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두고 마찰 예상, 동남권 특별자치도 동조…"경쟁자 있어야 발전" 시각도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 떴다."

김태호 후보의 당선을 두고 한 공무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서로 차원이 다르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과 '살아 돌아온 권력'이 경남 도정에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직전 도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당선자가 김해 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현안에 한나라당 당론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또 잠재적인 대권주자를 꿈꾸는 김 당선자가 또 한 명의 잠룡으로 주목받는 김두관 지사를 견제하면서 김두관 도정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가령 특정 사안을 두고 김 당선자와 김 지사 간 의견이 충돌했을 때 공무원들의 태도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지사가 도청에 입성한 지 이제 막 1년이 되어가는 데다, 오랜 시간 여당 출신 도지사를 보필한 공무원들의 회귀 본능이 자극될 수 있다. 애초 김 지사 측을 '점령군'이라며 경원시하던 공무원도 상당했고, 작년 낙동강 사업과 올해 거가대교 건과 관련해 공무원의 보고 누락, 행정 다이어트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 등은 김 지사의 도정 장악력을 의심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것은 김 당선자의 민자 사업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다. 김 당선자는 재임 기간에 이어 이번 선거 때에도 비음산 터널 등에 대해 "민자로 빨리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 임기 동안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려면 민자 사업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김 지사 또한 비음산 터널 개설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각종 물의를 일으킨 민자 사업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면 어쨌거나 '공동정부'를 지향하는 김 지사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

반면, 김태호 후보의 당선이 김두관 도정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거나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당선자가 어떤 상임위에 소속될지에 따라 현안 집중력이 결정될 텐데, 초선이고 임기 1년인 김 당선자가 선배들을 물리치고 노른자 상임위에 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 참패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그나마 한 자락 자존심을 살린, 또 자타 면죄부를 받았다고 여기는 김 당선자에게 나름 힘을 실어줄 경우 각종 현안에 미칠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남의 현안 또한 김 당선자와 김 지사가 부딪칠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낙동강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왔고,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이나 항공우주산업단지 조성 등은 김 당선자도 지사 시절 주창해 온 사안이다. 또 남강댐 물 문제와 관련해 김 당선자는 이번 선거 TV 토론회에서 "인공습지를 통한 정수 공급으로 남강댐 물 문제를 풀고 종국적으로는 낙동강 수질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김 지사의 인공습지 방안에 찬동했다. 특히 '동남권 특별자치도'는 애초 김 당선자의 주장을 뼈대로 살을 붙인 형식이기 때문에 김 당선자가 반대할 리 만무하다.

이럴 경우 김 당선자와 김 지사는 서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도정과 김해시정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권을 향한 두 잠룡간의 견제'는 김 당선자의 임기 내내 그들의 행보를 분석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한 인사는 "여의도 정치에 주력해 서울에서 입지를 다져야 하는 김 당선자가 도정에 어깃장을 놔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느냐"며 "경쟁자가 있어야 발전하는 게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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