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선언 66년 만에 남북미 세 정상 판문점 만남
북미 48분간 단독회담…비핵화 협상 재개 합의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큰 고개 넘어"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미 세 지도자가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2019년 6월 30일 오후 3시 51분이었다. 

정전선언이 있은 후 66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남북한 분단을 고착화한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5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한 다음 함께 북측으로 10여m 넘어갔다.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정전협정 두 주체가 군사분계선을 허문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다. 이 행동 자체만 보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께서 분계선을 넘은 것은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렇게 만나 기쁘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우리는 훌륭한 우정을 갖고 있고, 짧은 시간에 연락을 했는데 만남이 성사돼 기쁘다"고 말했다.

▲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3시 51분께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기하던 문 대통령이 현장에 나오면서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됐다.

북미 정상은 오후 3시 54분에 자유의 집으로 들어간 뒤 3시 59분께 모두발언을 하며 회담을 시작했다. 이후 4시 4분부터 배석자 없이 단독 회담에 들어감으로써 사실상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은 48분 정도 계속됐고, 4시 52분에 끝났다.

이날 만남으로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됐던 북미협상 재개에 물꼬가 틔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 앞으로 복잡한 많은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오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번 판문점 북미회담과 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건 무엇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깎인 체면을 살리면서 대내적으로 힘을 받게 됐고, 대화 재개로 대북제재를 완화·해제할 수 있는 실리까지 챙길 기회를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문 대통령 또한 앞서 서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인공이자 한반도의 피스메이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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