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출점 자제 규약 무색 제 살 깎아먹기 경쟁 또…
작년 업계 상생규약 마련에도 창원진해구 상가 내 2곳 개점
2017년 부산의 한 건물에서 한 편의점 바로 아래층에 또 다른 편의점이 입주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한 상가 1, 2층에 서로 다른 브랜드 편의점 두 개가 들어선 '한 지붕 두 편의점'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편의점 업계의 지나친 출혈경쟁에 따른, 대표적인 근접 출점 사례다.
최근 창원에서도 한 신축상가에 편의점 두 곳이 입점한 '한 지붕 두 편의점'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점주 간 근접 출점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15일 찾은 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신축 아파트 정문 옆 1층에 GS25와 세븐일레븐 간판이 나란히 붙어 있다. 두 편의점 사이 거리는 10m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30일 GS25가 먼저 영업을 시작했고, 열흘 뒤인 지난 1월 11일께 세븐일레븐이 문을 열었다.
GS25 가맹점주 김모(44) 씨는 "점포마다 분양받은 사람이 제각각이라 어떤 업종이 들어오는지 전혀 모른다. 편의점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층에 슈퍼가 들어서면서 이미 나눠 가지게 된 상태였다"며 "이미 같은 건물에 비슷한 업종 두 개가 들어 서 있는데, 다른 편의점이 또 들어오리라 생각조차 못했다. 뻔히 보이는데 왜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막심한 영업 피해를 우려해 지난 14일 저녁 매장 문 앞에 경쟁사 개점을 막기 위한 펼침막을 내걸었다. '20m 거리 내 출점이 말이 되나. 상생하자던 편의점 자율규약은 거짓말이었나?'라는 내용을 담아 편의점 출점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편의점 업계의 근접출점 자제 방안이 담긴 자율규약을 마련했다. 타 브랜드 편의점 간에도 출점 거리 제한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반면,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점을 했다는 주장이다. 가맹점주 이모(41) 씨는 "상가 분양을 시작한 지난해 7월 이미 입점 계약을 했다. 본사에 사용 승인을 받은 후 신축상가에 입점한 점포들이 모여 담배판매권을 추첨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 사이 GS25가 담배판매권 없이 기습적으로 간판을 달았다. 상생 규약을 어겼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씨 말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담배판매권 없이는 통상적으로 문을 열지 않는다. 이 씨는 담배판매권을 얻고자 추첨일까지 기다렸다가 담배판매권에 당첨된 후 본격적인 영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GS25 편의점이 펼침막을 게시한 다음 날 이 씨도 이에 반발해 펼침막을 매장 앞에 내걸었다. '신규상권에 기습적으로 오픈해놓고 담배권 떨어지니 상생만 운운한다'는 문구를 적었다. 현재 두 매장 앞에 설치된 펼침막은 입주민 항의로 제거된 상태다.
두 편의점이 입점한 건물은 1층(5곳)과 2층(5곳)을 포함해 총 10개 점포 규모로 구성됐다. 각층 호수별로 분양을 따로 해 점포마다 주인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점포별 분양면적은 10∼12평대 소규모다.
현재 점포 두 곳을 사이에 두고 입점한 편의점 사이는 더 좁혀졌다. GS25는 점포 두 곳을 확장해 영업 중이고 세븐일레븐도 현재 점포 두 곳을 합쳐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미분양된 11평대 점포 한 곳만이 그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주민들은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상가 앞을 지나던 신모(38) 씨는 리모델링 관계자한테 "편의점 바로 옆에 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는 게 맞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신축상가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에 두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