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에서는 편의점만큼 과일 가게가 많다. 겉모습으로는 숙성 정도를 알기 어려우므로 깐 과일 구입을 추천! /김해수 기자
▲ 호찌민에서는 편의점만큼 과일 가게가 많다. 겉모습으로는 숙성 정도를 알기 어려우므로 깐 과일 구입을 추천! /김해수 기자

동남아가 '과일 천국'이라지만 동남아를 여행하며 과일을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다. 다소 부담스러운 비주얼 탓이겠지. 남편과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열대 과일을 마스터해보기로 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마트 과일 코너에 들어섰다. 그런데 아…. 혼란하다 혼란해. 도저히 속을 짐작할 수가 없다. 뭘 사야 할지 몰라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다 점원 눈치가 보여 일보 후퇴를 했다. 다음 날 남편을 대동해 다시 찾은 마트. 남편의 조언처럼 '경험을 산다'는 마음으로 못 먹어본 과일 10여 종을 구입했다. 지금부터 직접 씹고 뜯고 맛보고 엄선한 7가지 과일을 소개하려 한다. 더불어 '기미 상궁' 역할을 충실히 해내 준 남편에게 심심한 감사를 보낸다.

▲ 자몽 친구 포멜로. /김해수 기자
▲ 자몽 친구 포멜로. /김해수 기자

자몽 친구 '포멜로' -단맛 : ★★★☆☆

한때 '덴마크식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나도 그즈음 생애 처음 자몽을 맛봤다. 그 비싸고 쓰기만 한 자몽. 포멜로가 자몽류라고 하기에 첫인상이 좋진 않았다.(여전히 내 다이어트가 실패한 건 자몽 탓이라고 믿고 있다.)

과육 색은 흰색과 분홍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다양하다. 크기는 지름이 20㎝가량으로 자몽보다 훨씬 크다. 두께가 1㎝ 정도 되는 껍질을 뚫고 겨우 반으로 잘랐다. 과육을 꺼내려는데 껍질에 찰싹 붙어 있어 뜯을 수가 없다. 결국 사과 깎듯이 한 알 한 알 깎아 먹었다. 웬만하면 까놓은 포멜로 사먹기를 추천한다.

맛은 자몽과 달리 쓴맛은 거의 없고 단맛이 지배적이다. 씹을 때마다 알갱이 알알이 담긴 상큼한 과즙이 톡톡 터진다. 결이 최애 간식인데, 결이 아빠도 참 좋아한다. 먹는 비율은 결이 한 조각에 아빠 한 통.

▲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김해수 기자
▲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김해수 기자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 -단맛 : ★★★★★

망고스틴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즐겨 먹었다고 해 '과일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단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덕분에 꽤 유명한 과일이다.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는데 들어보면 묵직하다. 껍질은 두껍고 단단하다.

먹는 방법은 먼저 가로로 껍질 부분만 칼집을 낸다. 위아래 껍질을 잡고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껍질과 과육이 분리된다. 한쪽 껍질을 벗겨 내면 마늘 알처럼 생긴 새하얀 과육이 나온다. 씨도 있어 과일 크기에 비해 먹는 부분이 적은 점은 아쉽지만, 맛은 여왕이 즐겨 먹었을 법하다.

과육은 쫄깃하고 단맛이 강하다. 과즙이 많아 수분을 충전하기에도 좋다.

▲ 이름 부자 스타애플. /김해수 기자
▲ 이름 부자 스타애플. /김해수 기자

이름 부자 '스타애플' -단맛 : ★★★★☆

'스타애플'을 검색하면 여러 이름이 나온다. 파나마사과, 골든리프트리, 카이미토, 카이니토, 밀크플루트 등. 지역에 따라 다른 스타애플의 이름들이다.

종류는 풋사과 같은 연두색과 가지 같은 암적색 두 가지이다. 겉모양은 큰 특징 없이 그냥 동그란 게 참 재미없게 생겼다. 만졌을 때 단단하다면 덜 익은 것이다. 만졌을 때 물컹해야 먹기 좋은 상태이다. 반으로 갈라보면 사과처럼 씨앗이 대칭으로 붙어 있다.

적당히 썰어 숟가락으로 과육만 퍼먹으면 된다. 단맛이 주를 이루며 식감은 홍시와 비슷하다.

▲ 생과일은 처음이지 람부탄. /김해수 기자
▲ 생과일은 처음이지 람부탄. /김해수 기자

생과일은 처음이지 '람부탄' -단맛 : ★★★★☆

성게처럼 생긴 람부탄은 한국에서도 많이 봤을 것이다. 맞다. 뷔페 과일 코너에 가면 냉동 리치 옆에 있는 걔. 하지만 그동안 먹었던 람부탄은 잊어주길 바란다. 생 람부탄과 냉동 람부탄은 전혀 다른 과일이니.

현지에서 먹는 람부탄은 한국에서 먹은 것과 비교해 크기부터 압도적으로 크다. 또 매끈한 과육은 껍질이 비좁아 보일 정도로 실하고,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과즙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신선함과 단맛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에서 사람들이 진짜 맛을 몰라줬으니 람부탄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싶다.

손으로 까먹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해 현지인들 간식으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남편 피셜)

▲ 주스로만 드세요 패션프루트./김해수 기자
▲ 주스로만 드세요 패션프루트./김해수 기자

주스로만 드세요 '패션프루트' -단맛 : ★★★☆☆

식당 음료 메뉴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름이다. 모양은 빨간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갈라보면 씨를 품고 있다.

어떻게 먹는지 몰라 숟가락으로 씨와 즙을 함께 떠먹었는데 씨가 많아도 너무 많다. 이걸 씹어야 하나 뱉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검색을 해봤다. 씨까지 씹어먹는 거라는데 목에서 넘어가지 않아 남은 건 남편에게 패스. 다행히 남편 입에는 맞나 보다.

남편은 달다고 했지만 나는 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신맛에 약하다면 먹기 어려울 수 있다. 환공포증이 있다면 보는 것도 힘들겠다. 다 떠나서 먹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데, 주스로만 드시길.

▲ 용의 심장 용과./김해수 기자
▲ 용의 심장 용과./김해수 기자

용의 심장 '용과' -단맛 : ★★☆☆☆

용과를 두고 용의 심장처럼 생겼다고 한다. 용의 심장은커녕 용도 본 적이 없는데. 비슷하게 황당한 과일 이름으로는 용안이 있다. 용의 눈을 닮았단다. 먹을 거 앞에 두고 괜히 까칠하지 말자.

용과는 붉은 껍질에 과육이 붉은 용과와 과육이 흰 용과, 껍질이 노란 용과가 있다. 눈길을 잡는 붉은 용과를 택했다. 화려한 겉모습이 매우 강렬한 맛을 기대하게끔 했다. 반으로 갈랐더니 더욱 시뻘건 과육이 나온다. 검은깨처럼 작은 씨가 붙어 있으니 색의 대비가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단맛일까 신맛일까 한 입 물었는데, 엥?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밍밍한 맛. 한 통을 다 먹고 나니 단맛이 있었던 것 같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수분이 많아 샐러드에 넣으면 딱이겠다.

▲ 홍삼 젤리 맛 타마린드. /김해수 기자
▲ 홍삼 젤리 맛 타마린드. /김해수 기자

홍삼 젤리 맛 '타마린드' -단맛 : ★★★☆☆

강아지가 싸놓은 응가 같기도 하고, 마른 콩 껍질 같기도 한 모습에 맛을 예측하기 가장 어려웠다.

적갈색 딱딱한 껍질은 손으로 살짝 힘을 주니 공갈빵처럼 쉽게 깨졌다. 속에서 찐득찐득한 진갈색 과육이 나왔다. 이번에는 별별 맛을 보느라 지친 기미 상궁을 대신해 내가 먼저 먹었는데, 웃음이 빵 터졌다. 이것은 마치 '홍삼 젤리'. 새콤달콤 상상도 못한 한국적인(?) 맛이 재미있어 남편이 남긴 것까지 다 먹었다. 단 딱딱한 씨가 숨어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실 타마린드는 주로 조리를 해 먹거나 소스로 만들어 먹는다. 동남아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동명의 '타마린드 소스' 주재료 되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