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고 출신 2005년 롯데 입단
2009년 14승·준PO 선발승 활약
팔꿈치 수술·긴 재활 딛고 복귀
은퇴 후 모교 코치로 인생 2막

프로야구 출범 이후 '마산 야구'는 숱한 프로선수를 배출하며 위상을 떨쳤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찬 이름들이나, 그 사이 유독 빛나는 별도 있다. 전 롯데자이언츠 소속 조정훈(34)이다.

마산양덕초-마산중을 거쳐 마산용마고에서 야구를 이어간 조정훈은 고교 시절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게 고교 2학년 때였다. 중간에는 부상으로 1년 유급 하는 일도 있었다. 마운드에 본격적으로 오른 게 고교 3학년 때였던 셈이다. 짧다면 짧은 그 시기 조정훈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으로 자신 가치를 조금씩 높였다.

2004년 3학년 시절 동산고와 맞붙었던 제26회 대붕기 고교야구대회 결승. 이 경기에서 동산고 좌완 금민철과 선발 대결을 펼친 조정훈은 12이닝 8피안타 11탈삼진 4실점(투구수 175개)을 기록했다. 결승전까지 3경기에서 19.2이닝을 소화하며 305개 공을 던진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철완을 과시한 것. 조정훈 호투 덕에 마산용마고는 대회 공동 우승 영광을 안았다. 조정훈은 금민철(결승전 12이닝 9피안타 11탈삼진 4실점 완투, 투구수 173개)과 함께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 2009년 9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서 롯데 선발 조정훈이 7회 병살을 잡은 후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 2009년 9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서 롯데 선발 조정훈이 7회 병살을 잡은 후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는 이런 조정훈을 눈여겨 봤다. 롯데 구단은 '체격조건이 굉장히 좋아 대성 가능성이 크다'는 스카우트 팀 의견을 전해 들었다. 이에 2005년 2차 지명 전체 1순위로 조정훈을 선택했다. 물론 당시 롯데 팬들은 조정훈 입단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야구 천재로 평가받던 부산고 정의윤이나 고교 시절 150㎞를 웃도는 공을 던진 신일고 우완 서동환을 선택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한동안 조정훈을 따라다녔다.

조정훈은 프로 입단 첫해 19경기에 출전해 1승을 거뒀다. 주로 2군에서 제구력과 구위를 가다듬으며 때를 기다렸다. 유망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한 조정훈은 2008년 6월 22일 잠실 LG 전에서 프로데뷔 첫 선발승이자 프로 2승째를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자신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그해 조정훈은 14경기에서 5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 포스트 손민한 등장을 예고했다.

2009년 조정훈은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130㎞ 초·중반 빠르기에 날카롭게 떨어지는, '당대 최고 포크볼'을 앞세운 조정훈은 롯데 선발 한 자리를 꿰차더니 14승(9패)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특히 그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조정훈은 두산베어스를 상대로 7.2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서 9년 만에 배출한 승리 투수였기에 새로운 우완 정통파 조정훈을 향한 팬 성원과 기대감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을 넘겨 182.1이닝을 소화한 후유증은 컸다. 팔꿈치 통증에 신음하던 조정훈은 2010년 6월 13일 한화이글스 경기를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조정훈은 이후 세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긴 재활에 들어갔다. 2015년 시범경기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팔꿈치 통증 재발로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난 상황. 그럼에도 조정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7년의 기다림 끝에 2017년 돌아온 조정훈은 롯데 불펜진으로 활약하며 26경기 4승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3.91을 남겼다. 연말에는 각종 재기상을 휩쓸었고 팬에게는 희망을 안겼다. '안되더라도 끝까지 해보자'는 스스로 다짐이 제대로 통한 한해였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 부상 여파로 출발이 늦었던 조정훈은 그해 7경기에 등판해 4.1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16.62를 기록했다. 시즌이 끝나고도 팔꿈치와 어깨 상태가 회복되지 않자 롯데는 11월 조정훈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그렇게 조정훈은 13년간 몸담았던 롯데를 떠났다.

프로무대와 작별을 고한 조정훈은 올해 고향 마산에서 제2 야구인생 첫발을 내디뎠다. 모교 마산용마고 코치로 합류한 것이다. 조정훈 가르침 속에 성장한 마산용마고 투수 김태경은 2020 KBO리그 신인 1차 드래프트에서 NC다이노스 선택을 받기도 했다.

숱한 위기에도 야구를 절대 놓지 않았던 조정훈은 이제 말한다. 서툴지만 천천히 새 목표를 잡아가겠다고.

"프로시절에도 마산을 찾을 때면 뭔가 마음이 편안했어요. 학창시절부터 운동하고 경기한 곳이 마산이다 보니 마치 놀이터 같기도 했죠. 마산 팬 응원 속에 오히려 편하게 던진 기억이 있어요.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됐네요. 아직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주어진 위치에서 노력하면서 자리를 잡아가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면서도 조정훈은 후배들이 자신을 뛰어넘는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길 당부한다.

"마산 고교야구는 2000년 이후 진짜 전성기를 맞은 듯해요. 각종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고 좋은 선수도 많이 나왔죠. 올해 역시 마산용마고는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요. 모교에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아요. 앞으로 힘든 시간도 있겠지만 끝까지 버티며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히 무언가를 얻으리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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