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와 녹조 인과관계 인정않는 정부…'녹차강의 진실' 규명 위한 작업 시급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을 자랑한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이며 60년대 에너지 개량과 녹화사업에 힘입어 거의 모든 산이 푸르다. 산이 푸르다는 것은 나무가 많음을 의미하며 그것은 또 예비된 천연수가 풍부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전국 모든 강에서 쉴 사이 없이 물을 빼앗아 올려도 꾸준히 강물이 차고 넘치는 저간의 축복은 이처럼 하늘이 점지해준 것이 아니던가.

산업화 이후 산업폐수와 도시 생활용수가 하천으로 쏟아지면서 강은 병들기 시작했으나 그나마 지금까지 인내하고 버티면서 생명수를 제공해주는 이면에는 높고 깊은 협곡과 잘 조성된 삼림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댐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댐에 물을 고이게 해주는 효자는 역시 금수강산이다.

만일 강 복판을 가로막아 보를 만들어 세우지 않았다면 강물은 전과같이 모래톱을 돌아 갈대밭을 지나면서 혹은 더러움을 걸러내고 혹은 되삭임질을 하며 표표히 흘러내릴 것이다. 강물이 흘러가다 말고 멈추고 갇힌다면 그 흐름은 이미 자연스런 흘러내림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그런 정체에서는 물속에 녹아있는 반 생명물질, 예를 들어 인이나 질소 성분이 쉽게 달라붙어 물의 부영양화를 촉발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을 생성시킨다. 소위 녹차라테에서 녹차곤죽으로 승압된 4대강, 특히 낙동강의 녹조류가 번창해진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 측 당사자 어느 누구도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보와 진초록 강물과의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대통령은 며칠 전 대책회의 석상에서 폭염 지속으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원인을 수온상승으로 돌리는 화법을 구사했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녹조와 4대강 사업은 관련이 없다는 단정적 어법을 동원하는 충정을 보였다.

담당부처인 환경청은 어떨까. 마침 초록이 동색이라는 속설을 연상케 하는데 공헌한 점은 똑같지만 다만 접근 방식이 좀 달랐다. 왜 강 천지에 녹조와 남조류가 창궐했는지 설명치 않고 낙동강수계에는 고도 정수처리 시설이 있으므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딴청인지 아니면 능청을 떠는 것인지 헷갈리지만 그게 핵심문제를 비켜갔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예년에는 특정 수역에서 소규모로 나타났던 하천녹조가 올 여름에는 어떻게 해서 다발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은 아직까진 미스터리에 속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4대강사업과 보로 인한 재앙이 아니라는 강경한 논조에 반박할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한 대학교수가 유속과 녹조의 연관성을 들어 보 설치에 따른 완만한 물 흐름이 영향을 끼쳤다는 학설을 발표했으나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정부 해명은 그 가설보다 훨씬 애매하다. 다만, 폭염 때문이라면 보에 물을 가두기 시작한 지난 겨울철에 낙동강 하류 몇 곳에 나타났던 녹조현상은 어떻게 설명될 것인지 궁금하다. 또 갈수기도 아닌 이 여름에 전례 없이 낙동강 중류까지 전격 확산된 이유를 조리있게 논증하지 못한다면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예방법을 세울 수 있다. 날씨 탓으로만 돌리거나 검증 안 된 일방적 주의주장을 고집하다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거나 자칫 연례행사로 악성화된다면 그때는 손쓸 수단이 그만큼 좁아진다. 국민들이 맑은 물을 마실 권리를 향유하고 그에 부응하는 정책적 선명성을 보장받을 길은 딱 하나다. 범시민 대책기구를 만들어 4대강 사업의 전과 후를 통틀어 조명하는, 이른바 '녹차강의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을 벌이는 길이다. 절로 흘러내리지 못하게 된 낙동강, 그 강물의 비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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