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집단 추출 안돼 신뢰도·정확성 결점…혼탁 선거운동 가능성만 키워

여론조사는 정부나 기업이 정책 실현에 앞서 국민과 소비자가 어떤 요구를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미리 떠보는 유용한 의사결정 도구입니다. 물론 학술기관에선 연구 자료로 활용되니 아주 쓸모 있는 방법이지요. 여론조사가 잘 됐을 땐 정책 실패율도 줄어들겠지요. 그야말로 여론조사는 정책이든 상품이든 그 수요자에게 더 나은 상황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순기능이 많은 도구이며 또 그렇게 활용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러 언론기관에서 벌이는 지지율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고 오히려 역효과만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26일에 실린 <경남신문>과 <부산일보>의 여론조사 결과 혹시 기억하십니까? 김해 을 지역 후보 지지율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경남신문>은 김태호 40.2%에 김경수 27.6%로 김태호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반면 <부산일보>는 김경수 48.7%, 김태호 42.6%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두 신문사가 일부러 혹은 표본집단을 잘못 추출해 이런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를 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을 읽어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전화 설문으로 여론조사를 하기엔 적합한 환경이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집전화로 설문을 하면 새벽에 하느냐, 낮에 하느냐에 따라 응답자의 연령대가 차이날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하는 것도 공평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ARS 설문은 더욱 문제가 많다고들 하지요. 2000만 명이 지니고 있다는 휴대전화 설문조사라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긴 하지만 집전화와는 달리 이동성 때문에 설문대상을 설정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누구를 지지하느냐 하는 여론조사는 표본집단 추출이 제대로 될 수가 없으므로 신뢰도나 정확성에서 결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각종 언론기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끊임없이 묻고 보도하기를 반복합니다. 지지율 여론조사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언론기관이 계속 조사결과를 보도하는 이유가 뭘까요? 재미겠죠. '누가 될 것 같은가?' 원초적이고 말초적이고 화끈한 관심사입니다. 내게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찾아보는 '오늘의 운세'와 다를바 없는 즉흥적이고 단발적인 자극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언론기관이 결점투성이인 지지율 여론조사를 더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지율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없는 이유, 또 있습니다. 투표 전에 미리 여론조사를 해서 그 결과 어떤 후보가 다른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고 칩시다. 또는 크게 앞서서 몇 퍼센트의 지지율이 나타났다고 칩시다. 그래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더욱 좋은 정책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인 면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지율 앞선 후보의 심적 안정감? 뒤진 후보의 분발? 또 뭐가 있죠?

   
 

오히려 이런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혼탁 선거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만 더 커질 뿐입니다. 막판으로 갈수록 정도가 더 심해지겠죠. 지지율 앞 선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운동에 활용할 테고 뒤진 후보는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하겠죠. 정책대결은 사라지고 엉뚱한 것에 집중이 되어 난투극을 벌일 수도 있겠죠. 그동안 여러 지방선거와 총대선을 거치면서 지지율 여론조사가 얼마나 부정확하고 또한 들쭉날쭉한지 우린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얼 말하겠습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유권자가 무엇을 바라는지 조사에 더 쓰는 게 바람직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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