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이란?

뇌전증(腦電症, Epilepsy)은 뇌세포의 비정상적인 과흥분에 의해 일어나는 질환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간질'이라는 병명으로 알려져 있다. 간질이라는 병명 자체가 잘못된 용어는 아니다. 이전에는 의료진들도 사용하는 공식적인 병명이었다. 그러나 간질이라는 용어 자체에 부정적인 편견이 덧씌워져 환자들 및 가족들의 이차적인 고통이 발생했다. 이에 새로운 명칭의 필요성이 대두해 2012년부터 공식적으로 간질이란 병명을 쓰지 않고 뇌전증을 사용하고 있다.

뇌전증의 원인은 크게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인 원인은 유전자 이상 또는 태아/유아기 때의 뇌 발달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다. 주로 20대 초반 이전에 첫 증상이 발생한다. 후천적 요인은 뇌혈관질환이나 뇌종양, 뇌염 등 다른 원인에 의한 뇌 손상이다. 기존에 건강하던 30대 이상 성인에게 뇌전증이 발생한다면 이는 다른 원인의 뇌 손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뇌전증의 증상

보통 뇌전증이라고 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져 거품을 물고 전신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을 연상한다. 이는 뇌전증 증상의 한 종류인 '전신 강직-간대성 발작'이며 이외에도 여러 형태의 뇌전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아기에 발생하는 소발작, 또는 결신 발작은 일상 활동 중 수초-수십초 미만의 짧은 시간 동안 동작을 멈추고 멍해지는 증상만 발생한다. 이때 환자 본인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발작이 끝나면 발작 직전에 하던 행동을 그대로 이어서 지속할 수 있다. 몸에 과다하게 힘이 들어가는 강직-간대성 발작과 반대로, 전신 근육의 힘이 갑자기 풀리는 무긴장 발작도 있다. 이로 인해 보행 및 일상 활동 중 쓰러지며 부상을 입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갑자기 멍해지며 입맛을 다시거나 무의미한 손동작을 반복하는 복합부분발작, 의식이 명료하나 신체의 일부분이 본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경련을 일으키는 단순부분발작 등 다양한 형태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뇌전증의 치료

뇌전증은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적절한 약물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진단 과정은 신경과 전문의에 의한 자세한 병력청취와 진찰을 거친 뒤, 혈액검사, 뇌 영상검사, 뇌파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뇌전증 환자 중 70~80%는 꾸준한 약물치료로 정상적인 일상생활, 직업활동이 가능하다. 최근엔 약물에 의해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술, 수술 방법이 개발돼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최근 뇌전증 환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많은 이들이 뇌전증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에선 이미 뇌전증 환자의 운전면허 취득, 갱신에 대한 자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나 홍보 부족 및 법적 구속력 미비로 폭넓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들의 운전면허 취득 및 갱신에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가 이루어질 경우 치료가 필요한 많은 환자들이 뇌전증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을 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의료전문가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들을 수렴해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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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민기 삼일정풍병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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