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19일 보도, 학교측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법적 대응도 계획

<경향신문>이 19일 보도한 '교사가 수업 중 '전라도는 배반의 땅'…' 제하의 기사가 상당부분 과장되고 왜곡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경향신문>이 정정보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는 물론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오전 사천 모 고교를 방문해 당사자로 지목된 ㄱ 교사를 만났다. 이날 ㄱ 교사는 "평생동안 지역감정에 대한 그런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ㄱ 교사에 따르면 지난 6월 17일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오니까 책상 위에 '경향신문 이혜리 기자 전화요망'이라고 적힌 메모가 있었다. 이에 오후 3시 45분부터 15초 동안 이혜리 기자와 통화를 했고, 이어서 3시 51분부터 6분 8초 동안 통화를 했다. 당시 이혜리 기자가 '이런 이야기(수업시간에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편향적 발언을 했다)가 들리는데 사실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졌고, '저는 수업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ㄱ 교사는 전했다. 그리고 '울었다는 애가 있었다고 하던데요'라는 질문에도 '제가 수업할 때 울 일이 없다. 저는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혜리 기자가 '그런데 저쪽에서 들은 이야기와 선생님의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로 인해 <경향신문>에 기사가 실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사실이 왜곡되고 과장된 내용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 ㄱ 교사는 "알았으면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라고 후회했다는 것.

<경향신문> 6월 19일 자 5면 기사 캡처 사진.

하지만 ㄱ 교사는 경남도교육청과 사천교육지원청이 진상조사를 나올 때까지 학생들을 상대로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상대로 입막음을 했다는 추측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진상조사를 위해 학생들과 면담할 때에도 자리를 피했다. 학생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지난 19일 도교육청은 논란이 됐던 ㄱ 교사의 수업에 참여한 2학년 3반 5명의 학생과 4반 5명의 학생 등 모두 10명의 학생을 상대로 1대 1 면담을 통해 진상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 교사는 "아무리 편한 학생이라도 한 쪽으로 치우친 수업을 할 수 없다. 개요작성 문제가 나올 때, 3개의 장점을 이야기 하면, 단점도 3개 이야기하라고 한다. 어느 한 쪽이 4개가 되면 이는 편견이다.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친다. 평소에 그렇게 가르쳐 온 교사가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 교사로서의 모습과 일상생활이 다르면 교사로서의 자질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ㄱ 교사는 '전라도는 배반의 땅'이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고, '박정희는 위대한 지도자'로 찬양했다는 보도 또한 앞뒤 맥락을 잘라버린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킨 대통령이다. 그러나 장기집권에 따른 여러가지 폐해가 많다. 모든 일에는 공과 실이 있다. 공이 있더라도 실이나 과가 많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 상에 몇 번 올랐다고 들었다. 그런데 장기집권과 독재정치로 인해 그 상에 뽑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ㄱ 교사는 <경향신문>에 보도된 학생과 인터뷰 내용도 '날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신문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투가 아니다. 2년 동안 함께 수업을 했고,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ㄱ 교사의 수업을 듣고 울었다는 학생으로 지목된 ㄴ 학생도 '전혀 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ㄴ 학생은 "부모님이 전라도 분이다. 경향신문에서 지목한 학생이 제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운 적이 없다.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서 왜 울었냐고 묻고 대답한 적도 없다.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수업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한 적이 없다"며 "저뿐만 아니라 이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그런 오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제가 울었다는 학생으로 지목돼 미안한 마음이 더욱 크다"며 "이번 사태로 많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이혜리 기자는 "그 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는지가 핵심인데, 하신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누구에게 취재했는 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학교측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해오면 '알려왔습니다'는 정도로 기사를 쓸 수도 있다. 정정보도는 아니고 반론보도 정도의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경남도민일보가) 이 내용을 기사화할 예정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이 기자는 "(지금 통화내용은)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기사화하지 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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