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지키고 일구며 자연 지켜나갈 힘
생명 살림 뜻 함께할 사람 많아지길

지나가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농부의 유월이다. 아침마다 경운기를 타고 밭을 오가는 할아버지들과 호미 한 자루 들고 밭으로 걸음을 재촉하시는 할머니들의 걸음에서 농번기의 기운을 느낀다.

바쁜 농사철이 되면 할머니들은 "아이고, 내년에는 농사 그만 지을란다. 힘도 없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서 이제는 못하겠다" 하신다. 사실 이 말씀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들은 말이다. 하지만 봄이 오면 여지없이 논으로 밭으로 나오신다. 봄이 되어도 보이지 않는 분들이 있어 물으면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단다. 마지막 순간까지 일평생 땅에서 살다가 그렇게 죽음을 맞으신다. 한 해 한 해 세월이 지나면서 새벽마다 들려오던 경운기 소리가 하나둘 사라지고, 밭에 앉아 풀을 매시는 할머니들, 정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어르신들의 자리가 비어간다.

앞으로 10년 뒤쯤에는 이 마을에 누가 살고 있을까? 땅을 지키고 살리는 농부들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이미 농촌은 사라져가고 있다.

점점 농부가 줄어들면서 현재 남아있는 농부들은 기계와 시설투자를 통한 대량생산 시스템을 좇아간다. 대량생산과 소비를 위한 시스템은 자연의 순환을 따를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땅을 지키는 생명농업은 어려워진다.

자연환경을 지킴으로 인간의 생명도 지킬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땅과 종자 그리고 물을 지키는 일이 너무도 소중한데 이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 특히 젊은이들이 생명살림의 가치를 알고 이 삶을 선택해 주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농민으로 사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도태되거나 적응하지 못해 밀려난 인생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청년들이 이 길을 선택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구조다. 우리 모두가 이런 생각과 가치를 넘어서야 한다. 이 일은 농부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을 함께 이루어 내어야만 가능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귀농을 생각하며 시골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삶의 자리를 옮기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가 마음으로 기도하기는 시골살이를 결심하는 동기와 이유가 생명을 가꾸고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한 선택이길 바란다. 자연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대체 불가능한 일이어야 한다. 사회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농부들을 귀하게 생각해 주고 그 삶을 응원하고 지원하며 격려해 주어야 한다. 도시와 시골이 서로의 삶을 격려하고 공감하며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소농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계속해서 땅을 지키고 일구며 자연을 지켜갈 힘을 가질 수 있다. 도시에도 농촌에도 생명살림의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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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를 소중히 생각하며 땅을, 생명을 살려나가는 소농들이 마을을 이루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필요한 정책과 지원도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이 삶을 꿈꾸고 도전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사라지고 있는 농촌이 젊은이들에게 자기다운 색깔을 가지고 살아갈 기회의 땅이 되기를 바란다. 아직 현실적인 벽이 높아 보이지만, 우리가 함께 넘어서야 할 벽인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이 이 벽을 넘는 도전에 용기 내어 주기를, 국가가 이러한 청년들에게 기회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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