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군-일본 25곳 '인연'
방문 일정 연기 또는 취소
"이것까지 막을 필요 있나"
소통 계속 이어가는 곳도

일본에 자매도시·우호교류도시를 둔 지방자치단체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연수·여행 취소가 확산하는 분위기인데, 꾸준히 교류와 협력을 해온 지자체로서는 이를 이어가느냐 중단하느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황 = 각 지자체는 자매도시 또는 우호교류도시를 두고 있다. 시·군 누리집에는 결연 시기, 교류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으며 해당 도시 위치, 인구, 면적, 특산물 등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 모두 살펴봤더니 경남도와 시군은 일본 25개 지역과 자매도시·우호교류도시 협정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자매도시와 우호교류도시는 유사하지만 '자매(또는 형제)'라는 단어가 포함될 때 협정이 좀 더 강한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양 도시가 경제·문화 등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의향서나 양해각서를 쓰기에 결연 취소와 같이 일종의 강제 조항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경남도와 시·군도 대체로 일본 지자체 1곳 이상과 각각 교류를 해오고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4곳, 진주시와 밀양시는 3곳으로 일본 쪽 자매·우호도시가 많은 편이다. 의령·하동·산청·함양·거창은 일본 내 자매도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교류 중단·방문 취소 잇달아 = 국내 '노 재팬(No Japan·일본산 불매운동)' 영향으로 도내 일부 지자체는 일본 방문을 취소하거나 교류를 중단했다. 앞서 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도 6박 7일간 일본 재난대비시스템 공무국외연수를 취소했다.

거제시는 후쿠오카현 야메시와 교류해왔는데, 이달 말 예정했던 청소년 문화교류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독도 탐방을 검토하기로 했다. 창원시도 내달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오가키시에서 진행하는 창원시립소년소녀합창단 교류공연을 연기했다. 창원시는 1995년 오가키시와 우호도시 결연을 하고, 1999년 일본 첫 공연을 시작으로 해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공연 교류를 이어왔다.

▲ 2011년 일본 오가키시 스위토피아센터 음악당에서 창원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오가키소년소녀합창단(하늘색 옷)과 교류 공연을 펼쳤다. /창원시
▲ 2011년 일본 오가키시 스위토피아센터 음악당에서 창원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오가키소년소녀합창단(하늘색 옷)과 교류 공연을 펼쳤다. /창원시
▲ 일본 후쿠오카현 야메시와 교류를 해온 거제시는 이달 말 예정했던 청소년 문화교류 방문일정을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문화교류 행사 모습. /거제시
▲ 일본 후쿠오카현 야메시와 교류를 해온 거제시는 이달 말 예정했던 청소년 문화교류 방문일정을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문화교류 행사 모습. /거제시

이 같은 분위기에 다른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교류행사 추진을 두고 망설이고 있다. 경남도는 우호교류도시인 오카야마현과 협정 10주년을 맞아 9월께 양쪽 부지사가 오가는 일정을 계획했지만, 현재 연기 또는 취소를 검토 중이다.

진주시는 여름방학을 맞아 내달 15일 국제교류도시인 마쓰에시 중학생들이 진주를 방문할 예정인데, 교류 행사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하고 있다. 김해는 9월 말 무나카타시 미아레축제 방문, 김해시체육회 민간스포츠 교류, 10월 박물관 교류 등을 계획했는데, 최종 결정을 못 내린 채 보류 등을 고민하고 있다. 함안군도 오는 10월께 청소년 홈스테이 방문 계획이 있는데, 먼저 행사를 제안한 처지여서 취소를 고민 중이다.

◇"한일 관계 악화해도 지속 교류" = 양쪽 정부 관계와 상관없이 교류사업을 이어가는 흐름도 있다. 창원시는 2000년 히메지시와 자매도시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매년 청소년 홈스테이 사업을 하고 있다. 한일 정부 관계가 나빠진 최근에도 이는 끊기지 않았다. 히메지시 청소년 8명은 지난 23일 창원에 도착, 오는 29일까지 또래 청소년 집에 머무르며 생활한다.

통영시도 사야마시와 1973년 자매결연한 이래 양 도시 간 홈스테이를 통해 문화체험을 하고 있다. 민간단체인 통영국제교류협회에서 주도하는데,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11월 방문 일정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고성군도 청소년 교류사업으로 다음 달 초순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학생 10명과 인솔자 3명 등 13명이 고성을 찾을 예정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일본 학생들이 고성을 알고자 오는 것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남·부산·전남·제주 등 국내 4개 시·도와 일본 4개 지자체가 협력하는 '한일해협연안 시도현 교류 지사회의'는 과거 독도 갈등 등에도 끊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의는 한일 8개 지자체 공동번영을 모색하고자 1992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경남도 대외협력담당관실 관계자는 "올 12월 나가사키에서도 지사회의가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해도 취소된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이 같은 교류나 민간 차원의 교류까지 이어갈지 취소할지 지자체마다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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