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들 소음·악취 호소
환경단체 "지역자원 활용"제안

김해시 구산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5월부터 구지봉(사적 제429호) 소나무 숲에 몰려든 백로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김해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새벽 3시부터 백로들이 여기저기 모여 지저귀는 소리로 소음은 물론 배설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며 시에 백로떼 퇴치를 호소하고 있다. 이 백로떼는 지내동과 수로왕비릉에 흩어져 서식하다가 최근에 구지봉 인근으로 몰려들어 집단서식하고 있다. 구지봉 일원에는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해반천이 있어 백로 먹이인 물고기(치어)가 풍부한 데다 둥지 틀기에 적합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것이 집단 서식처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구지봉 서식 백로떼는 어린 새끼를 포함해 1000여 마리로 추정된다. 백로떼는 4월부터 날아와 9월 동남아로 떠날 때까지 서식하며 둥지를 틀어 새끼를 낳고 있다. 이에 김해시는 백로떼 퇴치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 대책으로는 빈 둥지 철거와 물대포 살포, 공포탄 발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 이 같은 대책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위한 근원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이하 김해양산환경련)이 반발하고 있다.

김해양산환경련은 "구지봉에 백로떼가 서식하면서 사적지 내 수많은 소나무가 백로떼의 분변으로 말라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양산환경련은 백로떼가 구지봉으로 몰린 데는 지내동 인근 농지에 농약을 살포해 백로떼 서식환경이 악화한 데다 수로왕비릉 내 잔디와 적송 보존을 위해 기존 서식지에서 쫓아낸 것이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 김해 구지봉 소나무숲 백로 서식지 모습.  /김해시
▲ 김해 구지봉 소나무숲 백로 서식지 모습. /김해시

이 단체는 "시가 물대포 살포나 공포탄을 발사하는 것은 백로에게 순간 위협이 돼 오히려 예기치 못한 살생을 낳을 수 있고, 백로가 구지봉 일원이 집단 서식처가 아니라고 판단해 이곳을 떠나게 하기에는 무용지물인데다 행정력만 낭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항에서 비행기 충돌 예방차원에서 사용하는 공포탄을 대나무와 소나무 등 숲이 우거진 곳에서 발사하면 아직 날 수 없는 어린 새끼 백로들이 총소리에 놀라 도망가면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죽는 데 대한 책임소재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해양산환경련은 "단기 대책으로 백로떼가 오는 9월 동남아 지역으로 떠나기 전에 어린 새끼들이 주변에 흩어져 새 터전을 찾거나 중간 기착지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체력을 키울 때까지 15일 정도는 주변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빈 둥지를 장대로 철거하고, 물대포는 EM 등 친환경 세제를 섞어 백로 배설물을 씻어 내리며, 배설물로 악취를 유발하는 나뭇가지들은 용역을 발주해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 방안으로는 "시가 개발과 훼손으로 백로 서식지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대체 서식지를 마련해 백로를 지역자원으로 활용하는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사례로 울산의 태화강방문자센터 '여울이날' 마을기업은 겨울 철새인 태화강 까마귀와 백로를 소재로 겨울 철새 학교와 백로생태학교를 운영해 울산의 명물로 만들었다는 점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빈 둥지는 철거하고, 소방서 등과 협조해 악취를 줄이고자 EM 등 환경세제로 서식지 내 배설물을 청소할 계획"이라며 "내년 2~3월 초에 아예 백로가 이곳으로 이동해오기 전에 대체 서식지를 확보해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김해를 찾는 백로를 받아들여 생태관광도시로서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대책은 없는지 모색하고, 김해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관련 전문가, 주민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대체서식지와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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