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업중단 결정했다가 시의회 제동에 유보키로…시민단체 "시장 공약 이행·불소투입 예산 없애야"

경남 김해시 수돗물 불소화사업이 부서 간 엇박자로 이랬다 저랬다 일관성을 잃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시가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할지 말지를 놓고 시민을 상대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또다시 시민의견을 수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민 설문조사를 두 번 하는 셈이다. 시가 행정의 신뢰성을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이런 배경에는 시 수돗물 불소화사업 중단이 허성곤 시장의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시민설문조사를 급조한 것이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민 설문조사는 담당부서인 시 보건소가 하는 게 바람직한데 시 상하수도사업소가 발 빠르게 맡아 추진했다. 이면에는 미리 시장의 의중을 꿰뚫고 불소화사업 중단을 명분으로 삼을 근거를 마련하고자 소위 '알아서 긴' 것이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김해여성회 등 7개 시민단체가 13일 김해시청에서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중단하라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석곤 기자

설문조사 방법에도 하자가 많았다. 한 명이 두 번 이상 응답할 수 있거나 관련법에 따라 거쳐야 할 행정절차도 무시한 채 진행해 불신을 자초했다.

시의회는 "이런 시민설문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종전까지만 해도 불소화사업이 시민들의 충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예산까지 올려놓고 느닷없이 불소화사업 중단 모드로 돌변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관련 예산 일부를 추경안에 반영했다.

집행부가 빼려고 한 관련예산을 시의회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기이한 현상이 초래된 것이다.

시의회의 이런 질타에 시는 오는 8월 중으로 산하단체나 자생단체, 시민·환경단체 등을 상대로 새로 수돗물 불소화사업 중단 여부 의견을 묻기로 했다.

이 결과를 종합검토해 불소화사업 중단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여론 수렴과정도 형식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데 있다.

시 상하수도사업소는 지난 5월 10∼19일 시민 53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불소투입 반대가 62%, 찬성이 38%로 반대여론이 많았다.

시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불소화사업을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시의회의 질타에 부딪혀 그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미적댔다.

이런 시의 어정쩡한 행정은 불소화사업 반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개입을 불렀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과 (사)김해여성회 등 7개 시민단체는 13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가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하루빨리 중단하라"며 성명을 냈다.

이들은 "수돗물 불소화사업 중단이 허 시장의 공약이었던 만큼 지난 5월에 한 설문조사에 성실하게 임했는데 시 보건소가 이 설문조사 결과를 원천무효라고 한 것과 시의회도 이 수불사업 설문조사를 불신하고 설문조사를 다시 하라며 추경예산을 편성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설문조사를 못 믿겠다는 근거가 뭔지,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이 있었다면 무엇이 조작됐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허 시장에게 공약사업을 철저히 이행할 것, 시와 시보건소는 즉각 불소투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시의회를 상대로 불소 여론조사 예산과 불소투입예산 증액을 즉각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김해시치과의사회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 경남도치과위생사회 등 5개 단체는 시가 지난 5월 불소투입 반대가 우세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시가 1998년부터 시민 충치예방을 위해 시행 중인 수불사업이 별다른 문제가 없음에도 일부 소수 반대자 의견에 불소화사업을 중지하려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 시 불소화사업을 놓고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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