통영해저터널관계, 가로등관리 등 도로교량관리 기록(4234권) △도시계획, 온천허가, 오지개발 10개년계획, 골프장관계, 국토이용변경결정 등 지역 및 도시개발 기록(4439권) △농업용수, 비료제조영업허가, 배수펌프장설치 등 농업기반시설관리 기록(3490권) △의회회의록, 의안처리관계서류, 도시건설위원회 등 의회관계 기록(3490권) △인감대장, 거창사건관계, 도조직개편, 읍면동구역변경 등 자치 행정기록(1156권) △하천부지교환 상습수해지구개선, 하천정비기본계획, 소하천정비공사, 하천정비지원 기록(2204권) △환경보존계획, 환경영향평가, 산업폐기물처리시설 설치공사, 하수처리장, 환경보존관리 기록(2926권) △도유재산매각, 공유재산처분, 도유재산대부관계, 압류등기 말소서철 등 재산기록(3131권) △인사관계, 징계의결, 비정규직보수 등 인사관계 기록(1238권) △농지개량사업, 산지개발사업, 농어촌개발, 화전정리 등 농림진흥 기록(1549권)이다.

그 외 도정자문위원회, 국토종합개발계획공청회, 경남개발연구원 설립, 도립전문대학 설립, 경남탄생100주년기념사업, 도민의 날, 국토계획, 울산광역시 인수인계, 주요업무계획 등 도정 주요정책 기록이 있고, 관광기본정책방침 등 관광사업관리, 국제교류협력, 문화사업 등 다양한 기록들이 있다. 시대를 살펴볼 수 있는 기록으로는 가족관계 시술대장, 피임시술대장, 불임 루프 시술사업 등 가족시책에 관한 기록이 있으며 3·1운동유족관계, 독립운동 유공자 명단, 유골명부, 위안부관계, 양민학살진상조사, 여성특별위원회 등의 역사적 기록도 있다. 그 외 산업단지 조성, 산업단지개발, 새마을소득, 새마을편입부지 보장 등기, 조선사업 변경결정, 조선사업 등록 등의 경제발전에 관한 기록들도 보인다.

그리고 현재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원문을 공개하고 있는 독립운동판결문 중 경상남도에 주소지나 본적지가 있는 도민의 수는 793명이며 일제강점기 피해자 중 피징용자는 9만 4086명, 3·1운동 피살자는 143명, 관동대지진 피살자는 161명이다. 경상남도 도민 기록만(서두에 밝힌 전산화한 기록 포함) 압축해서 보고 싶으시면 경상남도기록원으로 문의하셔도 된다.

특기할 만한 점은 보유기록 중 1900년, 1903년 기록이 있었으나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 국가기록원에 연도의 정확성에 대해 문의하니 연도는 모두 오타로 모두 1980년대 이후 기록이었다. 담당자는 이 사안에 대해 "경남에서는 중요한 기록일 수 있으나 우리에게는 수십 만 건 중 하나"라고 답변했고, 이 답으로 국가기록원에 보유한 경상남도의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기록의 연도는 바뀌었다.

◇기록의 힘

진정한 기록의 힘이 무얼까 생각해본다. 출발은 중요기록물 확보에 있을 것이고, 그 끝과 또 다른 시작은 정보공개일 것이다. 중요 기록이 있어야 공개를 하고, 공개를 해야 중요 기록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루하게 이야기한 기록 다큐멘터리는 경상남도의 중요기록을 거시적으로 공개한 거친 내용들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기록들을 풀어헤치고, 데치고, 잘라서, 도민에게 알맞게 요리한 후 공개하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그때 그 글들은 이보다 재미있는 기록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고 김남길, 정우성 씨보다 멋진(?) 내레이션도 있을 것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참고로 수치는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 글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오류였다는 전화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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