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착용 여부는 개인 선택
비난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할 일

얼마 전 공연을 마치고 공항으로 들어오는 가수 화사의 옷차림이 문제가 되었다. 흰티에 노브라였던 것이다. 그날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화사와 노브라'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런데…. 공식적인 행사도 아니고 예의를 갖추어야 할 상황도 아니고 집에 가려고 공항으로 들어오는 길 아니었던가? 그런 자리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렇게 논란이 될 일인가 의아했다. 공공장소에서 반드시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는 것인지, 노브라가 왜 선정적이라는 것인지, 브래지어의 착용 여부가 예의의 기준이 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브래지어는 가슴의 모양을 잡아주는 속옷이다. 가슴이 처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슴의 모양이, 처진 가슴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굳이 입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브래지어의 이 기능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가슴 처짐은 브래지어의 착용 여부보다 흡연과 임신 경험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연구 결과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여성의 대부분은 브래지어가 불편하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브래지어는 과도하게 가슴을 압박하고 특히, 와이어가 있는 경우 여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최근 브래지어는 와이어리스와 브라렛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브래지어는 불편하다.

그렇다면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것이 왜 선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일까? 브래지어를 하지 않음으로써 드러나는 유두가 선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라면 너무나 말도 안되는 편견 아닐까? 노브라를 선정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오히려 문제 아닐까 싶다. 남성들도 얇은 티만 입는 경우 유두가 드러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일부 남성들은 밴드를 붙여 이를 감추기도 하지만 대부분 남성은 그냥 자연스럽게 다니고 대부분 사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외국에서는 길거리에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다니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것이 선정적이라거나 예의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맨살에 티를 입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시선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노브라가 선정적이라거나 예의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문화이다. 무엇보다 이는 문화를 넘어 마치 규범처럼 작동한다. 브래지어를 벗는 행위는 개인 선택이 아니라 규범을 어기는 행위로 인식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 나온 설리의 말처럼 브래지어는 액세서리일 뿐이다. 브래지어를 착용할지 말지는 개인이 선택하는 문제이다. 단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을 필요도, 비난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브래지어를 넘어 겨드랑이 털을 제거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혐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지나친 복장 규제, 발의 변형을 가져오는 구두에 대한 강요 등 예의나 매너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여성의 몸에 대한 수많은 규제는 결국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이다. 이러한 문화는 시대 변화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설리나 화사와 같은 연예인들의 노브라가 논란이 되면서 최근 브래지어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탈브라,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억지로 꾸미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어찌 보면 탈브라, 탈코르셋 운동이 BTS가 말하는 '러브유어셀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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