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44) 작가는 사람들에게 '쌀롱 언니'라고 불린다. 그는 김해시 내동에 있는 문화카페 '재미난 쌀롱' 운영자다. 이 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이런저런 신나는 일을 꾸밀 때도 항상 중심에 있다. 이런 일로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다. 화가로서 그를 만나는 일은, 그래서 조금 낯설다.가을이 절정인 10월 어느 날 그가 일하는 재미난 쌀롱을 찾았다. 예상외로 그는 화가로서 자신을 만나러 와줘서 아주 고맙다고 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전시 열어요-혹시 화가로 불리면 낯설지 않아요?"아니요. 부산 화랑에서 1년에 한 번은 ...
창원시 진해구 태평동 103번지 남원로터리에는 백범 김구 선생 친필 시비가 있습니다.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진해를 방문하였는데 당시 해안경비대 장병을 격려하고 조국 해방을 기뻐하며 남긴 친필 시를 새겨 만든 비석입니다.이 비석에는 '서해어룡동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盟山草木知)'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에 실려 있는 이순신 장군의 우국한시(憂國漢詩) 중 일부 구절로 임금의 피난 소식을 접하고 나라의 앞날에 대한 근심을 나타낸 글귀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 친필 비석 모습./김구연 기자비석...
언젠가는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여행지가 하나 있다. 유럽 대륙의 북쪽 핀란드 바로 아래 발트해를 북서로 끼고 있는 에스토니아라는 작은 나라다. 이 나라 수도인 탈린에서 5년마다 성대한 노래 축제가 열린다.에스토니아 말로는 '라울루피두(Laulupidu)'라고 부른다. '노래 잔치'라는 뜻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합창단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려고 이동하는데, 그 규모가 실로 대단하다. 최대 3만 명까지 오를 수 있는 무대와 8만 명까지 수용하는 무대 앞 공원을 합하면 모두 11만 명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에스토니...
한창 유명세를 올리며 전도양양하던 성악가를 일순간 무너뜨린 노래가 있었다.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웠던 1988년, 가수 이동원은 노랫말을 찾기 위해 서울 신촌의 한 서점을 방문한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진 사회과학 전문서점인 '오늘의 책'인데, 당시 그 서점은 이념서적 판매로 대학가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서점 구석에서 먼지에 쌓인 시집 한 권을 찾아내어 읽다가 그 길로 여의도에 사는 작곡가 김희갑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의 손에는 이 굳게 쥐어져 있었고,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토록 가수 이동원의 가슴을 뒤흔들었던 시는 바로 ...
산과 들 어디를 둘러봐도 가을은 참 예쁘다. 수확이 한창인 황금 들녘도 그렇고 울긋불긋 아름다운 산들도 그렇다. 마치 단풍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이 되면 여름 내내 초록빛이었던 나뭇잎들이 자연스레 노랑, 빨강으로 물들어 간다. 나뭇잎은 왜 가을에 색깔이 변할까?단풍은 기후 변화로 식물 잎이 붉은빛이나 누런빛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식물 잎에서 생리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초록색 잎이 노란색, 빨간색 또는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이 나타나는 이유는 잎 속에 있는 색...
가을과 함께 우울이 찾아왔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때는 나만의 은둔생활을 하며 최소한의 일상만 유지한다. 휴일엔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천장 벽지 무늬를 보기도 한다. 훌쩍 혼자 여행을 가기도 한다. 술은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 취하면 공허함만 괜히 커지니까. 그리고 이 영화를 본다.영화〈멜랑콜리아(Melancholia)〉는 인간의 내·외부를 망가뜨리는 '멜랑콜리(Melancholy)'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매인 저스틴과 클레어다. 1부...
기능인 출신으로 CEO에 오른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제법 여러 해 전 공업고등학교를 나와서 거대 기업 상무 자리까지 오른 사람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고졸이라는 학력을 취재하고자 인터뷰한 게 아니었지만, 그 '인간승리'가 흥미를 끌어 아예 인터뷰 초점을 그것에 맞추려 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끝내고 나서 해당 인터뷰이는 물론, 그 회사 홍보실, 그밖에 나하고 연결이 되는 여러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공고 출신이라는 걸 기사에 쓰지 말아달라고. 씁쓸했지만 애초 목적대로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여기 기계공고 출신으로...
첫날부터 우왕좌왕, 아… 걱정이다드디어 로마에서 파리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서둘러 공항에 가서 파리행 비행기 표를 끊으러 가니 파리행 표가 취소되었다는 거예요. 얼마 전 로마공항에 불이 나서 그렇다네요. 우리가 여행 중이라서 미처 확인을 못 해서 생긴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지요. 마침 아직 남편이 있었고 딸과 통화도 하고 하다 겨우 파리행 비행기 표를 하나 샀습니다. 원래는 내가 먼저 파리로 출발하고 나중에 남편은 뮌헨을 거쳐서 인천으로 가게 되어 있었는데 비행기 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나 혼자 로마공항에 남게 ...
사람 살 곳 못 되는 유형의 땅40여 년 가까이 나고 자란 고향 진주를 떠나 거제도에서 살아온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니 고향살이 절반 세월이 흘렀다. 무슨 피난 가듯 무작정 찾아들었던 곳, 참 낯설고 물설었다. 정붙이려 애를 쓰다 보니 인력 시장에서 손에 익지 않은 막노동일로 거제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주워듣고 본 것이 이제 반 거제사람을 만들었다.해마다 휴가철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는 거제의 절경을 소개해 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 곳이 있다면 나부터 찾아 쉬고 싶다는 퉁을 주면서 바다를 끼고 갯길따라 섬...
인류역사상 독재자는 많았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터무니없는 독재자'로 알려진 이는 현대 아이티를 다스렸던 뒤발리에 부자(父子)다. 터무니없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국가발전전략이나 외교력은 물론 이성이나 상식같은 기초 덕목조차 무시한 채 정권유지에 올인하며 사복(私腹)만 채웠다는 이야기다.아버지 프랑수아 뒤발리에(1907~1971)는 1957년 정권을 잡은 뒤 악명높은 비밀경찰 '통통 마쿠트'를 만들어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따르는 집단에게 경제과실을 몰아주며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정정...
샤부샤부샤부샤부 하면 밖에서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한식이 아니니 낯설기도 하고 곳곳에 화려한 치장을 한 전문점이 보이니 그럴 만도 하다.일본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원조'는 징기즈칸 시대 몽골인 샤부샤부는 전혀 까다로운 음식이 아니다. 간단한 육수에 고기·채소 등을 잠깐 담갔다 빼 먹으면 되는데 어려울 게 뭐 있을까.재료 선택도 자유롭다. 얇게 손질만 가능하다면 소·돼지·닭 어떤 것도 상관없고, 오징어·새우·조개 등 해산물을 써도 된다. 채소류도 마찬가지다. 각종 샐러드·쌈 채소부터 버섯, 양파, 파, 배추 ...
고성의 산, 바다 경치 구경을 하고, 한산한 시골길을 지나다 들렀다. 정식 6000원에 회까지 먹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몇 달 전 이곳을 다녀온 한 회사 동료가 이곳을 강력 추천했다. 고성군 동해면 동해초등학교 맞은편 '수양식당'이다. 빛바랜 식당 간판과 문을 보고 혹시 지금도 식당을 하는지 묻고서 들어섰다. 그만큼 오래돼 보이고, 허름해 보여서다. 점심때를 한참 비켜간 시간이라 손님도 없었던 탓도 있다.회가 나오는 정식 메뉴식당에 들어서자 쇠로 된 회색깔 둥근 탁자가 투박하게 곳곳에 놓여있다. 식당과 슈퍼마켓이 연결...
배려해주는 가족휴일이 이어지면 안절부절 못한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마치 해야 할 숙제를 하지 않고 미뤄둔 느낌이랄까.특히 연휴가 사흘 이상 이어지면 그 중 하루쯤은 반드시 모터사이클을 타고 콧바람을 쐬어야 한다. 안 그러면 무엇인가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재미있고 즐겁고자 사는 것인데, 나에게 재미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모터사이클을 타고 산하를 누비고 다는 것이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인데, 사흘씩이나 쉬는 기간에 단 하루조차도 나를 위해 쓸 수 없다면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영화·드라마 속에서 경찰 세계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강력계, 과학수사팀, 광역수사대 등 이러한 경찰 조직이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경찰 세계는 과장·허구가 있을 수밖에 없고, 세세한 그들 세계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피플파워에서는 이번 달부터 경찰관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경남지방경찰청 내 다양한 부서를 돌아가며 매달 한 사람씩 만나볼 예정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과학수사요원 강진기(51) 경위다.소속 명칭이 아주 길다. 강진기 경위는 경남지방경...
김범준(47) 부산광역시청 서울본부장은 거제 장승포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진주에서 고등학교(동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대학교를 거쳐, 울산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성균관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남, 부산, 울산에서 두루두루 생활한 셈이다.1995년부터 신한국당에서 당료생활을 시작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에 발을 담근 후 국회 보좌관, 당 부대변인 등 다양한 정치적 이력도 쌓았다. 그리고 8년 정도 정치권을 떠난 적도 있었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꼬박 만 3년 동안은 미국 웨스턴워싱턴대학교...
창원SK병원. 이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사람은 '메르스'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도내 첫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병원 폐쇄. 도내 첫 환자가 마지막 환자가 되게 한 주인공. 이것이 대중에게 알려진 창원SK병원에 대한 정보다.박웅(41) 창원SK병원장도 메르스와 관련한 인터뷰로 언론에 여러 차례 노출됐다.그 때문에 박 병원장은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정형외과 전문의이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동안 몸고생, 마음고생이 심해 '메르스는 떠올리기도 싫다'는 박 병원장은 '전문 분야에서 시민들에게 건강 상식을 전하는 기획'이라는 ...
기자는 창원대학교 인문대학 출신이다. 대학생 시절 인문대학에 인문대학과는 결이 다른 한 학과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했다. 특수교육학과. 덕분에 학생 시절 인문대학관을 오가며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을 볼 수 있었고, 생전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것을 외면하고 무심하게 지냈다. 인문대학 내 타과 학생들과 곧잘 알고 지냈지만 특수교육과에는 단 한 명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 안면이 있는 교수로부터 '특수교육학과에 대단한 교수가 있다'는 말에 이제는 도망치면 안 된다고 느꼈다.정신지체가 아니라 ...
연금술. 만화나 소설에서 곧잘 보이는 단어다. 연금술은 구리나 납 따위를 금·은으로 만든다는 등, 이런저런 설명이 붙지만, 요지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학문이 아니라 마술로 인식하고 있다. 판타지적인 개념으로 쓰인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불리는 것이 등장했다. 3D 프린터가 그 주인공이다. 3D 프린터는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다. 산업용품에서부터 공예, 건축, 의료, 의학 등, 심지어 먹거리에도...
"운동에 대한 막연한 회의감이 저를 지도자의 길로 이끌었죠."마산대학과 경남도청 유도부를 이끄는 최승엽(52) 감독이 지도자가 된 계기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최 감독은 경상고 유도부에 입단해 3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유도 고등부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그해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고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용인대(전 유도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나가 은메달도 딸만큼 기량도 출중했다.그러나 일찍 정상을 맛본 그는 운동에 대한 열정이 젊은 나이에 식어버렸다. 상무를 ...
※아너소사이아티(Honor Society)는 나눔문화를 실천하려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입니다."청소년기만 해도 나는 발음장애로 고통이 심했다. 남달리 긴 혀 탓에 발음이 불분명해 남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어쩌다 국어 시간에 일어서서 책을 읽을 때면 땀을 뻘뻘 흘려야 했고 그때마다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됐다."불확실한 발음 탓에 말을 더듬어야 했으며,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가난 때문에 포기해야 했고, 남들처럼 당당히 군대에 가고 싶었어도 어릴 적 다친 눈 탓에 군 면제를 받아야 했던 불운했던 한 남자.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