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꼬거나 인신공격하거나 욕설도
대외 협상력 중요한 시점에 자중지란만

정치인들 간에 최소한의 예의나 존중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막말과 욕설로 국민이 듣기 민망할 정도로 정치권 언어가 품격과 절제를 잃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최근 한일 간의 관계를 상기시키며 "아무나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하자,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바로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고 희화화했다.

심지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개인 일정을 내세워 행사장에 참석조차 하지않았다.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무례하고 도량이 좁다"는 다소 인신공격적인 비판을 받았다. 야당의 무례한 대응과 논평이 집권당의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왜 하필이면 광복절에 개인 일정을 잡았는지, 광복절 기념식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해도 되는 행사인지 의문"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황 대표를 향해서는 더욱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제1야당 당대표의 무례함과 협량함에도 말문을 잃는다"며 "대통령 경축사는 국가 원수로서 국민의 뜻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일이다. 이에 의도적으로 예를 표하지 않은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의 광복절 담화 하루 전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담화를 발표한 황대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더욱이 황 대표는 대통령 경축사가 나오기도 전에 야당 대표의 메시지를 국민 앞에 먼저 고하는 비상식적이고 전례도 없는 무례한 정치적 이벤트를 가진 바 있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미 문 대통령 담화에 대해 "대책 없는 낙관, 민망한 자화자찬, 북한 향한 짝사랑" 등으로 비난일변도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여야 공방은 이 정도에서 멈추지않고 막말전문가로 평가받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가세, 정치권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홍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며 언론 인용 보도로 주목받았다. 홍 전 대표는 스스로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문 대통령을 상대로 막말을 이어갔다. 중앙일보 온라인판은 <문 대통령 겨냥 '쪼다'라 했던 홍준표 '차마 해선 안 될 말 했지만…'>라고 흥미 유발 제목을 달았다.

조선·중앙·동아·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은 <홍준표 '김정은·트럼프 짝짜꿍에 한 사람은 쪼다 돼>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요즘 김정은, 트럼프가 짝짜꿍하는 것을 보니 한 사람은 영 쪼다가 됐다. 그러니 할 말이 없지"라면서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을 인용 보도했다. 홍 전 대표는 현역 정치인 시절에도 여야 가리지않고 막말 퍼레이드로 구설에 올랐던 정치인이다.

일본과 경제적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교착상태에 빠져 북한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여야가 막말과 욕설로 서로 격하게 다투는 모습은 인내하기 힘들다. 난국의 돌파는 정치로 풀고, 그 주체인 정치인들이 서로를 향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때 협력과 대화가 가능해지는 법이다.

미국·일본과 상대하고 중국과 북한 등 대화가 어려운 상대국들과 협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국내 정치인들이 서로를 격하게 비난하면 자중지란에 빠지게 된다. 정치가 실종된 여의도에 막말과 다툼이 난무할 때 외세는 언제 우리를 다시 식민지 시대로 되돌리려 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다. 정치인들의 절제와 상호존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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