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평의회 민주적 절차 요구
2년 후 역량평가 대비 촉박
재단 측 직접 임용 가능성도

인제대학교 구성원들이 차기 총장 선출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논문표절 논란으로 김성수 총장이 선출 87일, 공식 취임 58일 만인 지난 12일 사퇴한 이후 차기 총장 선출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차기 총장 선출 방식은 현재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 재단(학교법인 인제학원) 측이 직접 임용하는 방식과 대학교수평의회(이하 교수평의회)의 요구대로 민주적 절차에 의한 선출 방식이다.

재단이 총장을 임용하면 교수평의회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해 학내 분란의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수평의회의 요구대로 민주적 절차를 거치려면 앞으로 2년 후에 평가받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3년마다 시행)이 변수로 떠오른다.

대학 평가에 대비할 시간이 너무 촉박해 제대로 평가받기가 어렵다. 대학역량 평가에서 하향 점수를 받으면 당장 재단 측이 부담해야 할 장학금 문제 등 학교 경영에 악영향이 초래된다. 재단 측의 경영 논리와 총장 선출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교수평의회의 민주적 절차 논리가 대립하는 지점이어서 재단 측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이다.

▲ 김성수 전 인제대 총장 사퇴 직후인 지난 12일 열린 교수평의회 비상 총회.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교수평의회는 "차기 총장 임용을 일방적으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를 최근 재단 측에 전달했다. 교수평의회는 또, 차기 총장 선출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재단 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두 방식 모두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재단 측이 어떤 방법을 최종 선택할지에 따라 인제대 총장선출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대학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늦어도 4월 중으로 재단 측이 어떤 방법이든 총장 선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차기 총장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하는 방식이 최적의 안이지만 현재 대학이 직면한 사정을 고려하면 재단 측이 총장을 직접 임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그동안 대학이 두 번의 총장 선출 과정에서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실패한 점과 곧 닥쳐올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비할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을 꼽았다.

대학이 지난해 6월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벌써 1년이 지났고,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까지는 불과 2년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여기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하면 기본적으로 공고와 총장추천위원회 구성, 검증 등 절차에만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 경우 새 총장은 2학기쯤에 취임하게 되며, 그 이후 업무 파악하는 데 대략 1년 정도 보내고 나면 곧바로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평가를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총장 선거과정에서 예측 불허의 또 다른 변수가 생기면 총장 대행체제 기간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당장 6월 대학 수시모집이 시작되는데 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수시를 치러야 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학교 경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재단 입장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총장 선거를 치른다고 해서 현 대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인제대 관계자는 "현재 상당수 대학 구성원들은 총장 부재 상태가 길어질수록 학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어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총장 선출이 시급한 재단 측으로서는 교수평의회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총장선출 방식을 선택하는 문제와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적합한 총장 인물을 임용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