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하는 말 '데이'버릴 수 없었다"
제품명에 깃든 지역성 유지…올해 '딱 좋은데이'전환점

한 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지역에 뿌리를 내린 무학이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무학은 빠르게 변하는 소주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화이트'와 '좋은데이'를 출시하면서 소주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올해는 소비자의 선택으로 탄생한 '딱 좋은데이'를 내놨다.

이 같은 변화와 혁신, 도전의 중심에는 언제나 최재호 회장이 있었다. 무학이 걸어왔던 90년을 뛰어넘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최 회장이 올해 또 어떤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무학 최재호 회장이 신제품 '딱 좋은데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지역 녹인 '데이'로 정체성 찾아

무학은 지난 3월 신제품 '딱 좋은데이'를 출시했다. 무학의 대표 소주인 '좋은데이'를 리뉴얼한 제품이다. 맛과 품질에 디자인까지 확 바뀐 '딱 좋은데이'는 사실 리뉴얼 개념을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무학이 신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에도, 변하지 않은 가치가 있다. 바로 '지역성'이다. 무학의 대표 제품인 '좋은데이'는 제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 경상도 사투리 '데이'의 입말을 살려 지역민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지역 대표 향토기업인 무학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전국구 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렇기에 변화를 시도하되, 지역성과 정체성은 더욱 지키고자 했다. 대신 좋은데이에 '딱'이라는 단어를 하나 덧붙였다. 소비자 선택에 '딱' 맞춘 '딱' 하나의 소주란 의미다.

일선에 복귀하면서 '변화'와 '새로움'에 경영 방점을 찍었던 최 회장으로서는 고민이 없지 않았다.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좋은데이'를 아예 버리려고도 생각했다. 새롭게 전환을 하려면 아예 옛것을 버려야 새로운 술을 채울 수 있으니, 다 버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데이'라는 말 자체가 지역성이 포함된 말이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데이'는 주로 경남 부산 울산에서 쓰는 말 아닌가. 이런 '데이'를 버린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우리가 추구하던 기본 가치는 남기고 새로움은 받아들이면서, '데이'를 살릴 수 있는 게 없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좋은데이'를 살리고 그 앞에 '딱'을 붙이는 것이었다."

'딱 좋은데이'는 지역민의 자부심과 긍지를 북돋고자 하는 무학 의지가 반영된 산물인 셈이다.

◇"사카린 첨가 유언비어"…우수한 맛·품질로 '불식'

무학의 새로운 혁신은 '딱 좋은데이' 맛과 품질에 오롯이 반영됐다. 소주제품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과당을 뺐다. 과당이 빠진 자리는 식물에서 추출한 최고급 천연 감미료인 토마틴과 효소처리스테비아로 채웠다. 모순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소주에 '건강성'을 높인 것이다.

그러면서 첨가물을 단순화하고, 72시간 산소 숙성을 통해 순수한 소주 본연의 맛을 살렸다.

또한, 지난 1년 동안 우수한 미각으로 감별능력이 뛰어난 시민들로 구성된 '좋은데이 관능검사 패널단'을 운영해 리뉴얼 제품의 주질을 개발했다. 출시를 앞두고는 트렌드 형성의 주체가 되는 20대 소비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추가로 테스트해 완성도를 높였고,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주질을 최종 선정해 완성했다.

최 회장은 무학이 어떤 다른 주류업체보다 더 고품질의 원료만 사용한다고 단언했다.

한때 무학은 '악성 루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최근 2년 사이 지역사회에 '좋은데이는 사카린을 쓴다'라든지 '미원이 들어가 머리가 아프다'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라고 못 박았다.

최 회장은 주세법상 소주에 허용되는 첨가물은 스테비아, 과당, 자일리톨, 아미노산, 올리고당 등 몇 가지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그에 포함되지 않는 첨가물은 절대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생산도, 출고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소문에 언급되는 첨가물은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다. 당국에서 소주뿐 아니라 수출용을 포함한 모든 주류 제품에 사카린 사용을 금지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런데 어떻게 당국을 속이고 사카린 넣은 제품을 생산·출고할 수 있겠나? 악의적인 유언비어일 뿐이다."

◇'갑질' 주장하던 운전기사 결국 실형받아

최 회장을 괴롭혀온 유언비어가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운전기사 갑질 논란'이다.

지난 2015년 유난히 대기업 사주들의 운전기사에 대한 이른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던 그해, 최 회장도 구설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지역 기업 몽고식품의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갑질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갑질 논란은 최 회장의 차를 운전하다 퇴사한 수행기사가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최 회장이 폭언 등 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슈가 됐다. 그러나 최 회장은 '돈을 주지 않으면 회장의 횡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결국, 해당 기사는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법정으로 넘겨져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최 회장은 갑질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재판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진 셈이다.

최 회장은 법원 판결로 다행히 갑질 논란에 대한 억울함은 벗었지만, 회사의 명예는 이미 실추한 뒤였다. 갑질 논란이 보도되면서 무학은 매출 급감과 주가 하락 등 심각한 피해를 봤다.

갑질 논란의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무학 회장 하면 여전히 '운전기사 갑질 횡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갑질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면, '운전기사 갑질 사건'만 나오지 이후 법원 재판 결과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에 편승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건이라는 걸 아는 분들이 많지 않다. 오죽하면 친구들까지 갑질 기사만 보고 오해를 하겠나? 이런 유언비어는 회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억울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들께서 그만큼 우리 회사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더 조심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는 무학 최재호 회장. /박일호 기자

◇90년간 지역민과 함께 걸어온 길…'9090' 프로젝트로 돌려주고파

무학은 1929년 소주와 청주를 생산하던 '소화주류공업사'로 출발했다. 1965년 최위승 회장이 인수한 후 '무학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오늘날 '무학'을 지역에 각인시켰다.

최 명예회장의 차남인 최 회장은 20대였던 1988년 실무 경영에 참여해 1994년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를 시도했다.

1994년 당시만 해도 '소주=25도'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도수 23도의 '화이트'를 출시했고, 2006년에 16.9도 초저도 소주 '좋은데이'를 출시하면서 소주시장 변화를 주도했다. 올해는 새롭게 '딱 좋은데이'를 선보이면서 또 다른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무학 창립 90주년을 맞아 최 회장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도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민'이다. 무학이 걸어온 90년은 오로지 기업의 역사를 대변하는 숫자가 아닌, 그 긴 세월을 함께한 지역민의 역사와도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초·중·고·대학교를 나와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저는 이 지역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무학의 90주년은 지역의 90주년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90주년을 어떻게 뜻깊게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90주년을 맞아 시장 점유율을 90%까지 끌어올리고자 추진하고 있는 '9090 프로젝트'는 그 같은 고민 중 하나의 결과다. 무학이 100년을 뛰어넘어 지역과 함께 새로운 100년을 갈 수 있도록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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