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예측실패 애물단지 처지, 작년부터 마산신항운영이 관리
다목적부두 전환 특수화물 취급…유치노력 올해부터 성과 나타나

탄생 순간부터 '빗나간 물동량 예측'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애물단지 처지에 놓였던 마산 가포신항이 알짜배기 항만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포신항은 2015년 개장한 이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항만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역 경제 침체와 더불어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던 가포신항이 화물을 싣고 내리는 단순 하역에서 나아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합 항만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조선기자재, 자동차, 프로젝트화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관련 산업 동반성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이바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가포신항은 항만하역 전문회사인 마산신항운영㈜이 관리·운영하고 있다. 마산신항운영은 지난해 9월 부두 운영권을 확보한 이후 가포신항 쇄신과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시설 유지 관리, 물동량 유치, 하역작업 등 부두 업무 전반을 수행 중이다.

올해 가포신항 개장 4주년을 맞아 항만 조성과정과 앞으로 운영방향, 활성화 방안 등을 들어봤다.

▲ 2015년 개장한 이후 애물단지 처지에 놓였던 마산 가포신항이 알짜배기 항만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출을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가포신항을 메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순탄치 않았던 탄생 = 가포신항은 '빗나간 물동량 예측'에 따라 탄생했다. 해양수산부는 2001년 만든 마산항 제2차 무역항 기본계획에 따라 마산항 내 컨테이너 물동량이 계속 늘어 2020년에는 53만 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해양수산부와 창원시(옛 마산시)는 해당 통계를 근거로 물동량 증가에 따른 마산항 항만능력을 높이기 위해 가포신항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현대산업개발·SK건설·경남도·창원시가 주요 주주인 마산아이포트는 국고지원금과 민간투자금 3269억 원을 들여 마산항 내 가포만을 매립해 가포신항을 건설했다.

2015년 1월 개장한 가포신항은 2000TEU급 컨테이너 전용선석 2개, 3만t급 다목적선석 2개 등 총 4개 선석을 갖추고 있으며, 총 1.3㎞의 부두시설과 40만㎡의 부지 등을 갖춘 최신 항만의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실제 컨테이너 물동량은 목표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가포신항 개장 이후인 2016년 전체 마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만 6365TEU에 불과했다. 2020년 예측치의 3% 수준이다.

부산신항과 광양항이라는 대형 컨테이너 전용 항만 사이에 끼여 화물 유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물동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해양수산부는 마산항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서 2020년 마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예측을 2만 1000TEU로 대폭 낮췄다. 애초 물동량 계획의 4% 수준이다. 이 때문에 가포신항은 개장 이후 '실패한 국책사업' 꼬리표가 붙었다.

◇고부가가치 중량화물 유치로 정상화 발판 = 가포신항이 항만으로서 기능을 찾고 그에 맞는 구실을 해야 하는 것은 숙명적 과업이다. 여전히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는 가포신항은 마산신항운영으로 운영주체가 바뀌면서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뗐다.

마산신항운영은 항만물류 전문기업인 삼양마린그룹에서 100% 출자해 만든 회사다. 마산아이포트와 지난해 8월 가포신항 관리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운영 기간은 2018년 9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10년 4개월간이다.

가포신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향점은 명확하다. 단순 화물처리항만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에 실익을 안겨줄 수 있는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항만 활성화를 위해 물동량 확보는 필수적이다.

현재 가포신항은 컨테이너부두로서 유지가 열악해지면서 다목적부두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이에 마산신항운영은 가포신항의 다목적 부두로서 기능을 활용해 취급 화물을 다양화했다. 부산신항과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어려운 컨테이너에 집중하기보다는 해양플랜트, 조선기자재, 프로젝트화물, 자동차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고용창출 효과와 부가가치가 큰 특수 중량화물 유치에 눈을 돌린 셈이다. 마산신항운영은 국내 기업들의 국외 플랜트 산업 수주가 늘면 중량화물 처리에 노하우를 쌓은 가포신항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자동차 전용부두로서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수출은 물론 환적화물을 유치해 '환적 허브항'의 입지를 다진다는 구상이다.

환적화물은 한국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가는 화물을 말한다. 선박에 적재된 화물을 다른 운송수단에 옮겨 싣는 환적화물은 하역료 수입 외에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현재 가포신항에서는 자동차 수출실적과 환적화물의 처리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약 12만 2000대에서 2016년 16만 5000대, 2017년 16만 7000대, 2018년 18만 9000대로 증가했다. 환적 물동량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82만 6000t에 그쳤던 환적 물동량은 지난해 155만t으로 3년 만에 87.65% 증가했다.

▲ 노승철 마산신항운영 대표이사는 가포신항을 일자리·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합항만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문정민 기자

◇포트 세일즈 다각화…유치 성과 빛 = 마산신항운영은 선사·화주·포워딩사(국제물류주선업체)를 초청해 가포신항의 장점을 알리고, 이용을 촉구하는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가포신항터미널은 보세와 비보세로 나뉜 야적장과 옥내창고, 프로젝트화물을 보관하는 인도어(Indoor) 창고, 안벽크레인, 리치스태커, 포크리프트, 터그마스터 등 하역 전용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비보세 구역은 수출물품을 입고해 보관만 할 수 있는 보세구역과 달리 물품 제조·조립·가공이 가능해 가포신항의 강점으로 꼽힌다.

가포신항은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화주나 환적을 이용한 선사의 선박항비와 화물료 등 항만비용을 최대 50% 감면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신항 배후물류단지 역시 항만 기능을 지원하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항만 연관 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수입차 출고 전 검사를 진행하는 PDI센터와 자동차 반제품 조립(CKD)공장 등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마산신항운영의 이 같은 유치 노력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올해 풍력발전기 타워(Wind mill tower) 미주 수출 물량 1차분 약 18만t을 유치했으며, 2차분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자동차운반선사인 호그오토라이너스의 포드자동차 환적 물량 약 80만t도 유치했다. 삼성중공업과 해양플랜트 PJT 관련 물류 계약도 앞두고 있다.

◇올해 물동량 전년 대비 40% 이상 처리 목표 = 2019년은 마산항 개항 120주년이 되는 해다. 올해를 기점으로 마산항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동북아 중량화물 처리 항만으로서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며, 가포신항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진다.

마산신항운영은 가포신항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합항만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에 올해 물동량 처리목표를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연간 500만t으로 잡았다. 가포신항은 2015년 개장 첫해 250만t을 시작으로 지난해 350만t을 처리하는 등 매년 약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승철 마산신항운영 대표이사는 "마산가포신항은 부산신항과 경쟁, 지역 경제 위기 등과 맞물려 매우 힘든 길을 걸어왔다. 이제는 컨테이너 화물을 비롯해 자동차, 프로젝트화물, 해양플랜트 등의 다양한 화물을 소화해 지역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며 "전 임직원을 비롯해 현장의 항운노조원들과 협업을 통해 화주의 물류비 절감과 일자리 창출, 지역 발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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