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 원뜻에서 살짝 비켜서면 자신이 나서지 않고 남을 통해 이루려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이권다툼에 많이 등장하는 용어라 부정적인 측면이 짙다. 하지만, 어떤 일을 꼭 이루고자 할 때 이보다 더 효과적인 처신술도 없다. 적재적소의 인물을 내세워 성과물을 낸다는 것은 지력과 혜안을 갖추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김맹곤 김해시장과 김태호(김해 을) 국회의원이 이런 형국에 든 느낌이다. 정치적 정당이 다르다 보니 둘 다 '내공'의 다툼에는 양보가 없다.

김해시 악성 재정 원인인 김해 경전철 적자부담금을 해결하려고 김 시장이 김 의원의 '힘'을 빌렸다. 경전철이 개통되면 연간 수백억 원의 세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 지출을 줄이려면 큰 인물이 필요했다. 때마침 김태호 의원이 혜성같이 등장해 의원직에 앉았다. 김 시장은 경전철 적자보전금으로 정부가 50%를 지원해 줄 것을 김 의원이 대통령에게 건의하도록 부탁했다. 김 시장은 김 의원을 이명박 대통령의 '핫라인'으로 보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로 낙점한 것은 결코 그들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김 시장의 이런 의중은 적중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대통령과의 면담자리가 있을 것 같고, 이때 건의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실세일지 허세일지 두고 볼 일이다. 김 시장의 정부지원금 부탁은 손에 흙도 안 묻히고 김 의원을 이용해 성과물을 내려 한다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김 시장은 단칼에 거부한다. 이미 청와대 등 정부 요로에 '초벌구이'를 해 둔 상태라고 했다. 김 의원이 '중벌구이'만 하면 가능하다는 의미다.

   
 
누가 누구를 이용·활용한다는 지엽적인 접근에서 잠시 비켜서면 이 문제는 50만 김해시민의 행·불행이 달린 시 최대 현안이다. 누가 주체든 객체든 간에 관건은 정부 지원금을 따 내는 데 있다. 그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표'로 먹고사는 두 사람 모두 존재 가치는 김해시민을 위하는 데 있다. 시장과 국회의원이 함께 공동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절묘한 '김김제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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