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근거가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의료, 교육 등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권과 사회복지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특히 이들이 배제당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권리 중 하나는 교육권이다. 이주아동이 직면한 교육권 배제 문제의 심각성은 이주민이 유입된 30여 년 전 시작된 일이지만, 2001년에야 정부는 의무교육과정의 경우 학교장 재량에 따라 취학이 가능하도록 했다. 2006년에는 초등학교 재학 미등록 이주아동과 그 부모에게 최장 2008년 2월 말까지 특별체류자격을 부여하여 213명에게 혜택을 주었고, 2010년 법무부 내부지침으로 초중학교 재학 미등록 이주아동의 강제 출국을 졸업 때까지 유예했다. 2013년부터는 고등학생에게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지침이니만큼 일관된 적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인권단체에서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 등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치권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을 마냥 외면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이주아동의 기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18대 국회의 김동성 의원에 이어 19대 국회의 이자스민 의원은 이주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하여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기본적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두 법안은 모두 보수 기독교 단체와, 이슬람교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거센 반발로 법사위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심지어 김동성 의원의 대표발의는 소속 정당인 당시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지원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유엔의 이주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은 아동이 출생 국가에 등록되고 국적을 취득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은 1991년에 이 협약에 가입했음에도 전혀 후속조치를 밟지 않아 유엔의 원성을 사고 있다.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2013년 유엔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가 부모의 지위에 상관 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 등을 정부에 촉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법상으로나 인권감수성으로나, 부모의 체류 자격을 이유로 이주아동의 권리를 외면할 수 있는 구실은 없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