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합원들의 추가적인 파업 참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04년 11월 17일)

지난 5월 4일에 실린 글 ‘임자말 풀이말’에서, 나는 위보기 글 △1처럼 ‘참갗가 임자말(주어) 자리에 있을 때는 말을 비틀어 나쁜 짓을 했지만 ‘조합원’에게 자리를 내주고 풀이말(술어)로 옮겨 앉으면 글이 우리말답게 달라진다고 하면서 아래 글 △8을 보여드렸습니다.

△8 조합원들은(이) 더는 파업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글 △1과 △8을 잘 살펴보면 처음에 억지로라도 임자말자리에 있던 ‘참갗가 △8에서는 사라져 없는 대신 ‘들지’라는 말에 뜻으로만 살아서 자국을 남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바뀐 글이 우리말다우면서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참갗가 처음부터 임자말 자격이 없었는데도 우격다짐으로 앉혀서 비틀어놓았던 말을 풀어서 숨을 불어넣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기에 나오는 ‘참갗처럼 우격다짐으로 임자말 자리에 앉힌 말을 ‘억지 임자말’이라고 부르고 이런 글은 영어흉내를 내고 싶어 하는 속내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글 △8로 고치면서 없어진 말 ‘이루어지지’를 따져보겠습니다. ‘이루어지지’는 ‘참갗처럼 △8에서 없어졌지만 ‘참갗와는 달리 뜻만으로 라도 남아있는 자국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실존하지 않았던 ‘파업참갗에 급하게 짝을 맞춘 풀이말 ‘이루어지지’는 아예 없었어야 할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런 말을 ‘허깨비’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억지임자말과 허깨비는 늘 붙어 다니는데 나는 억지임자말로 된 기사를 모아보려고 경남도민일보의 기사 중 지난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이룬다’라는 낱말을 쓴 기사를 뽑아 보았는데 모두 70개 가운데서 △9처럼 올바르게 쓰인 기사는 10%인 일곱 개 뿐이었고 90%인 예순 세 개는 △1 같은 허깨비였습니다.

△9 열심히 살았지만 남 앞에 내세울 것도, 뚜렷하게 이루어 놓은 것도 없다.(2005년 4월 2일)

허깨비는 ‘이룬다’에만이 아니고 저 소문난 ‘실시’ ‘진행’ ‘단행’ 따위에도 많이 보이는데 ‘실시’는 신물이 날 만큼 여러 번 다루었으니까 여기서는 ‘진행’과 ‘단행’에만 보기를 듭니다.

△10 할리우드 쪽과 적극적인 협상(이 진행 중이다.→중이다.)(2005년 5월 3일)

△11 문 의장은 4일 일부 (당직개편을 단행한→당직을 개편한) 뒤 상임중앙위원 지명은 미루기로 했다. (2005년 4월 5일)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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