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김동식 소설 의 첫 문장입니다. 땅속 세상, 지저 세계 인간들에게 납치된 지상 세계 사람들은 극한상황에서 강제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리며 최종적으로 남아 있던 한 가닥 희망조차 희미하게 망각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그저 배고픔을 느끼는 몸뚱이 하나만 남을 뿐." 그때 어느 여성이 노래를 부릅니다. 어떤 남자는 돌멩이로 벽에 그림을 그립니다....
2·3월에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있다. 초콜릿을 떠올리자 예전에 먹었던 케이크 한 조각이 생각났다. 달콤 쌉싸름한 쿠키 맛 크림이 매력적인 케이크였다.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수제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젊은 사장님의 케이크라고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창업, 달콤함으로 무장하고 살벌한 창업 시장에 뛰어든 청년 사장님의 소감이 궁금했다. 창원시 진해, 송미래(30) 대표를 작업실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미래 씨가 만드는 케이크는 '나봉케이크'라는 이름을 걸고 있다. 나봉케이크 작업실은 진해중앙시장 안에 있다. 미래...
대한민국 해상을 지키던 해군에서 골퍼, 현재는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수웅(74) 테이블커피하우스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 사전에 '어설프게'란 없다. 해군사관학교부터 프로 골퍼, 바리스타 코치 자격증까지, 3가지 직업 모두 전문가 경지에 도달했다. 74년간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의 삶이 궁금했다. 인터뷰를 위해 이 대표가 운영 중인 커피숍으로 향했다. 가족들을 위해 선택한 군인의 길 커피숍 건물 외벽에는 '국제 바리스타 협회 창원지회장, 한 방울 커피의 눈물(더치커피)와 정성의 손 맛(드립커피)를 고집하...
1. 절박함 "절박하다는 게 뭘까. 그런 거 따로 없어. 아빠 양반은 뭔가 간절할 때 튀어나오는 무엇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살면서 그런 게 뭐 얼마나 되나? 뭔가 하지 않아도 되거나 피해도 되는 헤아릴 수 없이 차고 넘치는 이유 속에서 가까스로 해내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는 과정이 바로 절박한 거야. 참! 그리고 햇살 드는 자리에 책 같은 거 놓지 않게 누나 꼬맹이 좀 교육시켜 줘. 야옹." 2. 매력 "잘생겼다거나 성격이 좋다거나 말을 잘한다거나 노래를 잘 부르거나 뭐 인간들이 매력을 느끼는 지점은 다양한 것 같아. 그런데...
1. 비법 운동 부족이 걱정되는 딸에게 검도를 권했어. 흥미를 느끼는 듯해 다행이다 싶어. 하루는 선배 언니에게 비기를 전수받았다더군. 지역대회 우승 경력도 있는 고수라네. "먼저 움직이면 안 된다던데.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상대가 공격하면 그 공격에 맞춰 역으로 공격하면 된대." 그러니까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없잖아. 그래도 말하는 거 보니 그 언니가 고수인 것은 분명해. "참! 아빠가 전에 얘기한 것처럼 '머리' 외치고 허리 때리면 점수 안 준다던데." 내가 그랬었나? 내용을 보니 내 생각이 분명해서 부끄러웠어. 어쨌든...
지난해 10월 17일 마산자유무역지역기업협회를 이끌 20대 회장으로 대신금속 박수현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2월 13일 현재 박 회장은 취임 약 4개월을 맞았다. 이 기간에 국내 7개 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의회도 처음으로 발족했다. 협의회 초대 회장은 국내 최대 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 모임 수장인 박 회장이 맡았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은 1970∼80년대까지 경남을 넘어 한국경제의 주요 축으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일본·미국자본의 잇따른 철수, 2013년 노키아 철수까지 이어지며 현재 모습은 과거 영광과...
지난 1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에 임명된 김상원(39) 씨는 초고속 승진에, 앳돼 보이는 외모와 달리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의 이력자다. 학교생활에 적응 못 해 자퇴한 적이 있는가 하면 방황 끝에 출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종교인의 삶도 값지지만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은 열망이 강했고, 그 이상을 실현하고자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삶의 의미' 찾아 방황… 출가 고민도 Q. 진주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80년 9월 8일 진주시 망경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원래 아...
"엘리트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통합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 와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제는 안상수 시장의 시정 방침인 생활체육 강화,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수의사 출신의 체육회 상임부회장 허영(57) 창원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지난 2016년 7월 취임했다. 그전에는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을 지냈다. 안상수 시장이 한나라당 대표를 할 때 대표 특보를 맡은 게 인연이 됐고, 수의사로 마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기에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크게 무리 없는 자리였다. 하지만 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자...
많은 이들이 '역도' 하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 선수의 강한 아름다움이 먼저 떠올린다. 우람할 것이란 외모에 대한 선입견도 있다. 김해 영운중학교 역도 연습실에서 만난 김혜민(15) 양은 부드러운 얼굴선과 다부져 보이지만 다소 마른 듯한 체격으로 첫인상은 이러한 예상을 빗나갔다. 인터뷰 내내 짓는 수줍은 미소는 폭발적인 힘을 가늠할 수 없게 했다. 인터뷰 이후 혜민 양은 월등한 기록으로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5월 26~29일) 경남 대표 선수로 선발됐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잘해서 엄마 호강...
농민을 더 분노케 한 종자개악사업 헌병경찰의 공포 통치, 토지조사사업과 임야조사사업으로 농토를 빼앗긴 조선 농민들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 닥쳐온다. 바로 종자개악사업이었다. 물론 일제는 이를 '종자개량'이라고 했다. 일제는 식민지 조선을 쌀과 원료 공급처로 만들고자 했다. 1910년대부터 쌀과 면화, 누에고치, 소 등이 집중적으로 수탈대상이 됐다. 특히 가장 중요시한 것은 쌀이었다. 일제는 쌀을 수탈하기 위해 한반도에 맞는 전통 종자를 폐기하고, 일본인 입맛에 맞는 쌀을 재배하도록 강요했다. 이는 다른 사업보다 더욱 강력하게 추...
1960년 2월 13일 정·부통령 후보등록 마감일에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1956년 선거에서처럼 대통령과 부통령 당선자가 서로 다른 당에서 나오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응종치 않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는 내무부 최인규 장관과 자유당 간부들에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붕을 당선시키라는 공개적인 지시였다. 당시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서로 다른 정당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자유당 정권은 1956년 정·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야당 지지성향과 투표결과를 분석하면서 정상적인 선거를 통해서는 승산이 없음을...
진주에서 토박이말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으니, 한 번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런데 초반부터 막혔다. '토박이말'이 무엇인가다. 다행히 사전을 검색해 보니 곧바로 나온다. 익숙한 용어인 '순우리말'을 뜻하는 말이다. 필자 역시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언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기에 흥미는 있다. 다만 흥미와 동시에 걱정도 있다. 언어는 자연스레 사용되고 사멸하는 것이고, 누군가가 억지로 '쓰자'거나 '쓰지 말자'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품고 토박이말바라기의 두루빛, 진주 신진초등...
1997년과 1999년 사이 마산시 양덕동(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던 한일합섬 전경입니다. 한일합섬이 마산 양덕동에 들어서게 된 것은 대한민국 경제가 고속 성장기에 있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창업자였던 김한수 씨는 광복 직후 부산에서 직물류와 옷감 도매상을 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53년 식품과 한천을 수입하고 옷감을 수입하는 대경산업주식회사를 설립합니다. 그 후 1956년에는 경남모직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옷감을 직접 생산하게 됩니다. 1960년대 세계적인 경제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화학섬유와 합성섬유의 수요도 급격하게 증...
필자는 한국 음식 중에서 곰국(곰탕)을 가장 좋아합니다. 지금처럼 마트에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곰국을 구매할 수 없었던 대학교 학창 시절, 서울에서 밀양까지 무궁화열차로 6시간 걸리는 거리를 주말마다 고향으로 내려간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모친이 손수 끓여 주시던 곰국을 먹기 위함이었습니다. 서울에도 수많은 곰탕집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손맛과는 견줄 수가 없었나 봅니다. 먼 거리를 매주 내려오던 저를 위해 모친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낸 일이 있습니다. 바로 곰국을 평소보다 약한 불에 아주 오래 다려 농도를 진하게 한 것입니다...
2년 전쯤이었을까? 적적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깨는 노래신청을 받았다. 방의경의 노래를 들려달라는 주문이었다. 낯설지 못해 생소하게만 들리는 이름이다. 일단 받은 신청은 무조건 털어주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 어렵지 않게 음원을 찾아 들려줄 수 있었다. 노래를 감상한 손님은 구하기 힘든 음반이라 방의경의 노래를 쉽게 들을 수 없었는데, 여기에서 듣게 되니 참 좋았다고 하며 언젠가 다시 방문하겠노라는 여운만 남긴 채 훌쩍 떠나버렸다. 조금의 여유만 있었더라도 음원의 주인공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
녹두장군을 선봉에 내세웠던 동학농민전쟁은 일본군이 앞세운 서양무기 앞에 괴멸(壞滅)된다. 만약 신하늬의 주장대로, 아니 하늬는 시인이 만든 가공의 인물이라서 차라리 신동엽의 주장이라 보면 될 것 같은데, 농민군이 곧바로 서울로 진격하여 정권을 바꾸는 혁명, 내지 개혁으로 이어졌다면 갑오농민전쟁의 비극적 이미지가 지금처럼 선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길로 서울로 밀고 올라가 / 중심을 도려냈어야 했습니다, / 봉준형, // 전주성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 그길로 서울 직충했더면 / 벌써 스무날 전에 우린 / 한양성 점령할 수 있었죠...
아주 오랜 옛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드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다른 곳으로 급히 이동하고 있다. 아마도 다른 무리에게서 쫓겨난 듯하다. 유인원인지 사람인지 얼핏 보기엔 구별도 되지 않을 정도다. 이들 무리에겐 하루하루 죽지 않고 목숨 부지하며 사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광대뼈는 툭 튀어나왔고 옷은 입지 않았거나 대충 몸에 동물 가죽을 둘렀을 뿐이다. 이들은 무리 지어 식물 열매나 사냥감을 찾아 이곳저곳 멀리까지 헤매다닌다. 수컷들 손에는 돌로 만든 도끼와 뾰족한 뼈로 만든 창이 들려져 있다. 눈망울은 불안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2월 초 주말에 전북 군산 선유도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지인들과 만나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올해 겨울은 유난하다. 웬만해서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남부지방도 새벽에는 영하 10도가 예사다. 애초 계획은, 수도권이나 경남권에서 가는 이들 모두 이런 추위를 무릅쓰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집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임 날짜가 다가오고 일기예보가 나오면서 계획을 바꿔야 했다. 서해안 일대에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 때문이었다. 모임 날짜에 가까워질수록 눈 내릴 가능성은 높아지고 예상 적설량도 많아졌다. 처음에는 고민을 했지만 결국 모터사
"오후 2시에 만나." 내 경험에 한정하면, 약속 시간만 정하면 장소는 항상 같았다. 그러니 어디서 만나자는 약속도, '거기'라는 지시 대명사도 사족이었다. 나의 추억 속 약속장소는 창원 정우상가다. 정우상가는 지금도 지역의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한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버스 정류장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공중전화도 있으니 급히 약속을 바꾸기도 편하다. 물론, 휴대전화가 일상으로 스며든 지금은 예전과 다르지만 말이다. 지난해 1월 1일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경남에서 가장 비싼 땅이 정우상가 터다. ㎡당...
우주를 상상하면 까닭 없이 무서울 때가 있다. 여러 공포 가운데 깊은 바다가 주는 공포도 있지만, 바다는 끝이 존재하기에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이 주는 공포와 결이 다르다. 망원경 크기는 기술의 발달로 점점 커졌다. 성능 또한 나아졌다. 그만큼 인간이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는 우주 공간도 깊고 넓어졌다. 물론 우주의 무한성에 비교하자면 턱없이 초라한 성적이지만, 인간의 우주 공포증을 기술의 발전이 조금 덜지는 않았나 싶다. 김해 분성산 정상에 있는 김해천문대는 영남지역에 하나뿐인 시민 천문대다. 1998년은 세기말 분위기가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