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페이스북에 링크해준 기사를 읽다가 황당한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역사를 엉터리로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 오늘'이라는 코너에서 '거창 민간인학살' 사건을 다룬 기사였는데요. 바로 이 대목이 문제였습니다.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거창군 신원면에 이어 거창군 금서면, 함양군 유림면 등 일대 8개 마을로 퍼져갔다." 명백히 틀린 사실입니다. 이 사건은 국군 11사단이 1951년 2월 7일 산청군 금서면에서 395명을 학살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군인들은 이어 함양군 유림면으로 넘어가 31...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거기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노인문제(빈곤·질병·고독 등)'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 확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때 김해시 주촌면에 한 노인요양원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보현행원 노인요양원(이하 보현행원)이다. 최분이(49) 원장은 남편과 불교를 공부하다 자비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이곳을 건립했다. 최 원장을 만나기 위해 보현행원으...
70~80년대에는 만화방, 90년대에는 도서대여점. 곳곳에 있던 이곳들은 '만화를 볼 수 있는 곳'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만화방·도서대여점을 찾기 어렵다. 개인이 만화를 사게 된 것도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많던, 만화를 애타게 갈구하던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은 더 이상 만화를 좇지 않게 된 걸까. 그렇지는 않다. 출판만화에서 디지털 만화로 바뀐 것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디지털 만화는 어느새 출판만화 시장을 제쳤다. 콘텐츠진흥원의 '2017만화 산업백서'를 보면 2017년 기준 대한...
1. 옷 "인간들이 어쩌자고 털을 버리고 번거로운 옷을 택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도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내 회색빛 털은 한여름에 벗지 않아도 되고 한겨울에 껴입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엄마가 밤에 기온이 좀 떨어졌다고 모포를 덮어주는 것은 좀 오버지. 그래도 가만있는 이유는 모포보다 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야. 아빠 양반에게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심성이거든. 그러니까 아빠 양반, 새 옷 사이즈 확인하자고 하면 군소리 말고 좀 입어. 귀찮아 말고, 투덜거리지 말고. 철없어 보이니까. 야옹." 2. 호기심 "나는...
1. 전투력 가족끼리 서열이 있나? 그럴 리 없지.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는 평등할 수밖에 없잖아. 여기까지 이론이고 실제는? 딸이 엄마에게 묻더군. "엄마,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딸이 싸우면 갱년기 엄마가 이긴다던데?" "당연하지." 정다운 분위기와 달리 내용은 살벌하지 않아? 터져 나온 웃음을 참지 못했더니 둘 다 나를 보더군. 마치 고래 싸우다가 새우 보는 눈이던데. 그러니까 내 전투력이 가장 낮다는 거 아니야? 그저 갱년기와 사춘기가 겹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2. 서열 회사 후배 덕에 아주 가성비 높은 태블릿...
김재석(58) 경남건축사회장은 지난 4월 취임하며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경남건축사회를 꼭 한번 이끌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개인 건축사로서의 지나온 시간과 연결해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마산운동장 동문 인근) 경남건축사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한 조직 수장으로서의, 그리고 건축사 개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년 임기 회장직 한걸음 떼다 김재석 경남건축사회장은 김해 진영 출생으로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건축사 생활을 시작했고, 김해에서 건축사사무소 '고광'을 개업해 현재까지...
김한순(63) 마산제일여자중·고등학교 동창회장은 청강 이형규 선생을 '우리 할배'라고 불렀다. 청강 선생은 지난 4월 30일 오전, 향년 94세로 타계했다. 청강 선생은 학교법인 문화교육원 설립자다. 문화교육원은 마산대, 마산제일고, 마산제일여고, 마산제일여중 등을 산하에 둔 지역 명문 사학이다. 지난 5월 10일은 문화교육원 설립 71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이날 마산제일여고에서 만난 김 회장은 여전히 '할배'를 그리워했다. 늘 겸손 또 겸손 강조 김 회장은 마산제일여중 재학시절 학생회 간부를 했다. 그때부터 청강 선...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가 과거와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마치 이런 정세를 미리 예견했다는 듯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발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가 보수적인 관변단체로 여겼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이다. 작년 6월 12일 취임 이후 민주평통을 새롭게 가꾸고 있는 황인성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만났다. "회장을 회장답게 만드는 게 내 역할" Q. 사천 출신이지만 모르는 도민이 많습니다. 간단한 이력과 소개 바랍니다. "사천에서 자라고 ...
한국 축구의 레전드 중에는 경남 출신이 유독 많다. 그중에는 이제 축구계를 떠난 이도 있지만, 고향 축구 발전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찾아서 할 일을 해나가는 이도 있다. 마산공고 유병옥 감독도 한때는 잘나가는 경남 출신 축구인이었다. 함안 칠서가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 때 마산에 있는 지인 소개로 합포초등학교로 전학해서 축구를 시작했다. 국가대표 수비수까지 지낸 그지만, 그에게도 인생 굴곡점은 많았다고 했다. 중앙중학교로 진학하기 전, 축구를 계속해야 하나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고민에 휩싸였지만 그는 축구를 선택했다. 다...
중국 과거제를 처음 본 서양인들은 공정하고도 정교한 관료 선발 시스템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영광에는 늘 그늘이 따라붙는 법. 문화 평론가 위치우이는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과거시험에 관한 전람회를 본 적이 있다. 진열된 여러 가지 실물을 구경하면서 문득 송대(宋代) 이후로 시험 부정행위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마치 당시 응시자와 관리들 간의 지력(智力) 경쟁에 이르렀으며, 그 결과 양쪽이 모두 야비하고 비천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과거는 대단한 수재가 아닌 이상 평생 쏟아...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뜨끔하게 나타난 그 이름 덕에 명절, 점심시간, 회식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이어 2017년에는 4대강 사업,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등 지긋지긋한 부패 청산을 갈망하는 마음이 촛불과 함께 터져 나왔다. 그 바람을 안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5개년 반부패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적폐 청산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제6회 국민권익의 날, 조정림(42) 마산YMCA 시민사업부장은 반부패·청렴 문화 확산에 기여한...
유도는 일본 무술을 바탕으로 2명 선수가 손기술, 발기술 등 온몸을 사용해 상대방과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다. 메치기와 굳히기 기술을 매일 연마하다 보면 손가락, 발가락 골절 등 크고 작은 부상은 일상이다. 사천시 유도체육관에서 만난 통영중앙중학교 이예랑(15·중3) 학생은 두 명선수와 뒤엉켜 조르기를 시도했고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코치 지도에 따라 누르기를 풀고 다시 옷매무새를 다듬는 모습은 멀리서 봐도 '반짝' 빛이 난다. 창가로 스며든 빛이 예랑 학생 이마 땀과 만난 착시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얼...
'불가촉 천민' 백정들 1894년 7월 30일 단행된 갑오개혁으로 조선은 공식적으로 신분제를 폐지했다. 공·사노비, 역인(역에 딸린 노비), 창우(극, 판소리 등을 하던 예능인), 피공(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 등 당시 천민대우를 받았던 이들에 대한 면천이 개혁안에 담겼다. 그런데 백정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1896년 9월에 제정된 '호구조사규칙'에 백정들도 일반인들과 같이 호적에 올릴 수 있게 됨으로써 백정들에 대한 신분 차별은 사라졌다. 그러나 1909년 제정된 민적법에 따라 백정들은 본적란에 '도한(屠漢)'이...
창원시 진해구 근화동 16-1번지에 있는 요항부 병원장 관사입니다.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진해해군통제부 병원장이 살던 사택으로 1938년대 건립된 건물입니다. 지금은 대중음식점인 선학곰탕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ㄱ' 자형의 평면에 주 현관이 돌출형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 공간은 양식으로, 가족들의 주거 공간은 전통적인 일식으로 되어 있는 목조주택입니다. 2005년 9월 14일 등록문화재 제193호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노산이 1970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은 것과 1977년 원호처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에 대해서 친일신문 만선일보에 적을 두었다는 이유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같은 해 건국포장을 받았는데 역시 같은 이유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만주국 유일의 친일 한국어신문인 만몽일보는 1937년 1월에 이용석이 새로 사장에 취임하면서 제호를 만선일보로 바꾸었다. 이 무렵 고문은 최남선이고 편집간부는 주필 염상섭, 편집부장 박팔양, 사회부장 전영우, 정치부장 심형택 등 서울의 언론계에 종사하던 사람이...
손위 형님은 후곡(后谷)이란 아호를 가졌다. 가끔 후곡 선생이라 애칭으로 부르는데, 그는 젊은 시절부터 항용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근래에는 "그 근성(根性)은 바뀌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데 와 있는 것 같다. 근성이란 인간에게 뿌리 깊게 박힌 성질이라 볼 수 있다. 잡초와 같은 풀도 한여름을 지나고 나면 그 뿌리가 깊게 내려 뽑아내기 어려운데 사람의 근성도 그러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무튼 사람의 여러 됨됨이를 두고 각자의 성품(性品)의 차이라거나 근성 혹 기질이 다르다고 한다. 우곡(愚谷) 박 선생은
한 달이 엄청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지난달 모아서 맛보신 토박이말 맛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랑 입맛이 비슷한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달에도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들을 맛보여 드립니다. 신소리 뜻: 맞은쪽(상대방) 말을 슬쩍 엉뚱한 말로 재치있게 받아넘기는 말 4월 17일 뒤낮(오후)에는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동아리 모임이 있었습니다. 예쁘게 만든 이름종이(명함)를 나누어 주었는데 엄청 좋아했습니다. 그 좋은 기분으로 토박이말 널알림감(홍보물)을 만들었더니 멋진 널알림감들이 나왔습니다. 배곳(학교) 안 곳곳에 ...
"선생님! 교실 앞으로 새가 날아와요." "어디로 날아가는지 봤니?" "건너편 창문 옆 작은 구멍으로 들어갔어요." 아이들이 우르르 창문으로 몰려간다. 교실 안으로 파리나 벌 한 마리만 날아 들어와도 우당탕탕 호들갑 떠는 아이들인지라 새의 출현은 아이들 호기심을 두세 배로 늘려 놓는다. 수업을 잠시 미루고 아이들과 함께 새 관찰에 나섰다. 새가 집을 지은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교무실과 교실 사이 벽돌에 난 작은 구멍이다. 어떤 새가 집을 지은 걸까? 가만히 관찰해 보니 곤줄박이란 새다. 곤줄박이는 비슷한 크기의 박새나 딱새에 ...
세월호홀로 여행을 다닐 때 내 발, 내 친구가 되어주는 BMW R1200RT 모터사이클에는 노란색 리본이 달려있다. 그것은 오디오 안테나 끝에 매달려 있는데 '세월호'를 상징하는 리본이다. 세월호에 갇혀 목숨을 잃은 학생들을 추모하며, 그들이 못 다 본 넓은 세상을 그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내 나름의 추모 방식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해왔다.2년 동안 안테나에 매달려 바람에 나부끼느라 검게 때가 탄 것을 샛노란색 새 리본으로 바꿔 달았다. 4월에 그렇게 했다. 그리고 5월 5일과 6일이 연휴여서 가족
도다리 봄이면 통영 강구안 주변 식당 음식 목록에 문구 하나가 더해진다. '도다리 쑥국 개시'라는 문구인데, 일곱 글자만으로 입맛을 돌게 하는 힘이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통영중앙시장은 큰 줄기인 가운데 통로가 있고, 여기서 옆으로 뻗친 작은 줄기의 골목으로 이뤄졌다. 강구안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골목, 활어를 파는 상인들은 언제나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잠시 짬을 내어 끼니를 해결하는 상인에게 도다리를 보여 달라고 청했다. 상인이 물이 잘 빠지도록 구멍이 뚫린 노란색 바구니 안에 가득 담긴 도다리를 가리켰다. 납작한 마름모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