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연애할 돈과 시간도 없어…저마다의 개성을 쌓기 위한 노력도

20대만큼 다양한 군상이 모인 나이대가 있을까? 이를테면 10대는 학생으로, 30대는 직장인으로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런데 20대는 아니다. 초보 대학생, 초보 직장인에서 복학생, 실업자, 7~8년차 고참 직장인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이 ‘초보 어른’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오늘도 기성세대의 외면 속에 힘들고 혼란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대가 사는 모습은 곧 한 사회의 현재이며 미래다. 그래서 <피플파워>는 어느 맑은 날 20대 좌담회를 벌였다.

<참석자>
-김지현(26) 창원대 사회학과 4학년

-배진영(21) 창원대 영어영문학과 2학년

-우보라(26) 경남도민일보 편집부 기자

-신호식(27) 공익근무요원

-진행 이승환 기자

(섭외를 하고 보니 다들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했다. 그래서 대학생의 시선에 중심을 두고 좌담회가 진행되었음을 일러둔다.)

/이서후 기자

페이스북? 재밌다!

김지현 트위터는 잘 안 하는데 페이스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일상적으로 같은 공간에 안 있더라도 서로 뭐 하는지를 알 수 있죠. 20대는 빠르잖아요. 이렇게 실시간으로 되는 서비스를 좋아하고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이전에 닫힌 온라인 서비스보다 훨씬 좋죠. 그러니까 카페 같은 데는 가입도 해야 하고 일부로 찾아 들어가야 새 소식을 알 수 있는데 페이스북은 켜 놓기만 해도 소식들이 알아서 올라오잖아요. 페이스북은 친구가 많아야 재미있는데 아직 많진 않아요. 작년에 가입하고 거의 활동을 안 하다가 올해 쓰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하게 됐죠. 실제 오프라인에서 자주 보는 사람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것도 페이스북을 자주 하는 이유죠.

/이서후 기자

우보라 근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행하게 된 게 20대가 자기표현을 할 데가 없어서죠. 20대는 기성세대 사이에서 항상 소외돼 있고 어디 가서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그런데 SNS에서는 자기가 주인공인 것 같잖아요. 이런 심리도 있는 것 같아요.

배진영 저도 트위터는 거의 안 하고요, 페이스북만 하는데, 그것도 올해 8월부터 주위 사람들이 하니까 해볼까 해서 시작했어요. 근데 재밌더라고요. 실시간으로 계속 확인하게 되고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도 페이스북부터 확인해요. 문자처럼 알림도 오니까 바로 소식을 알 수도 있고요. 까먹고 살던 옛날 친구들도 다시 만나고, 여행 가서 우연히 만난 사람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우보라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썼고 자연스럽게 싸이월드 같은 것을 접했고 하니까, 좀 더 진보한 페이스북을 받아들이는데도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페이스북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 비슷한 걸 하고 자랐으니까 라고 대답해야죠.

신호식 저는 대학도 졸업하고 사회생활 물이 좀 들었으니까, 사회생활을 경험한 입장에서 SNS가 매력이 있더라고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런 데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연애? 그거 할 돈 없다!

우보라 다들 연애는 하세요? 애인 없어요? 큰일이다.

신호식 다들 시선을 회피하고 있어! 그럼 기자님은요?

우보라 저도 없으니까 하는 말이죠.

신호식 이건 진짜 우울한 20대 얘기다.

신호식./이서후 기자

우보라 ‘3포 세대’라더니! 연애를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 이 돈이란 게 3포 세대와 연관된 것 같아요.

신호식 맞아요. 아르바이트를 해도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업주도 많고.

배진영 최저임금 자체도 턱없이 낮죠.

우보라 솔직히 ‘88만 원 세대’라고 하는데 88만 원도 모자라죠.

신호석 오늘처럼 이렇게 밥 먹고 차 한잔 하고 이러는데도 돈이 많이 들잖아요.

우보라 당연히 3포 세대가 될 수밖에 없죠. 연애는 꿈도 못 꾸고.

김지현 당장에 생활비 대는 것도 빠듯합니다.

우보라 그러니까 등록금 문제도 불거져 나오는 거잖아요.

김지현 사회에서 대학생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 하는데, 유럽 같은 데는 대학생에 대한 혜택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대중교통요금을 면제해준다든지. 대학생도 학생이고 사회 나가려고 준비하는 단계인데 대학생들에게 기성세대와 똑같은 경제력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우보라 저는 이번에 토익 응시료 오른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토익 보는 사람들 다 취업하려고 보는 건데 말이죠.

신호식 20대에 대한 혜택이 없다고 성토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 무관심 같은 우리 자체의 문제도 있는 거고요. 개별화되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로 20대들이 자신이 먹고사는 데 급급해졌어요.

우보라 생각해 보니까 IMF 시절이 우리한테는 컸었던 것 같아요. 우리 세대가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적인 것, 공무원, 선생님 같은 직업에 집착하게 된 것도 우리 안에 IMF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죠. 어릴 때 IMF 때 평범했던 가정이 몰락하는 것을 봐왔잖아요. 그러니까 20대들은 당연히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게 되죠. 배우자도 안정적인 사람을 찾게 되고.

/이서후 기자

20대의 결핍? 관계와 애정

신호식 공동체성이죠. 더불어 살아가는 법들을 아예 본능적으로 갖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많이 들죠. 나만 아니면 돼 이런 느낌? 그런 면에서 20보다는 그나마 풋내기 의리라도 있는 10대 때가 더 나은 것 같아요.

김지현 결론적으로 애정이 없는 것 같아요. 애정이 있으면 다 잘 풀릴 것 같아요.

우보라 맞아요.

김지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에 나오는 말인데요. 요즘 쿨하다는 말을 잘하는데 이것이 실제로는 자신이 상처받기 전에 보호 기재가 반사적으로 작동한 거래요.

신호식 내가 처음 만난 사람하고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야 하는데 처음 보면 일단 거리를 두고 나한테 이익이 되는지를 따지게 돼요.

우보라 인간관계도 안정 지상주의죠.

우보라./이서후 기자

김지현 아예 나에게 득이 안 되는 사람은 안 만나는 게 속 편하다는 거죠.

신호식 혼자 카페 가서 책보고 그러는 것도 결국 비슷한 심리죠.

우보라 SNS 인맥도 친밀한 관계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느 정도 이상의 선은 절대 넘지 못하는 관계. 요즘은 어느 정도 격이 있는 관계가 오래가는 것 같아요.

배진영 저는 한번 싸우면 아예 얼굴을 안 봐요.

김지현./이서후 기자

우보라 맞아요. 친구랑 싸우면 계속 안 보죠.

배진영 지금 그래서 안 보는 친구도 몇 명 있어요.

우보라 그런데 그것 때문에 사는 데 크게 영향을 받거나 하는 게 전혀 없으니까.

배진영 뒤에서 내 욕을 하고 다니든 말든 신경 안 쓰죠.

신호식 제 성격상 어떻게든 속 얘기를 하려고 노력은 하죠. 아무나 잡고.

김지현 부모님한테는 절대 얘기 못 하고요. 주로 경험이 많은 사람들, 그 힘든 시기를 겪어본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죠. 친하고 친하지 않는 것하고는 다른 것 같고. 주제에 따라 물어보는 사람은 달라요.

배진영./이서후 기자

배진영 참아요. 삭히고 그냥 뭐 참고,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대충 풀고.

우보라 대충 푸는 것 맞는 것 같아요. 확실히 풀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배진영 상처는 계속 덧나고, 사람에게 상처받기 쉽게 낫지 않는 것 같아요.

스펙? 취업용은 아니어도 나만의 것은 있다!

김지현 저는 특별한 자격증은 없어요. 그런데 친화력이랄까, 주변에서 대화할 때 어색할 때 있잖아요? 그러면 먼저 분위기 주도해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려고 노력하고 그런 면이 장점이고요. 행사 사회도 잘 보고 하니까. 상황에 맞게 대화를 이끄는 것도 제 능력이 아닐까 싶어요.

배진영 저는 남들 앞에서 그러니까 무대 같은 데서 부끄러움을 안타요. 무대에 올라가서 튀는 거 좋아해요. 저는 정말 튀고 싶어요.

신호식 웃음치료사 자격증이 있어요. 사실 대학 졸업하면서 대형 면허를 땄어요. 버스 노동자가 돼야겠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뭐 연주, 노래도 하고 있고요. 웃음치료사 자격 딴 거는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우보라 저는 대학 1년 휴학했을 때 아주 잘했다 싶은 게 있어요. 영화를 진짜 많이 봤어요. 한 1000편은 본 거 같아요. 하고 나니까 저한테 재산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 남들에게 빠지지 않게 읽은 거.

마지막으로 이들은 힘들어도, 지금 20대인 게 좋다고 했다. 20대에 축복을.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