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가 3.1% 내리는데 그쳐
도매가 32% 급락과 대조적
중간상인·유통업체 폭리 탓

양파 생산량이 평년보다 증가하면서 가격이 급락했지만 소비자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 단계에서 이익을 챙기는 구조 탓에 산지 가격 폭락이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가격, 도매가보다 3배 비싸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상순 전국 양파 상품의 평균 도매가격은 ㎏당 725원으로 같은 기간 소매가격 1916원과 2.6배 차이가 났다. 지난달 중순 평균 도매가격은 ㎏당 489원으로 상순보다 32.5% 떨어졌으나 소매가격은 1856원으로 3.1%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난 17일 창원지역 양파 상품의 1㎏ 소매가격은 1560원으로 전국 평균 도매가격(420원)과 3.7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창원지역 한 마트에서는 양파 중(망)을 259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니 1578g. ㎏당 소매가가 1600원을 훌쩍 넘는다. 인근 다른 마트에서는 1.8kg 한 망에 2580원 가격표를 부착해놨다. ㎏당 소비자 판매 가격이 1433원꼴이다. 마트마다 자체 특별행사를 진행하면서 유통 채널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전국 평균 도매가격보다 3배가량 비싼 곳이 더러 있었다.

이 같은 양파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차이는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유통업체의 판매 가격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서울의 유통업체 300곳의 양파 가격을 조사한 결과, 산지 가격이 보름 새 30%가량 떨어졌지만 소매가격은 불과 3%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마트에 장을 보러 왔다가 양파 한 망(1.8㎏)을 구입한 이 모(65·상남동) 씨는 "산지에서 폐기할 정도로 양파가 풍작이라고 들었는데, 평소와 가격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늘 사는 가격으로 샀던 거 같다"며 "농민들 생각해서 많이 먹어줘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가격이 내리지 않으니, 꼭 필요할 때 말고는 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 창원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양파를 들고 서 있다. /문정민 기자
▲ 창원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양파를 들고 서 있다. /문정민 기자

◇이윤 챙기는 유통구조 탓 = 양파 도매가격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중간 상인과 유통업체가 폭리를 취하는 구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양파의 유통비용이 소비자 가격의 71%다. 양파 가격의 70%를 유통업자들이 챙기고, 농가에는 30% 정도만 떨어진다는 얘기다.

출하자→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단계 탓에 농민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과도한 유통마진 확보와 적정하지 않은 공급량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유통업체는 양파 도매가격 인하분을 적극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야 하고 정부도 농민을 위한 정책만 내놓지 말고 소비자 가격으로 시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격 안정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양파 출하 안정 위해 2만 6000t 긴급 수매 = 정부는 가격이 급락한 양파 수급 안정을 위해 양파 2만 6000t 추가 수매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 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 출하 안정 대책을 추진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농협과 함께 비계약재배 물량(농협 수매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대상으로 2만 6000t을 추가 수매한다. 정부가 6000t을, 산지 농협이 2만 t을 맡는다. 수급상 과잉 잔여 물량 전부를 시장 격리 또는 수확기 이후로 출하 조절하기 위해서다. 또 산지 유통인의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원물 매입에 필요한 자금 35억 원을 aT를 통해 특별 지원하고 양파 수출물류비 지원을 ㎏당 204원에서 274원으로 상향한다. 도매 시장, 대형 유통업체, 급식소 등 대량 소비처와 긴밀히 협력해 시장 안정화와 소비 촉진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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