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학생들에 큰 힘 되고파"...지천명 나이에 '전문상담교사'

"저처럼 가정 환경이 어려워 자기 진로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큰 힘이 되고 싶어요."

사진/유은상 기자
지난달 30일 발표된 '2007학년도 공립 중등·보건·사서·전문상담·특수교사' 255명 중 최고령 합격의 영예를 안은 이연숙(여·50)씨는 전문상담교사가 된 첫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주위에서는 '그 나이에 참 대단하다'는 축하의 말이 가장 많았다고.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그가 왜 전문상담교사의 길을 택하게 된 것인지가 궁금했다.

첨엔 흥미로…나중엔 푹 빠져 "근본적 문제 함께 고민할 것  희망 갖고 공부할 수 있기를"

"자신에 대한 적성이나 진로에 대한 큰 고민없이 대학에 갔어요. 서울여대 농촌과학과(현재 원예학과)로 갔는데 영 적응을 하지 못했죠. 그 후 40세가 돼서야 내가 그동안 공부를 해왔던 것이 나의 적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구나 뒤늦게 깨닫게 됐죠. 그래서 96년도에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창원대학교 전문상담교사 양성과정도 배우게 된 것이죠."

그의 남편은 경남대 철학과 김재현 교수다. 이 때문에 그가 남편이라는 든든한 뒷받침 때문에 오늘날 이같은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닌가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홀로서기'를 해왔다.

"결혼한 지 6년 뒤인 지난 86년도에 남편을 따라 경남으로 왔어요. 남편이 대학교수니까 벌어다 준 돈으로 학비를 낸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사실은 학습지 회사에 다니면서 한 한기 공부하고 한 학기 휴학하기를 반복하며 공부를 했어요. 5학기 과정을 배우면서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저의 적성과 잘 맞아서 그런지 열심히 했어요."

처음부터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다.

"경남에 와서 남편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볼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딱히 이거다 하는 하고 싶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본어는 물론 역사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도 했지만 이것이 내 일이다 하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어요. 그러다 1년이 지난 어느날 한 지인이 마산 사랑의 전화에서 상담원 교육을 받는 것이 어떻겠느냐 제안을 해 교육을 듣게 됐는데 그 때부터 상담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됐죠."

처음에는 '가정생활이나 자식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흥미로 시작한 일이 차츰 매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 전문상담교사까지 됐지만 그의 꿈이 처음부터 교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상담 자체에 매력을 느껴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를 전공하는 등 이론을 배우고 성가족상담소 소장 등을 역임하며 실무 능력도 갖추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장 상담이 필요한 공간인 학교로 차츰 차츰 다가가고 있었던 것. 실제로 그는 지난 99년 창원 좋은벗상담교육센터 연구원을 거쳐 2000년부터 1년동안은 경남여성회 부설 성가족상담소 소장, 2001년부터 2005년까지는 경남대 가정교육과와 심리학과 강의, 2006년 3월부터 마산교육청 순회전문상담 기간제교사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상태다.

그래서일까 학교에서 어떤 전문상담교사가 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학생들의 문제는 가정의 문제와 많이 연결돼 있어요. 학교에 가보면 가정형편이 어렵고 그래서 공부도 못하고 학교생활에 부적응하는 학생이 주를 이뤄요. 기존에 제가 해왔던 상담이 학교 밖에서 학교 안이나 혹은 밖에 나오게 된 학생들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그 현장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아가는데 온 힘을 쏟고 싶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재미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다면 그 이상의 바람이 뭐 있겠어요."

그러고보니 그가 전문상담교사가 된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배운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맞아요. 저같은 시행착오를 아이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그 나름의 상담이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는 학생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상담이 필요한 것이거든요. 아직은 전 학교에 모두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전문상담교사가 차츰 늘어나게 되면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거에요. 저도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온 힘을 쏟을거구요."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올해 전문상담교사 26명(장애인 2명 제외)을 모집했는데 172명이 지원 6.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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