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손학규 저울추 따라
대선·총선 행보 달라질 듯
친이·친박 누굴 선택할지 주목
김해 현안, 또 다른 부담으로
총선과 대선의 신호탄이 울렸다. 박근혜(대구 달성)와 손학규(경기 분당 을)는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6월 임시국회 등에서의 선전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런 가운데 4·27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한나라당 김태호(김해 을) 의원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다시 모인 잠룡들 = 다가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김태호 의원은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지난 26일 이미 김 의원의 지경위 활동은 유력시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친박(친박근혜) 계열로 분류되던 김 의원이 MB의 총리 지명에 응하면서 친박과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면서도 "이번 국회에서 힘을 합칠지, 이견을 낼지는 정책결정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기획재정위를 선택해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판세는 좀 더 복잡해졌다. 이에 김 의원의 행보는 박근혜-손학규 사이의 대마 경쟁이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된다. 박이 완벽한 우세를 보일 경우라면 김 의원은 친박에 대한 지원을 가시화해야겠다. 반면 손의 위엄이 박을 압도하고 정치권 내부에서 김 의원의 입지가 확보된다면 친이 또는 그 외 방안을 통해서라도 대권에 도전할 의지를 표명할 수 있다. 단, 현 여권에서 김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대권 도전까지의 확신으로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경남권에서는 김두관 지사와 김태호 의원의 출마 후 경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차기보다는 차차기가 유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김 지사는 아직 임기가 남았지만, 김 의원은 대선 출마가 어렵다면 당연히 차기 총선에서 제대로 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해'를 버릴 수 없는 김태호 = "김해시민의 품에 안기겠습니다." 김태호 의원이 지난달 재·보선에서 남긴 '명언'이다. 김 의원 처지에서 이 말을 번복한다면 또 한 번 빈말 또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18대 국회는 실질적으로 임기가 채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연말 국회를 마치고 임시국회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여야를 떠나 19대 총선으로 모든 정치력이 집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 입장에서는 6개월간 재·보선 당시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만약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이미 현 정권에서 돌아서기 시작한 민심에 큰 실망만을 더하게 된다. 이는 친박과 소원해진 관계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김 의원 자신의 선택에 중대한 고민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는 여의도 정치판을 안다 = 김 의원이 초선이라 여의도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대학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동영(1991년 작고) 전 정무장관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이미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 기회를 얻었다. 1980년대 초 '민주산악회'의 본거지였던 김 전 장관의 집은 정치인들이 줄기차게 드나들었고, 정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 지난달 말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던 거창 출신 이강두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한나라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여의도연구소의 사회정책실장을 맡아 여당 정책을 고민하기도 했다. 이후 경남으로 이동한 그는 이강두 전 의원의 처남과의 선거에서 승리해 도의원에 당선됐고, 군수·도지사를 지냈다. 더불어, 비록 낙마하긴 했지만 지난해 국무총리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결국 4·27 재·보선에서 승리하며 정치권 재입성에 성공했다.
김 의원은 피아식별이 어렵다면 숨을 돌리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마 3단의 바둑 실력을 자랑하는 김 의원 입장에서 보자면 차기 총선을 위한 한판을 미리 구상해보는 조심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문식 기자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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