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느낌

딸이 느닷없이 1부터 100까지 사이에 숫자 하나를 생각하라더라고.

다행히도 아빠는 이 게임을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숫자를 듣고 내가 생각한 숫자보다 높다·낮다를 말하는 거잖아.

"생각했다."

"72!"

"어! 어떻게 맞췄어?"

오히려 딸이 더 놀랐어. 당연하지.

1부터 100까지 숫자 하나를 한 번 만에 맞출 확률은 100분의 1이잖아.

놀라지 않는 게 더 놀랍지. 그런데 금세 표정관리를 하더군.

게다가 오히려 잘난 척을 하려고!

"어떻게 맞췄는지 알아?"

"아니, 신기하네."

"그냥 느낌이 왔거든."

느낌이라. 나야 뭐 딸이 72를 말할 때 딱 느낌이 왔지.

무슨 숫자를 얘기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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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센스

갑자기 딸이 전화로 퀴즈를 내겠다고 했을 때 뭔 일인가 했지.

전화하는 일도 드문데 퀴즈까지?

"아빠, 들깨를 먹으면 잠이 일찍 깨, 안 깨?"

"음… 덜 깨."

깔깔 웃으며 '딩동댕!'을 외치는 목소리가 어찌나 새삼 반갑던지.

그나저나 딸은 같은 문제를 엄마에게 냈다더군.

그런데 엄마 답이라는 게…

"예지야, 들깨와 자는 건 별로 상관없는 것 같은데…."

 

듣는 나도 숨이 턱 막히더라.

하기야 오죽하면 센스 돋는 아빠를 찾았을라고.

좀 더 크면 아빠도 엄마한테 답답·갑갑했던 거 얘기할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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