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아닌 우리 정부 욕하는 자유한국당
불매운동 나선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나

중복(中伏)이 지났다. 일본여행 예약률이 예년에 비해 반토막 날 정도로 뜨거운 여름, 먼저 눈길이 가는 글이 있다. "나라와 당이 어떻게 되든 자기 밥그릇만 지키면 된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심산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최근 국가적 위기와 정권의 실정에 대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내놓은 기억이 없다." 날이 바짝 서 있는 이 글은 한겨레 등 이른바 진보언론에 실린 글이 아니다. 평소 자유한국당을 애정하는 조선일보 사설(7월 18일 자 "총선 날만 기다린다는 '비호감' 한국당의 착각")에 실린 내용이다. 뭔가 좀 어색하고 웃기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라면받침대나 개똥받이로도 쓰기 싫은 조선일보가 실어서일까. 암튼 결론은 이것이 지금 자유한국당의 본질이고 실체라는 것이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 동안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이른바 보수'와 보수언론들은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과 경제정책에 대해 거의 저주에 가까운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니까 지난 2년 동안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나 이른바 보수 신문 사설 및 칼럼에 따르면 이 나라는 이미 망했어야 한다. 망했는가? 망하지 않았다. 그런 바람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증오와 질투에 눈이 멀어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경에 빠졌고, 그것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최근의 한일 갈등에 대응하는 자세로 나타나고 있다.

민족 감정에 불을 질러서 대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염천을 지나는 늙은 개도 아는 사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경제보복을 가하는 아베 정부의 처사는 개보다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베와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일부 보수 정당들과 언론은 "우리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 "일본 정부의 잘못보다 우리 정부의 무능이 더 문제다"라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무조건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등 입만 번드르르한 소리나 해대고 있다. 이들의 말을 뒤집어보면 결국 "일본은 힘이 세니까 그냥 무릎 꿇고 살자"거나 "무능한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내놓으라"는 주장이나 다름이 없다. 참 어처구니없고 부끄러운 일 아닌가. 아무리 값이 싸도 유니클로에서 옷을 사 입지 않고 아사히맥주는 마시지 않겠다는 우리 동네 아줌마 아저씨보다 못하질 않은가.

엊그젠 실시간 검색어로 일본의 구로다 기자가 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관한 칼럼 때문이다. 제목이 '일본 제품 불매에 대한 고소'. 그러니까 쓴웃음이다. 우리 국민의 불매운동에 대해 일본은 비웃음 혹은 쓴웃음을 보내는 상황이다. 어디 이뿐인가. 후지 티브이(TV) 논설위원 히라이 후미오는 "문재인을 자를 수밖에 없다"고 극언까지 뱉어냈다.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조국 민정수석은 이른바 '죽창가'를 올린 이후로 9일 동안 페이스북에 40건이 넘는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경제, 안보, 민생 등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야당 탓을 하기 위해 친일 몰이나 하는 한심한 청와대와 여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新) 친일이라는 것은 2019년도에 벌어지는 '일본 팔이'로서 2년 내내 '북한 팔이'로도 모자라 이제부터는 일본 팔이를 하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건 뭐, 중복의 성냥팔이도 아니고…. 할 말이 없다. 중복이 지났다. 험상궂은 얼굴로 칼이나 활을 든 채 해적선에서 뛰어내려 한반도 해안가를 노략질하던 '왜구' 거기에 '토착'을 결합시킨 신조어 '토착왜구'란 말이 자꾸 입에 붙는 건 무슨 까닭일까. 정신 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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