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주외숙 대한미용협회 경남지회장

흔히 미용사를 단순히 머리 자르고 손질하고 다듬는 사람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주외숙(56) 사단법인 대한미용협회 경남도지회장.

그에겐 미용에 관한 한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미용고수'로서의 강인함이 느껴졌다. 단순한 미용지식 수준을 초월한 미용계 '장인'으로서 깊은 내공이 묻어났다.

서른한 살부터 미용계 밥을 먹었다. 이후 지금까지 27년째 한우물을 파고 있다.

미용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숨 쉴 틈도 없이 '미용사는 예술가'라고 표현했다.

"미용사와 건축가, 조각가는 모두 동급이지요. 조각가와 건축가는 나무나 돌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미용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뿐 근원은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예술가는 끊임없이 자기만의 차별화된 기능을 보유해야 한다는 취지로 들렸다. 이유가 있었다.

주외숙 대한미용협회 경남지회장.

"미용실은 계속 생길 것입니다. 그동안 미용실의 전유물이었던 염색도 이젠 미용실이 아닌 염색방에서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해법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미용염색을 한 예로 들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단순한 염색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미용사는 미용적인 혜안을 갖춰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가령 얼굴이 큰 사람에게 밝은 색상 한 가지만으로 염색한다면 오히려 더 크게 보일 수 있지만, 머리 밑부분과 윗부분의 색상을 2~3가지로 다르게 한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방법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는 일명 미용고시로 통하는 미용기능장을 경남에서 처음으로 딴 '미용기능장 1호'다. 기능장 취득은 미용계에서 정상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미용계 입문 14년 만에 정상에 오르자 평소 마음속에 뒀던 '후진 양성'과 '무료 미용봉사'라는 두 가지 실천에 나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서 미용기술을 배웠기에 누구보다 힘든 예비 미용사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진양성을 위해 미용학원을 개원했다. 낮엔 회사, 밤엔 미용기술을 원하는 예비미용사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지도해오고 있다. 여러 대학의 강의 콜도 잇따랐다. 창신대에서는 4년간 피부미용 겸임·전임교수로 학생들에게 미용 노하우를 전수했다. 미용계의 강단과 강호를 넘나든 셈이다.

이런 열정과 그만의 차별화된 미용기술로 경남에서 11명의 미용기능장을 배출했다. 5000여 명의 경남미용사 미래를 책임진 경남도지회장으로서 무거운 짐도 지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미용협회 경남도지회장에 도전했다. 미용기술 무료봉사를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각 시·군 미용인을 대상으로 무료 기술봉사를 하려면 이에 걸맞은 직책이 필요했다고 했다.

경남도지회장에 당선되고부터 곧바로 무료 미용기술봉사에 나섰다. 두 달 만에 거창과 함양·하동·합천·양산 등지를 돌며 이 지역 미용인들을 대상으로 미용 노하우를 무료로 전수했다.

군 단위의 열악한 미용지부 형편을 고려하면 유명 강사를 초청해 앞선 미용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예산도 넉넉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용 지부장을 해 봤기에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창원시청 광장에서 전국 규모 경남도지사배 미용기능경기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숨은 고수들의 다양한 미용기술력을 선보임으로써 '미용사=예술가'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앞으로 미용계는 한 가지 기술이 아닌 헤어를 포함, 메어크업과 네일아트 등 전 분야를 다루는 이른바 '멀티 뷰티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남미용인들의 복지와 권익 찾기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어려운 미용 가정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무면허 염색 방과 불법 출장 미용이 기승을 부리는 양상을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세상은 어차피 남보다 잘하는 기술을 무기로 삼고 살아간다. 미용인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가위만 들면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 그는 끊임없이 창조 발전하는 미용계에 미용기술을 전도하는 물레방아 역할을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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