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정책·대형마트 반대 등.."성실·겸손하다" vs "재선 염두에 둔 전략"

김태호 국회의원에게 2011년 4월 27일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날이 아니라 2012년 4·11 총선을 향한 출발점이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김태호 의원은 국회의사당 대신 김해시 장유면에 둥지를 틀고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지역 민심 역시 우호적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김태호 의원의 서민 행보가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폭넓게 회자하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에 모습을 잘 비치지 않아 존재감이 없다"는 동료 의원들의 지적은 적어도 여의도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다. 김해 을 지역에서 김태호 의원의 모습은 성실하고 겸손한 초보 정치인으로 비치고 있으며, 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을 발로 뛰며 챙기고 있다는 평가 역시 뒤따른다. 기존 한나라당 바닥 조직을 활용함은 물론, 각종 소모임 역시 결성하고 있다. 당선 후 150여 일이 지나는 동안 130여 일은 김해에 머물렀다는 후문이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경남지역 국회의원과 경남 시장·군수협의회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김태호(맨 오른쪽) 의원. /김구연 기자 

김태호 의원의 가장 큰 변화는 '도지사 김태호'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어깨에 힘을 뺀 90도 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장유면이나 내외동 지역에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김 의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외형적인 모습뿐 아니라 정치철학과 정책 역시도 도지사 시절과 비교하면 180도 바뀌었다.

지난 19일 환경운동연합 등은 김태호 의원을 '4대강 사업 찬동 A급 정치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도지사 시절 MB 정부보다 더 강력한 4대강 사업 예찬론자였던 김 의원이었지만, 최근 환경론자들의 대표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는 '반핵' 정책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19일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현 원전 정책은 국민 안전과 국가 미래를 위해 중대한 수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원전의 경제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이는 미래 위험성을 계산하지 않은 수치라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이번 국감에서 김 의원은 지경부가 저소득층에 열효율이 낮은 가스 보일러를 지급했다고 질타하며 서민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주 창원에서 열린 도내 한나라당 시장 군수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서는 대형마트 입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김 의원은 "경남도는 10년 전에 비해 대형마트 매출액이 1700억 원에서 2조 6000억 원이 됐다. 골목 상권이 어려워졌다. 국회에서 유통발전법이 통과됐는데, 단체장(김맹곤 시장)이 잘 지켜주면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 입점을 추진하는 민주당 출신 김맹곤 시장보다 더 '야권적인' 행보인 셈이다.

제2 창원터널 공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직접 현대건설 사장을 만났으며, 비음산 터널 조기 개통 공약을 지키기 위해 박완수 시장과 협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부영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공약과 관련해서는 역시 (주)부영 이중근 회장을 직접 만나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맹곤 시장은 물론이고 정부부처 관계자들 역시 접촉하며 입법 활동까지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 같은 모습이 단순히 재선을 염두에 둔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시각 역시 뒤따른다. 비음산 터널이나 제2 창원터널 등은 김태호 의원이 도지사 시절 입안되고 계획된 것이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사업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순신 프로젝트 등과 같이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김태호 도지사 시절의 각종 실정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살펴보면 '도지사 김태호'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전략이 이미 세워진 듯 보이기 때문이다.

김태호 의원이 활발한 서민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 이 지역 야권은 아직 뚜렷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야권 승리 대세론에만 머물러 있다. "김해 을만큼은 반드시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색하다.

김해 장유면 지역구 출신인 민주당 명희진 도의원은 "김태호 의원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유권자들이 많아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인물론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면 무조건 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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