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서 개최되고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정상의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한 통영국제음악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통영국제음악제는 자유와 고독을 주제로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실험정신이 충만했고 색다른 음악 무대를 관객에게 선물하는 등 성황을 이루었다. 그 위상에 걸맞게 총 13개 공식공연 가운데 6개 공연이 매진되는 등 92%에 달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통영국제음악제는 올 시즌 음악제의 뿌리이자 정신인 통영 출신 윤이상의 음악 정신과 투철했던 음악 세계를 기리는 데는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예술세계는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그 생명력의 원천으로 삼는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도 변화를 통한 음악제의 위상제고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고 관객의 호응 이상으로 그 평가도 후한 것이 사실이다. 음악제의 개막공연작인 '세멜레 워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화려한 의상이 등장하고 바로크 음악과 함께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케 하는 파격적인 무대 등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관객동원에 성공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나치게 상업적인데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지적도 있다. 그래서 이제까지 음악제가 보여준 지향은 아니라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세멜레 워크와 윤이상 간의 연관성이 모호한 것은 철학을 잃은 손쉬운 작품 선택 아니냐는 비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올 통영국제음악제는 친일 문학가와 작곡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윤이상의 음악 정신을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 봄이라는 계절과 향수를 자극하는 무대를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윤이상 선생의 유지에 배치된다는 지적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통영의 딸' 등 지난 정부 시절부터 윤이상과 그의 음악은 분단의 비극이 가져온 이데올로기 올가미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박정희 정권과 대척점에 있었던 윤이상의 삶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통영국제음악제는 성공적이긴 했으나 상업적 개막작품과 친일 예술작품을 공연함으로써 그동안 일구어왔던 음악제의 위상에 흠집을 남겼다. 고유한 목적과 메시지를 잃고 잘 되는 음악제가 없다는 것을 통영국제음악제 관계자들이 귀 기울여 경청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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