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공직생활 이어 지역발전 향해 뛴다

종심(從心)을 넘긴 나이에도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 동안 지친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차분한 어투와 부드러운 눈빛은 신뢰감을 더했다. 지난 1963년 당시 체신부 행정서기보를 시작으로 제27대 서울특별시장(1993년), 30~31대 충청북도지사 등을 지낸 이원종(72)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은 특유의 강단과 여유로 대화를 이끌었다. 50년 공직생활에 이어 지역발전 정책의 최고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격차가 있는 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 집행하는데 역점

이원종 위원장은 “제가 태어나서 청소년기를 보낸 곳은 충북 제천의 아름다운 산골마을이었다”며 “청소년 시절 저의 기본목표는 농촌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공무원이 됐고, 서울시에서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보냈다”며 “공직생활의 정점에 해당하는 서울특별시장과 충청북도지사 시절이 되자 이때부터는 아예 사생활 부분은 없어지고 공인의 삶으로 가득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처럼 긴 시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일해 왔고, 이제는 지역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7월로 이 위원장 체제 출범 1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이하 지역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제도적 기반을 다졌다”로 요약된다. 정부 서울청사 4층에 위치한 지역위 위원장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지난해 지역행복생활권 중심의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지역 희망 프로젝트’를 확정했다”며 “올해는 주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지역위가 추진하는 ‘행복생활권’과 관련해 경남은 자치단체별 상호 협약을 통해 중추도시생활권 2개, 도농연계권 1개, 농어촌생활권 2개 등 총 5개 생활권으로 구성됐다. 경남의 중추도시생활권은 동부(창원, 김해, 함안)와 서부(진주, 사천, 남해, 하동)다. 도농연계권은 남부(통영, 거제, 고성)이고, 서북부(산청, 함양, 거창)와 동북부(창녕, 의령, 밀양, 합천)는 농어촌생활권으로 분류됐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 위원장은 “중앙주도의 하향식 정책에서 지역주도의 상향식으로 전환하고, 정책 단위도 과거 광역경제권에서 지역행복생활권으로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남에 대해서는 “항공, 나노융합, 해양 플랜트와 항노화 산업 등을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지역발전위원회 제공

선진국 되려면 격차 줄여야

-지역발전위원장을 맡은 후 1년을 채우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지역위 역할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우리 위원회가 생긴 것은 10년 역사밖에 안 되지만, 지역발전을 원하지 않았던 정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불란서(프랑스) 같은 경우에도 보면 우리하고 양의 차이는 있지만 질은 거의 같거든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지역에서 전부 파리로 이전에 들어가요. 그러다보니까 지방과 도시와의 격차가 생기고, 그러니까 지역발전을 해야 되겠다고 했죠. 우리도 제 경험으로는, 제가 서울시에서 오래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과장 시절이면 70년대입니다. 70년대에 서울 과밀화 문제 해소, 지금하고 같아요. 근래 들어와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 생기면서…노무현 정부 시절이지요. 참여정부 때 우선 물량분산정책을 썼어요. 그때 여기(서울)서 세종시로 중앙부처를 옮기고, 다음에 한 150개 되는 공공기관들을 혁신도시에 넘기고, 기업도시를 만들고…. 수도권에 있는 것을 떠서 지역으로 옮기면서 평준화해보자는 것이죠. 또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큰 그림으로 접근을 했어요. 소위 5+2광역경제권입니다. 호남을 하나의 권역, 충청을 하나의 권역. 이렇게 전국을 7개로 나눠서 크게 접근을 했어요. 사업도 (규모가) 컸습니다. SOC사업, 4대강 사업. 두 가지 다 보기에…. 기자들 보기에도, 국민들 보기에도 쉽게 이해가 되고 눈에 딱 들어와요. 그런데 그 사업을 하다보니까 지역개발은 되고 경쟁력은 높아져도 격차는 줄어들지 않아요. 오히려 격차는 늘어나요.”

-격차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원론적인 입장을 넘어 지역발전을 위한 현실적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도시와 농촌의 격차, 계층 간의 격차가 늘어났습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격차가 있으면 안돼요. 그렇다면 격차를 줄여야 되는 게 왜 중요한가. 큰 그림부터 이야기하면 선진국이 되려면 격차가 있으면 안 됩니다. 미국 보세요. 도시에 사나 시골에 사나 삶의 질에 큰 차이가 없어요. 미국 국민들은 프라우드(proud, 당당)하지요. 애국심이 생기고, 국민통합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중국을 보세요. 큰 경제대국으로 덩어리가 크지만, 강대국일지는 몰라도 선진국은 아니잖아요. 북경에 사는 사람들과 몽골 접경에 사는 사람들, 생활수준이 100년 차이가 나요. 그렇게 격차가 있는 한 선진국이 될 수 없어요. 행복하지 않아요. 우리도 큰 그림에서는 선진국을 향해서 꾸준히 가야합니다. 또 작은 그림으로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쯤 될 때까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소득, 더 많은 경제성장을 원해요.

그런데 2만 달러를 넘으면 그것보다는 삶의 질, 자아실현, 가치관이 다양화됩니다. 우리도 서베이(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몇 년 전에는 경제성장이 최우선이었는데, 2~3년 전 결과에서는 삶의 질이 무려 56%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지역정책 키워드를 국민의 행복에 뒀어요. 단기적으로는 국민의 행복이고,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물량분산정책이나 MB정부의 큰 그림 접근이 지역개발이나 경쟁력은 높여도 개인 생활의 수준 향상이나 행복과는 직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지역발전위원회 제공

국민 직접 행복이 중요한 시대

-한국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고속철도가 내 마을 앞을 지나가도 그 마을에 상수도가 안 들어간 건 똑같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통을 놓고 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요. 내 직접 행복과는 상관이 없어요. 이제는 국가도 중요하고 사회도 중요하지만, 내 행복도 중요한 시대입니다. 지역발전 정책에서 큰 것은 그대로 하지만 그것에 더해서 개인 삶의 현장에 한 발 다가서서 섬세하게 케어(관리)해야 되겠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행복생활권입니다. 우선 이렇게(일반적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습니다. 작으니까, 손에 잡히지 않으니까. 시간이 필요해요. 가뭄일 때 물이 없어서 소방차가 (물을) 실어다 주는 것, 우리는 기사 한번 보고 ‘안됐네…’라고 그러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심각한 거죠. 그러한 소위 생활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데는 우선 계획이 필요하고 예산을 짜야 됩니다. 또 실행을 해서 현실로 될 때까지는 1~2년의 세월이 필요해요. 아직 손에 안 잡히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국민이 불편을 덜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정책기조를 갖고 있어요.”

-다양한 시도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계획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과거 물량분산정책이나 광역경제권은 중앙에서 정해서 ‘따라와’라고 했죠. 이번에는 바텀-업(bottom-up, 상향식)으로 해보자는 겁니다. 우리도 지방자치제도 20년이 넘었으면 성년대접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요? 56개 생활권을 만든 것도 100% 자율적으로 만든 것이죠. 그렇게 해보고, 쪼개고 붙이고 하고 싶으면 그대로 해라…. 자율적으로 하고, 내년에도 하고 싶은 사업들을 결정해봐라…. 그래서 받은 게 2100여 건 올라왔어요. 각 부처에서 예산을 세워야 되니까 부처 의견을 듣고…. 이치에 안 맞는 사업도 꽤 있죠. 그걸 추려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부실하지만 ‘이건 하면 좋겠다’고 하는 것(사업)도 있습니다. 금년 7월까지 확정을 하고 내년 예산에 세워주는 것이죠. 명년도에 사업을 하면 그 결과를 우리가 다시 평가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끌고 나가겠다는 것이죠.”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지역발전위원회 제공

지역갈등은 조화돼가는 과정

-경남도 그렇고, 지역 간 갈등은 여전하다고 봅니다. 마산과 창원, 진해도 창원시로 통합된 이후 내부 갈등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상사에 밝은 것만 있는 것도 없고 어두운 것만 있는 것도 없는데, 통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남녀 간에 서로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해도 갈등이 가끔은 있는데 전통과 성장과정이 다른 두 동네가 합했을 때 그 과정이 필요하죠. 지금 조금 서로 이견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나로 조화돼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양 집안에서 가정교육이나 문화나 생활 양태가 다른 두 부부가 만나서 오래 살다보면 둘이 똑같이 닮아가요. 저는 시골출신이고, 우리 집사람은 서울 출생이라서 음식부터 말투까지 다 다르죠. 그런데 지금은 식성도 똑같고 어떤 사안을 놓고 말해도 둘이 똑같이 나와요.

여기(창원)도 그렇게 될 거라고 봐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두 도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하나로 융합되면 제3의 새로운 발전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견을 부작용으로 보지 말고 두 다른 요인들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제3의 창조적인 발전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희망이 있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열정이 다른 지역보다 강하죠. 걱정할 것 없어요. 강점으로 살리면 됩니다.”

-그렇다면 경남과 행복생활권은 어떤 관계로 보면 될까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가 전국을 56개 생활권으로 재편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기존에 구분돼있는 행정구역 그 내부에서 내 모든 생활 서비스나 문제가 해결이 안돼요. 옛날 농경시대 같은 경우는 문제가 없었죠. 옛날에는 넘기 어려운 산이나 건너기 어려운 강 같은 경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문제가 없습니다. 도로, 교통, 통신도 좋은 상황입니다. 생활을 보면 집은 이쪽에 있어도 이웃동네 직장으로 출근하고, 병원은 다른 도시로 갈 수 있죠. 자식교육은 또 옆으로 가고…. 행정구역과 관계없이 내 생활이 충족되는 하나의 바운더리가 있어요. 그걸 생활권으로 묶은 겁니다. 생활권으로 묶고 보니까 강점이 생기죠. 지자체 한 구역과 인접한 시·군들 사이에 갈등도 생기고, 경쟁도 생겨요. 건전한 경쟁은 참 좋지요.”

경남도민 기상 활달…뭉쳐서 해보자

-경남을 포함한 지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라는 군에서 문화회관을 하나 지었다고 생각합시다. 1년에 몇 번 안 써요. 그런데 옆에 시·군에서는 보기 번듯하니까 ‘우리 군수는 뭐하는 거야?’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러면 지을 수밖에 없어요. 이게 낭비를 가져와요. 그래서 서로 이것을 하나의 생활권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것으로 통합을 하자(는 것이죠). 예를 들면 제일 중요한 게 쓰레기장이나 화장장 같은 것입니다.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혐오시설을 자기 집 주변에 두지 않으려고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 현상으로 서로 싫어하는데, (역으로) 같이 협력해서 쓰레기장은 어디, 화장장은 어디…. 이런 식으로 하면 중복투자도 막고, 서로 화합도 될 수 있죠. 마·창·진의 경우에도 그런 눈으로 한 차원 높게 바라다보면 쉽게 되지 않겠는가, 그것을 이루려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주고받아 합의점을 이뤄야합니다. 언론도 큰 역할을 해야 되고, 지역 정책도 그렇고. 정책에 참여하는 여론 지도층들의 역할, 세미나도 좋고 심포지엄도 좋고 글 쓰는 것도 좋고 토론회도 좋습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게 서로 균분해가면서 상호 하나로 쓸 수 있는 그 지혜를, 조금 여유를 가지고 내다보면 쉽게 해결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당장 서로 경쟁에 급급하면 힘들어져요.”

-좀 더 확장해보면 경남의 경우 전국에서 경제 규모가 제법 큽니다. 지속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계획이 있을까요?

“예산사업 뿐만 아니라 생활권 내에서 서로 가지고 있는 시설을 공유해야 합니다. 경계를 넘어야죠. 종합병원, 문화시설, 일자리, 교육, 복지 등 농촌에 살든 도시에 살든 생활서비스 수준을 같이 공유하라는 것이죠. 또 도별로 희망과 비전이 있어야합니다. 바이오가 중요하다고 해서 전국이 똑같은 사업을 해서는 곤란하죠. 그래서 우리가 지역특화프로젝트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도별로 강점을 활용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받았습니다. 경남도 특성을 살려야 돼요. 같은 경남이라고 하더라도 조선 사업과 같은 것들, 그런 것을 살릴 곳이 따로 있고 산촌의 특성이 따로 있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부산항에 들어오면 원더풀을 두 번 했다고 해요. 첫 번째는 밤에 항구에 들어오면서 고층건물이 화려한 것을 보고 원더풀하고, 이튿날 고지대 판잣집을 보고 원더풀한다고 했죠. 지금은 그런 부산이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 환골탈태를 했죠. 경남의 경우에도 (서부경남 등) 각 지역 간 거리가 머니까 특성도 다르고…. 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의 특징이 탑-다운(top-down, 하향식)에서 바텀-업(bottom-up, 상향식)으로 왔어요. 그러면서 지역주도형으로 바뀐 것입니다. 정부 각 부처에서 따로 하던 것들을 가능하면 패키지로 묶어서 생활권에 내려주면서…. 효율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지자체도 성년이 됐으니 이제는 지역사정을 가장 잘 알고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이 주연배우를 해달라는 것이 주문사항입니다. 오래전부터, 조선시대 이전부터 중앙집권에 순치돼 왔던 우리 관성이 아직도 남아있거든요. 과감히 깨고 이제는 정말 지역주도로, 주연배우로 한번 모든 역할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경남 같은 경우에는 도민들 기상이 활달하잖아요. 화끈하게 하나로 뭉쳐서 해보면 모든 게 잘 이뤄질 거라고 봅니다. 주도적으로 주역의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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