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비핵화 의지 재확인
폼페이오 주도 실무협상 예정
미국서 3차 회담 개최 가능성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단의 땅'이던 북한땅에 발을 내디뎠다. 이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북미 및 남북미 정상 회동은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허무하게 끝난 이후 한반도 정세가 미묘하게 흘러가던 시점에 성사돼 기대감을 키운다.

회동이 성사되기 전까지 북미 양측은 비핵화의 접근 방식 등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이어갔다.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시한'을 '연말'로 제시한 뒤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 중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음을 보여줬고 미국은 대북제재망을 다잡은 채 장기전 대비 태세로 들어선 모양새였다. 북미관계가 삐걱대면서 남북관계도 단절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판문점 회동은 반전, 한반도 정세의 급반전을 가져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상호 신뢰를 확인한 만큼 극단적인 상황 악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또 북미대화 재개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은 실무회담을 강조하고, 북한은 다시 정상 간에 담판을 짓는 '톱다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2∼3주간 협상을 하기로 했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북측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북측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측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실무팀을 꾸리기로 한 만큼 기존 스티븐 비건-김혁철 특별대표 라인 때보다는 좀 더 무게가 실린 실무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의 결과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섰던 두 정상이 약 4개월 만에 다시 만났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한다는 뜻을 밝힌 만큼 실무협상에서 성과가 있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연내에 미국에서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와 더불어 이번 남북미 정상회동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작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공을 들여온 3자 또는 4자(남북미중) 종전선언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미국은 하노이 이후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고자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이 말은 결국 싱가포르 공동성명 합의 1∼3항의 내용 중 비핵화뿐 아니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도 동시·병행적으로 논의하고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결국 종전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 하노이 정상회담 때 논의되다 물거품으로 돌아간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관련 대북 상응 조치들이 이번 북미,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토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판문점 회동이 최대 현안인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 간의 견해 차이를 일거에 해소할 계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속' 없는 '외교 쇼'로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사실 하노이회담 이후 북미 간에 실질적인 비핵화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신경전이 계속된 터에 북미 정상의 짧은 만남 이후 한쪽이 전격적으로 양보를 할 것으로 기대할 근거는 부족하다.

내년 대통령 선거전에 내세울 대표적 외교성과로 꼽는 북미관계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협상보다는 트럼프와의 특별한 관계에 기대 협상을 재개하길 바라는 김 위원장의 이해가 일치한 데 따른 '일회성 이벤트'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역사적인 이번 이벤트가 한반도 관련 대화 흐름에 동력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