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소마다 대기자 줄줄 … 첩보전 같은 물건 구하기

요즘 김해 장유 지역에서 전세 아파트를 구하려면 순발력이 좋아야 한다.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30분 안에 후닥닥 계약이 끝나버려서다. 20일 오전 장유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전세 물건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정말이에요. 예전 장유 생각하고 전세 구하러 왔다가 깜짝 놀라는 분이 많아요."

김해시 장유면 무계리 ㄹ 공인중개사무소 천지유 실장은 '전세 30분 이내 계약설'에 대해 묻자 지금 대기자만 10명이 넘는다고 했다. 급한 이들은 집도 살펴보지 않고 바로 계약하는 이도 있단다.

대기자들이 찾는 것은 주로 소형 아파트다. 구체적으로 석봉마을 대동 1단지 아파트, 월산마을 7단지 주공 아파트, 갑오마을 주공 2단지 아파트, 젤미마을 6단지 주공아파트 등에 있는 66㎡(20평)에서 83㎡(25평) 사이 아파트다. 현재 전세금은 7000만 원에서 7500만 원 사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들 아파트 전세금은 4000만 원 수준이었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대부분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씩 올랐다.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ㅅ 공인중개사무소 신미 실장도 대기자가 7~8명은 된다고 했다. 사무소 근처에 있는 젤미마을 주공아파트는 80㎡(24평)대를 기준으로 전세금이 7500만 원 수준이다. 신 실장은 최근 몇 개월간 전세 거래를 해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물건이 없어서다.

전세를 찾지 못한 이는 아예 매매로 눈을 돌린다. 젤미마을 주공아파트는 80㎡(24평) 매매가격은 1억 500만 원 정도. 이마저도 이제 물건이 없다. ㄹ 공인중개사무소 천 실장도 소형 전세를 구하기 어려우니 수요자들이 차라리 중형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장유 지역 공인중개사들이 전세 물건을 구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거의 첩보작전 같다.

김해시 장유면 무계리 ㅎ 공인중개사사무소 김지영 실장은 원래 물건이 나오면 정보 공유를 했는데, 지금은 물건을 꼭꼭 감춘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네 대기자부터 해결하고서 계약이 없으면 그제야 정보를 흘린다고 했다. 정보가 올라오면 150여 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득달같이 달려든단다.

장유 지역은 한때 미분양이 넘쳐 났었다. 그래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장유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부산과 창원에서 전세 아파트를 찾아 오는 이들이 갑자기 늘었다고 말했다. 부산과 창원에서 재개발 사업이 꿈틀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장유 지역 아파트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역 아파트보다 가격이 싸다. 그리고 창원으로 가는 길은 아직 불편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통하는 교통은 제법 괜찮은 편이라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분석이다.

장유 지역 전세난은 한동안 계속 될 듯하다. 사람들은 몰려드는데 아직 신규 아파트 분양 계획은 없어서다.

"이제는 신혼부부가 예전처럼 장유에 아파트 하나 장만하려면 돈을 아주 많이 모아야 합니다." ㄹ 공인중개사무소 천 실장의 말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