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재 마산자유시장번영회장이 전하는 '40년사'

닫혀 있던 셔터를 감아 올리는 소리가 적막을 깨웠다. 10월 철거 시작을 앞둔 '오동동 아케이드'에는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4일 오동동 아케이드를 찾았다. 벽은 벗겨져 있었고, 쓰레기 더미가 군데군데 보였다. 뒤편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도 있었다. 하루 이틀 떠날 날만 세는 상인들이 이곳저곳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눴다. 1~2층 상점 대부분이 문이 잠겨 있었다.

"보통 오동동 아케이드라 했지. 마산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옛 한일합섬이 왕성할 때는 명물시장이었지. 지금은 흉물이지만."

마산자유시장번영회 정동재(67) 회장. 1979년부터 장사를 해온 그는 "오동동 아케이드는 40년 애환이 서린 곳"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번영회장 임기는 2년. 그간 정 회장은 모두 세 차례 회장직을 맡았다.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한 15년 동안 잘 돌아갔고, 함께 숨 쉬고 살았지. 한창 잘되던 때는 점포가 336개나 됐어."

오동동 아케이드의 역사를 전해 주는 정동재 마산자유시장번영회장. /이동욱 기자

정 회장은 회원천이 콘크리트로 덮이고 건물이 들어선 1971년부터 상인들이 장사를 했다고 전했다. "1~2층 규모로 지었지만, 원래 3~5층에 아파트까지 지으려 했는데, 분양이 안 될듯 싶어 포기했다고 들었어."

1974년 1월 29일 마산시장으로부터 개설 허가를 받고 사단법인 마산자유시장번영회가 만들어졌다. 정 회장은 "마산에서 부림시장이 개설 허가 1호, 오동동 자유시장은 2호"라고 했다.

아케이드 건물은 A동과 B동으로 나뉜다. 하천 하류에 있는 A동은 1971년에, '자유상가 아파트'라고 불렸던 B동은 1978년에 생겼다. B동은 1층에 111개 점포가 있었고, 2층에는 27가구가 살림까지 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옷가게와 식당이 즐비했다. 특히, 분식점이 많았다.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튀김이나 떡볶이 등을 즐겨 먹었고, 당시 마산에는 젊은 층이 많아 서울 남대문에서 신상품을 한 트럭 싣고 와서 푸는 날은 인파로 붐볐단다.

70년대 초반 인기를 끌던 '스카이파크'라는 라이브밴드 주점은 맥천나이트, 맥천성인텍으로 변해갔다.

옥상엔 '자유스포츠센터' 롤러장도 있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공간과 속칭 '봉봉'(트램펄린)도 한편에 놓여 청소년 놀이터가 됐다. 롤러장을 경영한 사람이 다름 아닌 정 회장이다.

"200평(661㎡ 남짓) 규모로 87년 문을 열어 10년간 성업했지. PC방이 생기면서 그만뒀어."

1970·80년대 '7대 도시 마산' 번영의 상징이었던 오동동 아케이드가 10월 중순부터 철거된다. 철거를 앞둔 아케이드 B동에는 쓰레기 더미가 군데군데 보여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이동욱 기자

40년 세월 동안 큰 화재나 도난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정 회장은 그나마 826㎡ 남짓(250평) 규모의 '남도백화점' 화재가 기억에 남아 있다.

"현재 PC방 자리에 남도백화점이 들어서자마자 장사가 잘됐는데, 79~80년 어름에 불이 나 큰 타격을 입었지. 상인들이 보험도 안 든 상태여서 안타깝게 패가망신하기도 했어."

80년대 중반 이후 오동동 자유시장은 쇠퇴기에 놓인다.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기업체가 한둘 떠나고 한일합섬이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불황이 겹쳤다.

"장사가 워낙 안 돼 점포 공간을 틔워 쓰기도 했지. 그때부터 대부분 공간을 창고로 쓰거나 사무실로만 활용했고."

회원천 정비 사업으로 철거가 결정되고 지난해 11월부터 상인들에 대한 보상 작업이 이뤄졌다. 창원시는 보상을 받지 않은 점포가 40여 곳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남아 있는 상인들이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창원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생각이다. "회원이 원래 150명인데, 감정 평가 이후 50명이 떠나고 100명이 남았어. 보상금을 받아도 이사비론 턱없이 부족하고, 나이가 들어 새 일자리를 만들 형편도 안 돼. 해오던 장사를 이어갈 순 있어도, 다른 데 가서 뭘 다시 할 수가 없어."

정 회장은 "국화축제 행사장인 마산 제1부두 근처에 조립식 상가나 천막이라도 쳐서 상인 활동을 계속하도록 남은 상인들에 대한 배려를 하소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번영회는 올 1월 제39회 정기 총회를 열었다. 정 회장은 11~12월에 40회 해산 총회를 열 계획이다. "그동안 주민들 덕에 장사를 잘 했어. 상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작은 석별 행사를 열고 정을 나눴으면 해."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