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산개구리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국명 : 북방산개구리

학명 : Rana dybowskii Günther

경칩은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보통 3월 5일 무렵이 되는데 올 2014년에는 3월 6일이었다. 하지만 남부지방은 이보다 훨씬 더 먼저 개구리가 깨어나고 심지어는 산란까지 한다. 한국의 양서파충류 카페를 운영하시는 김현태 선생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1월에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이 기록되었다. 내 눈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데 역시 관심의 폭만큼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첫 산란에 대한 자료이고 보통은 2월 말에서 3월까지가 짝짓기와 산란 활동의 최대 번성기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구리도 몇 종류가 되는데 보통 우리가 산에서 흔하게 보는 개구리가 북방산개구리다. 보통 산개구리로 많이 부르지만 정확한 이름은 북방산개구리이고, 이보다 더 차가운 물에서 서식하는 계곡산개구리도 있다.

북방산개구리 알./안수정

2년 전인가, 양서류 워크샵에 간 적이 있었는데 산자락 아래 저수지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다가가서 쳐다보니 저수지 안에 개구리들이 바글바글했는데 눈만 빼꼼이 내놓은 녀석과 암컷을 찾으려고 분주히 도킹을 시도하는 녀석, 볼따구를 풍선처럼 부풀려 유혹하는 녀석들과 심지어는 서로 싸우는 수컷들까지…. 완전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북방산개구리 울음주머니./안수정

나는 그동안 북방산개구리의 여러 가지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는 했지만 볼풍선을 불어 울음을 우는 것은 처음 보았다. 개구리들은 소리가 큰 녀석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저마다 목청이 째져라 울어댄다. 덕분에 저수지를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아따 거 되게 시끄럽게 우네~”하며 한 소리씩 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아무도 개구리의 우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개구리의 볼따구에 있는 울음주머니가 저절로 쪼그라들었다 부풀었다 하는 신기한 모습을…. 울음주머니는 북방산개구리처럼 뺨 양쪽으로 2개가 있는 경우도 있고, 청개구리처럼 목 한가운데 커다랗게 한 개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북방산개구리./안수정

어쨌거나 볼따구 풍선을 찍기 위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그런데 산란시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예민한 건지 조그마한 미동에도 놀라 도망가기 일쑤고 심지어는 셔터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 물속으로 줄행랑이었다. 그러나 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30분을 기다리니 드디어 경계를 하지 않고 바로 앞에까지 스르륵 다가와 준다. 천천히 렌즈를 한 마리에게 고정시키고 이제 울어봐,

울어봐를 속으로 외치고 기다렸지만 이 녀석은 울 생각이 없다. 오히려 뒤에 있는 녀석이 볼에 풍선을 넣고 있다. 재빨리 조심스럽게 뒤에 있는 녀석에게 초점을 맞추었지만 한 번 울고 땡이다.

에라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그러고도 여러 번 똑같은 상태로 촬영에 실패한 후 녀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다 보니 자기 영역에 다른 수컷이 들어올 때는 연속적으로 울어댄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짝짓기를 하고 있는 중에도 가끔은 울고, 암컷을 잡으러 갈 때도 울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울지 않아 초점을 맞추는 사이에 울음이 끊겼다. 그러나 다른 수컷이 자기 영역을 침범할 때는 침입자가 벗어날 때까지 연속적으로 울어 사진 촬영이 가능하였다. 그리하여 그동안 참 찍어보고 싶었던 북방산개구리의 볼따구 풍선 사진을 얻게 되었다.

북방산개구리 짝짓기 시도중./안수정

‘내가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는 로버트 카파의 말처럼 좋은 생태 사진을 찍으려면 생태와 습성을 먼저 알아야한다는 진리를 새삼 또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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