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지도자는 안 된다…자신의 신조에 맞게 선택을

   
 
그동안 김경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딱 잡아떼던 이명박 후보가 결국 'BBK특검'을 수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아마 더 버텼다가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겠지요. 특검 때문에 대한민국 민의를 상징하는 국회의사당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도 국민에게 좋게 보일 리 없고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이제야 인정한다는 것이겠지요. 분명히 이러한 모습이 국외 언론을 통해서도 많이 보도되었을 터인데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자신의 행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웠을까요?

이명박 후보는 전에도 거짓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위장전입을 하고도 발뺌을 하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적도 있었고 위장 취업과 탈세는 또 어떻습니까.

흔히 거짓말을 분류할 때 '하얀 거짓말'과 '까만 거짓말'로 나누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리 상대를 위로하는 차원의 '하얀 거짓말'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들은 결코 '하얀 거짓말'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자신의 거짓말에 나쁜 의도가 분명히 숨기어 있는데 이를 국민이 몰라야 나라가 잘될 것이라고 설마 그렇게 여겼겠습니까.

누가 봐도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은 '까만 거짓말'인데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그냥 툭 털어놓고 시인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일이 더는 꼬이지 않았을 터인데 참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그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휘둘려 때론 "정치공세다." 때론 "음해다." 때론 "빈말이다"하며 구차한 변명으로 지지율 꼬리를 아등바등 붙잡고 있어야 했으니 말입니다.

언론도 문제입니다. 소위 '조·중·동'이라는 여론독점 신문사들이 그동안 이명박 후보의 도덕적 결함 의혹들이 터질 때마다 얼마나 그이를 옹호해왔습니까. 이번에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광운대 강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그이의 거짓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관점에서라기보다 '특검 수용으로 정면 돌파'라느니 '특검이 되면 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느니 하며 호도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했던 사람도, 싸고돌았던 사람도 늦었긴 해도 이쯤에서 솔직해지고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거짓말을 할 때엔 단순히 그 순간의 위기만 넘겨보자는 심산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거짓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로 위장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거짓 눈덩이는 집채보다 더 크게 불어나 종국엔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지금 이명박 후보의 처지가 딱 그것 아닙니까. 더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한 거라고 봅니다. 어차피 특검에서 수사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일은 걸리는 것이니 이틀 후 대선에서 당선만 되면 '상황 종료'라고 보았겠지요.

나는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이후 우리나라가 더 걱정입니다. 솔직히 나 자신도 엄격하게 양심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사그라질 것 같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기업의 대표요, 가정의 가장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가장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 자식들에게 깨끗하게 살길 훈계할 수 없듯 나라의 지도자가 법을 위반한 것도 모자라 그것을 감추고자 거짓으로 도배하고 또 그 위에 거짓으로 덧칠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국민이 따를까 싶습니다.

오늘 낮에 점심을 먹고 창가에 섰습니다. 마산 양덕동 도민빌딩과 한진빌딩 사이에 지하도가 있습니다. 건너편 지하도 입구로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가 다리를 떨면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참 힘들겠다 싶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고등학생 하나가 지하도 위 왕복 4차로를 가로질러 무단횡단 했습니다. 법을 지키기는 어려워도 어기기는 참 쉽구나 하는 자조 섞인 탄식과 함께 만약 이명박 후보가 이 모습을 보고 학생을 나무란다면 그 학생이 뭐라고 할지 자못 궁금해졌습니다. 우리가 읽었던 '양치기 소년' 이솝우화의 결과가 어땠습니까. 거짓말도 한두 번이지, 결국엔 모든 걸 잃어버리지 않았습니까. 이 우화가 '거짓말하는 소년에게는 양을 맡기지 마라'는 교훈만 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인 간에 '누굴 찍을 거냐'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당선될 사람에게 찍는다'는 사람이 아직 많은 모양입니다. 선거가 정답 맞히기입니까. 부도덕한 사람 제외하고 자신의 신조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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