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도지사, 편법·행정력 동원해 절차 강행
'조례 개정 필요'사실 알고도 "결론 나면 의회 통보하면 돼"
정부 승인 피하려 신용 대출…폐업 집행 위해 환자 내보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재임 시절 강행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진상조사 1차 결과가 나왔다.

11일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진상조사 1차 보고대회가 경남도의회에서 열렸다. 도의회가 본회의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처리한 지 꼭 6년을 맞은 날이다. 진주의료원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3개월간 활동해왔다.

진상조사위는 홍 전 지사가 편법과 행정력을 동원해 무조건 '폐업'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홍 전 지사의 폐업 결정이라는 처분을 인정했다. 다만, 행정소송법에 따른 처분 인정이지 결정이나 지시·명령에 해당하는 문서로서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진상조사위는 홍 전 지사가 폐업 결정에 참여하거나 지시한 경위를 찾는 데 중점을 뒀다. 더불어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위한 대출계획, 도지사 지시 사항 문서 등을 확인했다.

특히 경남도는 당시 소송과정에서 '홍 전 지사가 2013년 5월 29일 자 폐업명령을 한 사실이 없다'거나 '홍 지사의 폐업 방침 발표는 처분이 아니다, 폐업은 적법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공개한 홍 전 지사 결재 서류를 보면 경남도 주장과 다르다.

▲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1차 보고대회가 11일 오후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진상조사위 박윤석 간사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보고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홍 전 지사는 진주의료원이 조례 개정 후 폐업이나 해산 등이 이뤄지는 것을 알고도 강행했다. 폐업 발표 후인 2013년 3월 5일 홍 전 지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회에서 폐업이 안되면 휴업은 취소해야 한다"고 답변했지만 4월 들어 입장을 바꿨다. 홍 전 지사는 그해 4월 9일 도의회에서 "TF팀을 두 달 해보니 폐업이 정답이다. 그래서 폐업결정을 내렸다. 결론이 나면 의회에 통보하고 그때부터 도의회 공론화 절차를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에 앞선 2012년 10월 경남도에 제출된 진주의료원 경영전략과제 이행계획도 사실상 묵살됐다.

당시 이행계획에는 31명 명예퇴직 등 체질개선과 병동 축소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홍 전 지사는 2013년 1월 진주의료원 원장 사직서를 처리한 데 이어 2월 28일 16명이 명예퇴직하기 이틀 전에 폐업을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명예퇴직이 이뤄질 경우 폐업에 대한 정당성을 잃기 때문이라고 봤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위한 대출 계획안을 작성하고 400억 원 대출을 받았다. 도는 경남은행에 제출한 계획안에서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에 따라 휴·폐업 시 체불임금 등 부채청산을 위한 자금 부족에 대해 금융권 대출로 지원 청산코자 한다'고 했다.

더구나 이 대출 과정에서 강제 폐업을 위해 높은 금리까지 감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출 계획안에 '신용대출 시 경남도에서 연대 보증할 경우 도의회 승인, 의료원 소관 부동산 담보대출 시 보건복지부 승인 필요', '금리는 다소 높으나 보건복지부 승인 등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신용대출로 추진코자 함'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더불어 폐업 집행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환자 강제 퇴원을 했고, 이를 위해 경남도 86개 부서 행정력이 동원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와 함께 진주의료원에 대한 약품 공급을 중단하고 환자 모두를 전원 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도의회에서 해산 조례안이 통과되기 전에 약물 공급을 중단하면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앗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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