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북면에 철강산업단지를 조성하려던 계획이 백지화됐다. 경상남도 지방산업단지 계획 심의위원회가 원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창원시는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입주를 추진해 온 창원철강유통협회 측이 산단 조성이 무산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워낙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반대가 완강하여 창원시가 질질 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수정만 사태나 롯데마트 사례의 학습효과도 있는지 박완수 창원시장도 빠르게 포기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갈등의 소지가 일부 남더라도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되어 다행스럽다.
이번 사건은 행정이 잘못 꼬이면 지역 주민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 따가운 교훈을 주었다. 한편으론 그럴싸하게 에코타운을 건설하겠다면서 코앞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창원시의 행정절차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말해주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박 시장은 관련 공무원을 이례적으로 견책·전보 조치하는 파격을 보여주었지만 그렇다고 문제의 근본이 해결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업무상 서로 연관성이 높은 두 부서가 행정 칸막이를 치고 자기 부서만 챙긴 조직 이기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민감한 민원이 걸린 각종 인허가 업무는 부서의 벽을 뛰어넘어 상호 소통과 유기적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건만 이번 건은 가장 나쁜 오점을 남겼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 행정체계와 조직문화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고는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어 창원시의 조직혁신이 매우 시급하다. 일례로 창동 도시재생사업을 놓고 유사 사업을 부서마다 각각 수행하느라 중복 행정, 업무효율성 하락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태가 악화한 데에는 창원시의회의 무책임한 태도도 작용했다. 분명히 이율배반적인 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견제는커녕 양측 눈치만 살핀 시의회의 무능한 모습은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시의회가 시민의 공익보다 사적인 이해를 우선시한다면 언제고 반복될 일이다. 창원시는 친환경 주거단지를 짓겠다고 선전한 애초 약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가 제각각 이해득실만 따지며 따로 논다면 그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공부가 단단히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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